폴란드통신원 김충기

한국기업의 폴란드 진출과 함께 이곳 폴란드인의 가족중심에 관하여 이야기가 많다. 직장에서도 퇴근시간은 항상 칼처럼 지킨다, 아무리 자기 일이 많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퇴근시간이 되면 경쾌하게 ' Do widzenia (도 비제니아)' 를 외치며 집으로 간다. 일의 성격에 따라서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직업인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폴란드인을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말로는 폴란드인들은 일보다 퇴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게다가 8시간 근무면 거의 전부를 아니 그 이상을 일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한국 사람들 에겐 폴란드사람들은 출근 후 차 마시고 신문 보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직장 상사가 있거나 말거나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신문을 보는 그런 행동은 우리들이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다. 일거리는 많은데.... 이곳 폴란드는 한국에 비해 공휴일은 많이 없지만, 공휴일에는 철저하게 쉰다. 부활절, 노동절, 크리스마스, 새해 등은 휴일 당일 앞뒤로 3,4일 정도를 연이어 쉬기 때문에, 이 기간 폴란드에 업무상 출장을 오는 것을 절대로 삼가야한다.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도, 자기는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얼굴도 내보이지 않는다. 어떤 일을 맡은 책임자가 휴가를 가 있으면 그 일은 자연히 공석이 된다. 그 일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그 사람이 휴가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휴가를 떠난 지 얼마 안됐다면 엄청난 인내력이 있어야한다. 물론 그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있지만, 결정권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일은 마무리 되지 않는다. 그러니 노동력이 아무리 싼들, 거기서 얻는 효율은 아주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폴란드 사람들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별 보며 출근해 별 보고 퇴근하는 한국인들처럼 일해서 나라 경제와 개인의 경제를 좀 발전시켜라'는 말을 들으면, 하나 같이 그렇게 돈을 벌어서 뭐하나 하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 '한국사람 들은 일하다 죽는다면서?' 솔직히 폴란드에서는 과로사, 피로누적 등의 단어를 들어본 일이 많이 없는 것 같다. 하다못해  한국에서는 그렇게 흔한 피로회복제 같은 것도 이곳에는 그다지 없다. 직장에서 퇴근한 폴란드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단란주점이나 포장마차를 전전하며 술 담배로 찌든 몸을 상관 욕을 하면서 달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달려가, 저녁을 함께 먹고, 그리고 집안일에 매달린다. 망치를 들고 창고를 고치고, 방을 고치고, 마당을 다듬고, 그리고 시간이 마시면 보드카도 좀 마시긴 한다. 휴일에 사람들은 우리나라 같이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말농장에 가서 야채를 재배하거나, 이웃집과 친척을 방문해 대화로 시간을 보내거나, 별식을 만들어 가족들을 대접한다. 텔레비전에도 우리나라 같이 주말 황금시간 같은 개념은 없다. 그런데 폴란드에서 유일하게 휴일 없이 영업하는 곳은 꽃집이다. 폴란드에 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여기저기 들어서있는 꽃집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다. 손님을 방문하는데 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직접 지은 경우인 경우가 많다. 주말마다 휴일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짓고 있는 집터에 가서 자녀들과 벽돌을 하나하나 올리면서, 자신의 집에 대한 애정도 같이 쌓아나간다. 솔직히 폴란드엔 놀 곳이 없다. 기껏해야 좀 화려한 시설의 오락실과 극장, 볼링장 정도. 폴란드 사람들 인생을 즐길지 모fms다고 핀잔을 줄지 몰라도, 솔직히 다른 여가가 필요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조성해 놓은 인공적인 공원이 아니라, 정말 자연적인 공간에서 그들은 인간적인 휴식을 즐긴다. 직장에서 Do widzenia (도 비제니아) 하고 작별인사를 던지고 나와서, 그들은 가족들과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피로가 누적되어도, 혹시 직장을 잃을까봐, 자기 생활보다는 회사에 목숨 걸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인생에 익숙한 가치판단이 이곳 폴란드 사람들 눈에 한심한 사람들로 비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만나면 하나 같이, 퇴근을 일보다 잘 하는 폴란드 종업원 흉을 보다가도, 결국엔  "맞아, 우리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사는 게 올바른 건지도 몰라" 하는 자조가 흘러나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짐은 나도 폴란드인으로 바뀌어 가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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