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심리준비가 시작 되면서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북촌로로 번질 기미가 보인다. 촛불집회 주최 측에서 시위와 집회 장소를 헌재 앞으로 옮겨 촛불집회를 계속 이어 나갈 기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촛불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자칫 “촛불”의 저항은 법치를 부정하는 가장 반민주적 행태로 전락 될 수 있고 문 전 대표의 말은 법치국가의 사법 질서를 뒤흔드는 매우 선동적 발언이 될 수도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지난 10월 29일 시작된 촛불 집회가 12월 17일 8차에 걸쳐 계속이어 지고 있는 시점이다. 국회에서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12월 17일에는 헌재 앞에서 탄핵 찬반 세력이 동시에 집회를 열어 양측 간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야권의 대선 후보들까지 거리로 나와 혹시라도 촛불이 꺼질까봐 더욱 선동적인 발언과 박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늘여놓았다. 특히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이 결정 나더라도 박 대통령의 즉각적 하야를 위해 계속해서 촛불을 들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야당들도 공조의 기미를 보이며 이번 촛불시위를 최대한 이용하고 싶은 의도를 내비쳤다. 더 나아가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마저 탄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면서 황총리 흔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전 대표는 12월 16일 도울 김용옥씨와 가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국민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이 내린다면(헌재에서 기각되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말했고 다음 날 17일 울산 촛불집회에서는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 맡겨서 가능할 수 없고 ...이번에는 시민혁명을 완성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힘에 의존한 촛불집회의 연속성과 문재인 전 대표의 선동적 발언은 반민주적 그리고 법치체계를 뒤 흔드는 반국가적 행위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대통령 탄핵까지 가는 과정이 국민의 분노와 역량이 합해진 ‘촛불의 힘‘이라고 하지만 헌법적 가치를 초월한 초법적 발상과 발언은 있을 수 없다.

촛불집회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다. 다만, 헌재의 재판관을 공간적 물리적 압박을 통해 감성적 정치적 결과를 강요하거나 힘의 논리가 곧 국민의 요청이라는 식의 무법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 헌법 재판관의 의무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법률과 양심에 의해 심리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촛불의 민심이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법위반에 대해 분노하고 규탄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법을 부정하고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는 꼴이 된다. 이것은 순수한 촛불의 민의를 부정하고 왜곡시킬 수도 있다. 헌재 심리과정에서는 박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법률적 방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마녀사냥씩 여론몰이나 확실한 증거도 없이 오로지 격양된 분노로 증오와 미움의 배설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문 전대표의 ’시민혁명‘발언은 법치보다 힘을 앞세우는 논리라 무척 당혹스럽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한 말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는 법치국가를 의미하며 오로지 법에 의해서만 모든 기능이 작동된다.

대통령 탄핵결정 역시 헌재의 재판관들이 법이 정한 대로 판정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시민혁명‘과 ’시민정부‘라는 말로 헌재를 겁박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행태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어지럽게 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촛불’도 ‘야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이제 촛불을 들었던 시민과 슬며시 그 옆에 앉은 정치인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헌재에 맡기고 국정수습에 동참해야 한다. 어려운 난제를 풀기 위해선 우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기본은 헌법과 법률이다. 작금 정국주도권은 야권이 쥐고 있다. 정권탈환에 매몰되어 이 혼란 상황을 대선까지 이어가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황교안 권한대행에 협조하여 신속히 국정수습의 대책을 마련하는 수권정당의 책임의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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