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백지은 기자] 출판사 첫눈이 청민의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를 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누구나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외롭게 할 때, 누군가 너무 미워질 때,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면 사랑을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다.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분다. 또한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 우리는 상처받고 힘들어도 불어오는 사랑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애증, 질투, 분노, 슬픔, 미움, 두려움, 후회, 절망.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감정들이지만 이 감정들을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외한 어떤 단어로 모을 수 있을까.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에는 우리가 무심코 스쳤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를 만한 다채로운 감정들이 담겨 있다. 좋으면서도 밉고 미우면서도 마음이 쓰이던 감정, 떠올릴수록 애틋한 기억, 뭐라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고 나면, 다가올 사랑을 기대하게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은 2015년 다음 카카오가 주최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은 청민의 신작 에세이다. 문장 곳곳에 저자의 감성과 섬세한 시선이 배어 있다. 출근길에 스친 풍경을 묘사한 ‘출근길에 스치는 조각’은 무심결에 스칠 만한 작은 일상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저자는 “그 골목엔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아침 햇살이 아주 예쁘게 들어왔고, 부부는 매일 아침 새로운 햇살을 받으며 서로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한편으론 숭고하기까지 해 나는 늘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산책하는 부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고 쓰며 따뜻한 감성으로 세상을 엿본다.

저자는 애정을 담은 퉁명함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한다. “여전히 나는 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그때 제리를 살려준 것을 내내 후회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친구들의 괴롭힘에서 동생을 지켜준 일을 회상한 대목이다. 자칫 우울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모의 간이식 수술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묘사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오빠에게 간이식 이야기를 전하는 이모부의 모습이 꼭 별주부전의 거북이 같았다. 용왕님을 살리기 위해 토끼의 간을 가져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 토끼가 아들이라니.” 원작과는 달리 용왕님과 토끼를 사랑하는 거북이의 마음이 애틋하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사랑이 없는 줄 알았던 곳에서도 여전히 사랑이 불고, 나에게도 불어오고 있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이별 후에 마음 아픈 사람, 인생이 버겁기만 한 사람, 사랑이 어렵다고만 느낀 사람에게 한 줄기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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