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호철 대표이사 “산자부 내 항공과 신설 돼야”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항공기 구조물 제작업체 (주)율곡(위호철 대표이사)이 미국 스피릿항공사(Spirit Aerosystems)와 보잉 B737·B767·B777·B787 기종 항공기 부품과 소조립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총 260개 부품으로 1억200만달러(약 1170억원) 규모다. 놀라운 수주 금액만큼 중소기업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항공업체와 직접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에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KAI의 동반성장, (주)율곡의 직접 수주로 이어져
삭막한 국내 경기 속에 최근 항공분야에서 희소식이 들렸다. 바로 (주)율곡이 미국 스피릿항공사로부터 1억200만달러 규모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 전무후무한 소식이었다. 축하 전화와 함께 어렵사리 인터뷰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위호철 대표이사의 첫 마디는 “KAI의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쾌거가 있었다”며 “우리 회사가 직접 납품의 첫 사례를 남겼지만, 그간 KAI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얻어 제2 제3의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공로를 KAI에게 돌렸다.
그의 말대로, KAI는 항공산업 중소·대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현 KAI 하성용 사장은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적정수준의 이익금을 동반성장 기금으로 매년 출연하는 등 중소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특히 중소협력업체가 직접 수주를 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 양성을 지원했고, 기능과 기술을 전수, 사업관리 능력도 가르쳤다. KAI 소속 직원도 파견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이 직접 수주가 불가능한 이유로 꼽혔던 자재 직구매 전환사업을 추진했고, 우수과제 기술이전도 해왔다.
위호철 대표이사는 “중소업체들이 규모가 커지면 KAI랑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하지만 KAI는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먼저 생각했고, 협력업체들의 지원에 적극 나서 오늘과 같은 결과가 있게 됐다. 타 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 “경남테크노파크 수출지원단의 적극적인 노력에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남테크노파크는 항공부품수출지원단을 꾸려 (주)율곡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10여 차례 마케팅 활동을 펼쳤고, 해외 주요 항공사 바이어가 올 때면 사업장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상담이 이뤄지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과감한 투자, 철저한 준비
“항공산업은 타 산업분야와는 달리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해야 한다. 민항기를 넘어 향후에는 우주가 될 사업이다. 당장 민수가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실상은 민수가 움직이는 시기가 따로 있으며, 이제부터 시작이 될 듯하다.” (주)율곡 위호철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물량이 이동하는 시기가 5년 주기로, 이제 이동할 차례란다. (주)율곡의 경우 KAI의 협조 속에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덕분에 최근과 같은 직접 수주가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위호철 대표이사는 “몇 년 전 스피릿항공사가 단가인하를 못해 KAI가 이들 물량 전부를 수주했다. 두 회사의 규모는 스피릿항공사가 민수 매출로 볼 때 10배 정도 크지만, 준비를 못했던 결과다”며 “이 같은 사실을 직면하고 단가 인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간의 결실을 통해 올해 수출 목표를 5억달러로 잡았다”고 밝혔다.
실제 (주)율곡은 수입에 의존하던 스파코드를 국산화하는 등 기술개발에 적극 나섰고, 첨단 장비 도입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제조공정 관리시스템 MES를 구축하기도 했다. MES는 환경의 실시간 모니터링, 제어, 물류 및 작업내역 추적 관리, 상태파악, 불량관리 등에 초점을 맞춘 현장 시스템이다. 올해에는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재구축할 계획이다. 덕분에 (주)율곡은 가격경쟁력을 갖추며 제2의 도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위호철 대표이사는 “가장 자신있는 부분 하나만 보고 지금까지 왔다. 또 최신 설비 구축에 앞장서 투자해 온 것이 성장의 열쇠가 됐다”며 “올해부터는 사회환원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항공산업에 진입하려는 회사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항공산업은 IN이 있다면 바로 PUT이 나오는 산업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부가가치로 이어진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현재와 같은 조선업 위기로 지속된 국내 경기 침체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위호철 대표이사는 현재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이 0.6%로, 아주 미비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점유율을 볼 때 정부의 관심만 따른다면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항공산업은 현존하는 모든 기술이 들어가 있으며, 4차산업에 들어가 있는 만큼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공기는 한 번 도입되면 20~30년 운용되기에 그간 정비나 추가 부품공급 등 판매비의 최소 1.5배되는 이익이 남는다고 알려졌다. 들어가는 부품은 자동차가 2만 개 정도인데 반해 항공기는 30만개다. 즉 신규 일자리 창출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위 대표이사는 “항공산업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직도에서도 느낄 수 있다”며 “석탄산업과는 있지만 항공의 경우는 자동차항공과로 마치 집이 없는 느낌이 든다”고 한탄했다. 만약 항공과라는 내 집이 있다면 인테리어도 하고 투자해 이쁘게 가꿀 수 있지만, 현재 자동차와 더부살이를 하니 항공만의 특별한 지원정책이 없다.
다행히 희망적인 일도 있다. 지난해 연말 김규환 국회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의 첨단항공우주산업,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는 등 여야 의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2일 열린 토론회에서 무한한 우주와 세계 각국을 잇는 항공 산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중장기적 로드맵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김규환 의원은 “토론회에서 모아진 소중한 의견을 모아 항공우주산업의 눈부신 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의 기업이 세계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라며 항공우주산업 육성에 적극 나설 것을 예고했다. 3월에도 이 같은 토론회가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으로, 항공인들이 바라는 선진항공국 건설이 눈 앞에 이어질지도 모르는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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