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인한 병폐, 사법부의 불신까지 이어져"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사법부 개혁의 목소리는 대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서 한국의 사법 신뢰도는 34개국 중 33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대변하는 서적이 출간 돼 화제다. 현직 변호사가 직접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쇄신하자는 차원에서 과거의 옛 모습을 담아 현실을 꼬집었다. 저자인 문성근 변호사는 “악법은 악의 탈을 쓴 법이 아니고 법의 탈을 쓴 악이며, 잘못된 관행이나 법을 고민과 사색 없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와 백성을 골병들게 한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삼포시대’...국가 도약의 발판 되길
지난해 6월 오늘을 움직일 혁신적인 역사소설 ‘삼포시대’가 출간됐다.

저자는 문성근 변호사다.
역사학자가 아닌 변호사가 역사소설을 출간한 것부터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놀랄 수 밖에 없다. 현 사회의 부조리를 주인공 ‘문영학’이 겪은 권력층들의 부패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삼포시대의 배경은 조선 역사 속 삼포(부산, 울산, 진해) 개항으로, 외국과 왕성한 자유무역이 이뤄졌던 시대로 임진왜란 전후 시대다. 당시 조선시대의 잘못된 법과 제도로 부조리가 만연했고, 부귀영화만을 꿈꾸는 일부 양반들의 어리석은 형태와 왜곡된 법과 제도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파란만장한 삶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이 철저하게 유린되고 있었다.
주인공 문영학은 무고로 인해 아버지가 사형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가게 되는 등 주요 시점마다 무고로 인한 사건이 등장한다. 실제 이 시대에는 무고를 부추기는 풍토로, 역모를 신고하면 노비가 양민이 되고, 죄를 저지른 양반의 재산 절반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문제는 오늘 날까지 무고로 인한 병폐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성근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유독 무고가 많다”며 “고소·고발 비율이 인구 대비 일본의 150배에 달할 정도”라며 “이런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결국 사법 불신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라면서 “삼포시대를 통해 이런 현실을 꼬집고, 국가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견제와 비판이 필요
삼포시대. 오늘 날의 의미는 취업과 연애, 결혼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소설의 삼포시대와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자유무역으로 물질적으로 풍족했다. 노비에게 100일 넘는 출산휴가를 줄 정도로 인권도 보장 돼 있었다. 현재는 어떤가.

조선시대보다 자유와 권리가 보장된 시대이지만, 암울한 의미의 삼포시대를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성근 변호사는 “우리 청년들은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왜 꿈과 희망이 없을까. 기성세대의 책임이며, 잘못된 법과 제도의 모순이 어떤 시대적 아픔을 낳는지, 이런 세상을 변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에서도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법률 만능주의에 빠진 현 시대를 꼬집고 있다. 또 조선말기의 통제사회에 비유해 일본에 의해 패망 하게 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문성근 변호사는 “책에서 말하는 새로운 해석과 함께 현 시대를 살아가는 혜안이 되길 바란다”면서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차별이 사라지고 권력에 대한 비판이 가능한 초일류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함을 시사했다. 

-역사소설 ‘삼포시대’를 출간한 이유는. 

(문성근 변호사 어린시절, 가족사진)

▼ 변호사이자 교수로 일하다 새로운 세계를 접해보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 1년 반쯤 후 서울로 와 해외자원개발과 국제금융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외국의 문화와 법체계를 접하게 됐다. 비현실적인 법망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사실 변호사가 평생 판례 하나 바꾸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편이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개인블로그에 소설을 올렸는데, 이것이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출판을 권유했고, 삼포시대 3권까지 출판하게 됐다.부산의 한 출판사가 문 변호사의 소설을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 현재까지 발간된 책은 전체 이야기의 절반 정도다. 한시바삐 마무리 지어 독자들에게 결말을 얘기하고 싶다. 다행히 변호사 업무 외에 틈날 때 마다 작업한 것이 4, 5권을 새롭게 출판하게 됐다. 7월 7일 출판기념회를 가지는 데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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