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들의 염원을 담은 사업 착수...부산 축구의 재도약 예고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정정복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왼쪽 5번째) 등 주요 내빈들이 축하 케익의 초를 불면서 부산축구협회의 발전을 응원했다.)

스포츠 도시, 구도 부산이 야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축구 도시로 다시 한번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지난 15일 해운대구 파크하얏트부산에서 열린 제21대 부산시축구협회장 취임식 열기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신임 정정복 회장이 취임사에서 “소통하는 협회, 개혁을 통해 축구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단합된 협회를 만들겠다”는 포부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부산 축구팬들의 바람대로 A매치가 부산에서 자주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축구의 열기를 다시 쏘아 올린다
과거 부산에서 축구의 인기는 독보적이었다. 부산 축구의 성지인 구덕운동장에서 부산시민들의 뜨거운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열기는 고스란히 동호회 활동으로 이어졌고, 축구인들은 넘쳐났다. 축구협회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엘리트 축구의 성장은 발빨랐고, 이어진 실업팀과 프로팀의 성적도 뛰어났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승’을 안겨준 도시로, 축구협회의 위상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최근 부산 축구인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부산 축구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정정복 회장의 적극적인 광폭의 행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정 회장은 취임 후 축구협회와 생활체육으로 이원화 돼 있던 사무실 공간을 하나로 합쳐 화합의 계기를 만들었다. 

(정정복 회장)

또 어릴 때부터 축구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실내 풋살경기장’도 건립한다. 현재 전포동에 1호점으로 유아와 저학년을 위한 풋살경기장 및 놀이기구 설치와 관련해 굵직한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정 회장은 “강한 햇빛 탓에 부모들이 축구를 시키려하지 않는다. 만약 어릴 때부터 축구공을 가지고 논다면 분명 축구와 친숙해질 것이고 향후 뛰어난 선수도 배출할 수 있다”며 “1호점을 시작으로, 점차 각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구인들의 염원인 구장 관리도 축구인들이 맡을 수 있도록 구군을 찾아 협조를 구하고 있다. 현재 축구장 관리를 일반인들이 하고 있는데, 축구인들이 맡으면 보다 효율적이고 직접적인 관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경비와 관련한 채용도 이뤄질 수 있어 축구인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화합을 위해 우리 고유의 상부상조 전통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정 회장은 로타리클럽을 통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는데, 제주 지역의 경우 1인당 1만원을 적립해 회원들의 관혼상제시 기금을 출연하고 있으며 금액만 6,000여만원이다. 개인별로 봤을 때는 1만원은 부담없는 금액이며, 길흉사가 생길 시 큰 금액이 한 번에 들어올 수 있어 회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축구협회에도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하고 상부상조 정신을 잇겠다는 계획이다.
정정복 회장은 “축구협회는 축구인들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 동안 해오지 못한 세부적인 일들을 찾고, 축구인들이 원하는 부분들을 경청하고 개선해 나가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전용구장 설립, 부산의 위상 높일 것
실질적인 계획들을 세워 달려간 탓일까, 지난 15일 정정복 회장 취임식의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넘쳐났다.
이날 환호성을 연발하는 부산 축구인들을 비롯해 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전 축구선수,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 박재호 국회의원,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엄홍길 대장(산악인), 공병수 부산시불교신도회장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에서 정정복 회장은 “부산축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협회를 개혁하고, 조직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협회의 개혁을 통해 축구인 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단합된 부산광역시 축구협회를 만들어 갈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축구인 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상부상조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협회의 발전을 위해 발전기금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사단법인화 추진도 내세웠다. 정 회장은 “열악한 재정난 해소를 위해서는 뜻 있는 기업인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사단법인화가 되면 기업들의 후원이 쉬워지며, 기금을 통해 엘리트 체육 육성과 생활체육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민들을 위한 전국대회 유치도 약속했다. 협회장기와 청룡기, MBC배 전국대회 유치,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프로아마추어 축구대회 신설 등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정 회장의 발언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도 힘을 실어줬다.  정몽규 회장은 “새롭게 변화하고 크게 도약할 부산축구협회에 기대가 크다”며 “신임회장과 부산 축구팬들의 바람대로 A매치가 부산에서 자주 열려 우리 대표팀이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부산시민들에게 보여드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의 구단주로서 팀을 빨리 1부 리그로 올려서 부산의 축구 부흥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 “대표팀과 K리그만이 아니라 유소년을 비롯한 아마추어 축구를 위한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며 “부산에 축구전용구장이 없는데 정정복 신임회장과 잘 의논 후 꼭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은 제2 도시이자, 인구 360만명의 광역시다. 하지만 축구전용구장이 없다. 전용구장 건립은 축구인들의 염원을 떠나 겨울철 따뜻한 온도로 인해 동계훈련지로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중국, 러시아 등에서 전지훈련 장소로 부산을 택한다면 그에 따른 수익은 막대하다.

건강 악화, 꿈은 잃었지만 희망이 함께 해
부산 축구의 재도약을 견인하고 있는 정정복 회장은 현재 (주)서융기업집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기업은 부산의 핵심 상권에 주상복합건물을 시공하고 임대업을 주로 하고 있다.
사실 정 회장의 주종은 주택건설업은 아니다.
건강이 좋지 못해 중학교를 남들보다 2년 늦게 들어갔고, 이후 검정고시를 거쳤다. 서울 모 대학에서 도강하며 하루 16~18시간씩 법 공부에 매진한 그였지만, 결국 건강악화로 포기하고 말았다. 당시 법률을 공부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현 유기준 국회의원과 로버트 할리가 국제법률사무소를 오픈할 당시 해양선박담당 사무장을 맡았다. 이때 익힌 선박과 관련한 법으로 인해 일종의 민간집행관인 ‘선박사무집행관’이 되어 새 사업을 시작했다.
벌기도 많이 벌었지만, 인심 좋기로 소문난 그였기에 떼인 돈도 많았다. 우연찮게 빚에 허덕이던 한 사업가에게 현금 대신 참치독항선을 받으면서 선단도 운영했다. 특유의 성실함과 운도 따르면서 선주로서 명성도 쌓았다.
2006년부터는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렸고, 오늘의 (주)서융기업집단을 만들었다. ‘서융’의 시작은 일본 문화가 다 들어가 있는 ‘화투’를 정정복 회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우리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정신과 꿈과 염원으로 표현된 한국형 화투로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벤처기업으로써 승승장구할 기회가 있었지만, 바다이야기 사건 등으로 보류됐다. 

해양경제연구소 설립할 것
정정복 회장이 새 사업을 시작함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늘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면성실함을 주무기로, 변화된 것에서 새로움을 찾고 끊임없이 학습을 이어온 것.
바쁜 패턴 속에서도 2012년에는 한국해양대학교 경제산업학부에 입학하기도 했다. 학부와 석사과정은 마쳤고, 현재는 박사과정에 있다.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그는 통큰 후원을 결정한다. 대학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 대학을 위해 10억원 상당의 건물을 지어 기부한 것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7월 착공했다. 연면적 585㎡, 지상 4층 규모로, 재직자 재교육과 연구시설 확충을 위한 시설로 사용되는 ‘경제산업학관’과 학생들의 휴게공간인 ‘현담라운지’로 구성돼 있다.
정정복 회장은 “앞으로 계획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해양경제연구소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현재 교수진들이 해양경제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 관련학과를 만들어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다양한 해석을 통해 해양경제의 방향을 도출해 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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