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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격 살인자’들의 몰카 범죄 공화국초소형 몰카의 진화. 여성들 집회로 나서. 정부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예정

    [사진=뉴스피플 일러스터]

    언제 어디서 그리고 내가 찍힐지 모른다는 공포의 몰카로 여성들에게 세상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안심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이처럼 잇따라 터지는 몰카 범죄에 어느 곳 하나 맘 편하게 갈 수 없다는 여성들의 분노는 수사의 성차별을 규탄하는 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변형카메라 등록제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한계점은 있어 보인다.

     

    몰카 범죄 급속도로 증가

    [시사뉴스피플=김은정기자] 얼마 전 A 대학교 화장실에 30대 남성이 침입해 몰래카메라 촬영을 시도하다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상한 낌새를 차린 여학생이 CCTV 확인 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 1주일 만에 남성을 검거했다. 이어 B 대학교 열람실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던 3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또 C 대학교 앞에 저렴한 가격으로 입소문이 났던 한 사진관에서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이 9개월간 여성 고객의 신체를 몰래 찍었던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몰카 범죄는 이처럼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7년 564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지난해 10년 사이에 약 6470건(잠정)으로 대폭 증가했다.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몰카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3.9%였던 불과했지만 2015년 24.9%를 기록했다.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촬영 장비가 오랜 기간 지능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나 휴대전화 카메라의 셔터음을 무음으로 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은 이제 약과의 수준이다. 화장실 벽에 뚫려있던 못 자국 구멍이나 나사가 박힌 곳에 쉽게 눈치 챌 수 없을 정도인 초소형 카메라가 몰카 범죄에 쓰인다. 그 외에도 USB 라이터 만년필 손목시계 자동차 열쇠 생수통 화재경보기 등에 초소형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작은 사이즈는 가로, 세로 각각 0.95㎝짜리도 팔리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초소형 카메라’나 ‘몰래카메라’를 입력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모텔 등의 민간 시설은 점검 의무 대상이 아닌데다, 그간 지자체나 경찰이 실시한 점검에서 몰카가 적발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인격 살인자’처벌, 솜방망이에 그쳐

    언제 어디서 찍힐지 모르는 몰카의 공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뒤늦게 몰카 피해를 알아도 SNS를 통해 삽시간에 영상과 사진이 전파되기 때문에 대처 방안이 사실상 없다. 한 번이라도 유출 피해를 당하게 되면 여성으로써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여성들의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2년 전 몰카 유포의 온상지인 불법성인 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됐지만, 여전히 성인물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이나 해외 성인사이트에 들어가면 수십 건에 달하는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정부가 불법촬영물 촬영 및 유통에 대해서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수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미국사이트에는 집에서 찍었다는 여자 형제의 영상부터 공공화장실 몰카 등 불법촬영물이 다수 올라와있고 판매하는 이들도 다수이다. 특히 해당 사이트의 음란물들은 별도의 성인인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렇듯 해당 사이트는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된지 오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었기 때문에 이를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 피해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찍힌 영상이 삽시간에 퍼진 후 피해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현재 경찰 절차상 성범죄 피해자도 다른 범죄의 피해자처럼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직접 수집해 제출하도록 하는데 자신이 찍힌 촬영물을 직접 캡처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가 큰돈을 지불하고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지만 100% 삭제는 어렵다. 다행히 정부는 오는 9월부터 불법촬영 영상물 삭제비용을 국가가 가해자에게 받아낼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와 약한 처벌도 문제다. 몰카 범죄는 혐의가 인정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나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2010년 72.6%였던 기소율이 2016년 31.5%로 뚝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기소가 이뤄져도 실제 징역형까지 받는 경우는 5.3%에 불과하다. 몰카 가해자의 70% 가량이 100만원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현직판사가 지하철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에 그치기도 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한 현행법에서 처벌 대상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한 촬영으로만 한정해 처벌에 한계가 있다. 일례로 지하철 안에서 약 50여건의 몰카를 촬영한 20대 남성에 대해서 2년 전 대법은 가슴 부위를 강조하거나 또는 윤곽선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한 게 아니라며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몰카 찌르개’의 등장

    불안한 여성들은 실리콘 등을 들고 다니며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공중화장실 칸막이벽에 뚫린 작은 구멍들을 휴지로 하나하나 막아두는 것에서 최근에는 일명 ‘몰카 찌르개’라 불리는 송곳과 실리콘 등으로 스스로 피해를 예방한다. SNS에는 ‘몰카 찌르개’ 인증샷이 유행할 정도이다. 심지어 몰카 탐지기 수요도 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약 100여종 수준으로 최저 20만 원대부터 최고 150만 원대까지 다양한 몰카탐지기가 판매되고 있으며 몰카 탐지기 관련 문의와 후기 글도 늘고 있다.

    여성들 외에도 지자체나 관공서도 불법촬영을 예방하기 위해 방안을 찾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 경찰들은 남구 내 공중화장실에서 몰카 피해를 예방하는 안심스티커를 비치했다. ‘몰카 마그미’로 불리는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안심스티커는 공중화장실 내부의 소형카메라가 설치됐을 것으로 의심 드는 구멍을 막을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공동체 치안’을 만들어보려는 실험인 빨간원 캠페인도 있다. 이 캠페인은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몰카 영상물을 보거나 찍지 않겠다는 운동으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경찰청과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LOUD·라우드)가 손잡고 처음 시작했다. 빨간 원 캠페인’에 참여 중인 카페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둘레에 주의·경고·금지의 메시지를 주는 빨간색의 얇은 원형 띠로 된 스티커를 무료로 나눠준다. 기존에는 스티커를 받으려면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우편을 신청해야 했는데 이런 불편에도 초기 제작한 6만개가 순식간에 동이 나 추가제작 하는 등 호응이 컸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사진=ytn 뉴스화면 캡쳐)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지난달 9일 서울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이화로터리까지 4차선 도로까지 주최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약 1만5000여 명)의 여성들이 운집했다. 5월 19일 1차 집회의 참가 인원(1만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에서 주최한 불법촬영(몰카) 편파 수사 규탄 집회이다. 집회는 이른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으로 불거진 성(性)차별적 편파 수사 논란에서 촉발됐다. 이들은 최근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모델을 몰래 촬영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경찰이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발생 25일 만에 기소가 이뤄졌는데 통상적인 몰카 범죄와 달리 가해자가 여성이라서 수사가 빨리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가자들은 편파 수사 규탄 외에도 몰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공권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몰카 찍는 놈·올린 놈·보는 놈 모두 구속 수사하라” 등의 구호는 그들의 분노를 잘 드러낸다.

    시위의 여세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법안 통과 등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3차 집회는 7월 7일에 개최되는데 근저에는 여성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몰카 공포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를 방문한 김부겸(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철성(왼쪽) 경찰청장, 정현백(오른쪽)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여성경찰관으로부터 전자파형 탐지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정부, 물통형 단추형 등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예정

    ‘몰카 범죄’에 대해 정부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5개 관계부처(교육부·법무부·행안부·여가부‧경찰청)는 장‧차관들과 차장이 공동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특별 메시지를 지난달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불법촬영과 성차별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우리 사회에서 불법촬영이 완전히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기관이 나서서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발표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 피해자 보호와 지원 등 대응체계가 가동되고 있으며, 앞으로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일상 속에서 제대로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책임지고 점검할 계획임을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물통형 카메라, 단추형 카메라 등 누구나 손쉽게 구입해 불법촬영에 악용할 수 있는 변형카메라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변형카메라를 제조·수입·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등록하도록 하고, 판매 이력 관리를 위한 이력정보시스템도 구축,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관련 법안들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영상 실시간 차단기술 개발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내년이면 유해 동영상에 대한 실시간 차단 시제품의 개발이 완료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불법촬영물을 편집 또는 변형하여 유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디앤에이(DNA) 필터링 기술 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목표이다.

    법무부는 미국, 일본 등과 양자 사법공조회의를 개최하고, 경찰청은 아동음란물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인 점에 착안하여 아동음란물을 우선 공략 과제로 정해서 해외 수사기관과 적극적인 공조 수사를 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여 해외사이트에 불법 영상물을 유포하는 자는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몰카’란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동국대 캠퍼스와 지하철 3호선 동국대 화장실에 몰카 탐지기 점검을 했다”며 “왜 이렇게 비열하고 무도한 짓을 하는지 정말 나쁘다, 앞으로 몰카를 찍다 걸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직권을 걸고 맹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법도 고칠 것이다. 법무부가 나서고 국회가 나서서 몰카범을 예방하고 추적하고 처벌하는 법률은 전부 통과시킬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품위를 지키겠다”며 “여성의 기본권조차도 못 지켜주는 사회라면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무책임과 외면, 방조가 있다는 뜻이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몰카 반드시 뿌리 뽑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번 정부의 ‘몰카 근절 대책’은 미흡했던 과거 정책보다는 발전했다. 하지만 ‘몰카’ 영상물의 가해자와 유포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불법 영상물은 계속 온라인상을 떠돌아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 때문에 몰카를 촬영·유포하는 것 외에도 영상을 다운받거나 보는 것 역시 심각한 가해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보는 행위를 ‘사이버 강간’이라 부르고도 있다. 몰카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선 보는 것도 ‘가해’ 행위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김은정 기자  connecting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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