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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쟁 격화“수용 찬성, 인도주의적 입장 견지”,“수용 반대, 우리국민이 먼저”, 정부 신중한 입장
    사진=시사뉴스피플 일러스트

    최근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의 집단 난민 신청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 반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70만 명(7월 15일 기준)을 넘어섰고 전국 곳곳에서 난민 수용 찬성과 반대의 극명한 시위가 엇갈렸다. 이렇게 찬반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이고 뚜렷한 대책이 시급해 보이는 시점이다. 

    [시사뉴스피플=김은정기자 ]

    예멘 난민, 제주에 급증

    우리 사회가 난민 수용 여부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1994년 이래 수만 명의 난민 신청자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많은 난민 신청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의 반응은 뜨겁다. 이번 논란은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온 500여 명의 예멘인 들이 망명을 신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이 먼 한국에 도착한 이유는 한국이 유엔 난민 협약에 가입해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UN에서는 난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민의 지위와 권리 등의 내용을 포함한 UN 난민지위협약을 체결했고 한국은 1991년 UN 난민지위협약에 가입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난민법은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 협약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토록 규정돼 있다. 국제 난민협약과 국내 난민법에 따라 정부는 이들의 난민 적격 여부를 심사해야 하고 심사 중 체류 자에게는 요건에 따라 생계·의료 등을 지원하게 돼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예멘 난민신청 수는 ▲1994~2013년 38명 ▲2014년 130명 ▲2015년 39명 ▲2016년 92명 ▲2017년 131명으로 총 430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만 552명이 난민신청을 해 현재 국내 예멘 난민 신청자 수는 982명으로 집계됐는데 난민 신청자 수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원이 제주도로 몰린 것이다.

    이렇게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급증한 까닭은 제주에 무사증 제도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와 제주를 운항하는 직항편이 운항을 시작하면서 예멘 난민들이 말레이시아를 떠나 제주로 향한다는 분석이다.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말 법무부는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예멘을 제주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인도적 입장에서 난민을 감싸야 한다는 입장과 브로커들을 통한 위장 입국이라는 의혹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난민 수용 반대 집회(사진=kbs뉴스 화면 캡쳐)

    ‘대한민국 국민이 먼저다’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두 번째 ‘난민법 폐지, 무사증 제도 폐지, 제주 예멘인 추방 촉구 집회’가 열렸다. 지난 6월 30일 서울과 제주에서 열렸던 1차 집회와 달리 광주, 전북 등으로 장소도 확대됐는데, 2차 집회 현장에서는 ‘가짜 난민들을 송환하라’, ‘대한민국 국민이 먼저다’ 등의 피켓이 등장했다.

    같은 날 제주도에서도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이 주최한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두 번째 반대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을 개정하라’, ‘무비자를 폐지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가짜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집회 소식을 들은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였으며 난민법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현장을 찾았다.

    또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난민 입국을 막아 달라’는 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15일 현재 71만5000여명에 이른다.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기로 한 20만 명을 훌쩍 넘었기에 곧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난민 수용 반대 측에서는 제주도에 온 예멘인 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한 위장 난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경제적 이주민이라고 주장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인식이 가장 크지만 이에 못지않게 잠재적 범죄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난민법 개정도 폐지하고 제주도의 무비자 입국 제도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엄격한 심사 통해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예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사회연구조사연구소는 지난달 16일 7월 정례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도에 들어와 있는 예멘 난민과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43.4%는 ‘취업 등 다른 의도로 들어왔기 때문에 난민이 아니’라고 말했고, 32.8%는 ‘자국의 내전을 피해 온 난민’, 23.8%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난민 수용 논란과 관련한 조사에서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70.2%)’는 의견이 우세였고, ‘난민은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수용 반대론이 16.9%, ‘인도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수용 찬성론이 10.7%로 나타났다.

    ‘난민수용 반대’ 혹은 ‘제한 수용’ 의견을 보인 응답자 867명(87.1%)은 거부감의 원인에 대해‘난민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44.7%)’을 가장 많이 꼽았고, 종교 및 문화적 갈등(21.9%), 난민에 의한 일자리 감소(15.6%), 난민 수용에 따른 세금 지출(10.7%)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저임금과 난민문제 등 주요현안과 관련해 마련한 7월 정례조사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14일 이틀에 걸쳐 유무선 RDD(무선 79.5%, 유선 20.5%)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수준, 응답률은 9.3%(유선전화면접 5.3%, 무선전화면접 11.5%)다. 2018년 6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지역,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www.ksoi.org)를 참조하면 된다.

    (사진=jtbc 뉴스화면 캡쳐)

    ‘난민 반대는 부당’

    주로 기독교 진보진영에 속한 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복음주의 운동 단체 22개가 지난달 16일 난민 신청을 한 제주 예멘인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에 힘써줄 것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는 난민신청 예멘인들에 대한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법과 절차에 따라 난민에 대한 지원과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①제 나라 위해 싸우지 왜 도망 왔느냐? ②그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 일자리 빼앗고 있다 ③위험한 범죄 집단, 테러리스트다 등 ‘난민 반대’의 근거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특히 ③번에 대해 성명은 “가장 설득력을 얻으며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가장 근거가 없는 괴담”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제 범죄율은 우리 국민보다 훨씬 낮고 지금 예멘난민들에게서도 위험한 행동이 보고된 사례는 전혀 없다”고 짚었다.

    이어 “더욱 슬픈 것은 이러한 가짜 뉴스를 증폭시키는데 우리 개신교인들의 이슬람혐오주의가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부정적 여론을 확산해 온 일부 개신교인에게 “출생 직후 헤롯의 위협을 피해 이스라엘을 떠난 예수도 ‘난민’이었음을 기억하고, 그리스도의 긍휼과 인애로 이웃 사랑에 앞장서자”고 전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뭇매를 받은 사람 중에 한 명은 배우 정우성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이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과 함께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 큰 요인이 됐다. 하지만 정우성은 계속된 비판에도 “여러분들의 생존권을 뺏어서 난민에게 주자는 게 아니라 나누자는 것”이라며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소신 발언을 굽히지 않았다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난민 반대가 자칫 부당한 인종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1차 심사에서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치고 또 3개월, 6개월마다 거주지 신고나, 취업 변경도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난민을 집단적으로 혐오하는 이면에 ‘반이슬람주의’와 ‘남성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제기한다. 또한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도 인종 차별적인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예멘 내전 참상(사진=jtbc뉴스화면 캡쳐)

    정부, 신중한 입장 보여

    아라비아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예멘은 아랍 국가 중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2015년부터 시작된 예멘 내전으로 그사이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예멘도 한 때 분단국가였는데 1950년에 남북이 통일되면서 군인 출신 살레 대통령이 무려 33년간 장기 집권했다. 2011년에 중동에 일어난 아랍의 봄으로 살레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서 축출되고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뉜 권력 투쟁으로 내전의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권력의 중심으로 시아파의 후티 반군이 점점 힘을 받자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 예멘을 폭격을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국제전이 됐다. 예멘의 인구는 2,800만 명 정도인데 폭격, 기아, 콜레라 등에 내몰린 긴급 지원 대상자가 2,070만 명이라는 통계다. 한 30만 명가량이 난민으로 추정되며 그 가운데 500여 명이 제주로 건너온 것이다.

    이에 정부도 난민 정책의 기조를 정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정부가 인권을 강조해온데다 지난 3월 마련한 대통령 개헌안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한 바 있다.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무작정 난민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한 편 중동 국가의 난민을 거부했다가 자칫 정부가 ‘반이슬람주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비춰져 세계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난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6월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6월1일부로 예멘을 무사증 불허 국가로 지정해 더 이상 예멘 난민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따로 정리해서 공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근 몇 년간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탈출한 300만 명가량의 난민이 유입된 유럽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안고 있는 중이다. 정치적으로 반(反)난민 정서를 토대로 지지를 얻는 극우 정치권이 급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난관 속에서도 유럽은 난민이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녹아들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120만 명 정도의 난민을 수용한 독일의 경우도 난민의 사회통합을 최대 화두로 삼고 있다.

    역시 많은 난민을 수용한 프랑스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테러와 난민 문제, 실업난 등으로 생긴 국론 분열을 겪었지만 얼마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승리하며 기쁨을 누렸다. 특히 프랑스팀이 대체로 이민자 또는 난민 출신 선수들로 구성돼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프랑스 대표팀은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그중 15명은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새롭게 떠오른 19세의 신예 킬리안 음바페 역시 아프리카 출신의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의 후손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이번 대회 골든 볼을 수상한 크로아티아의 주장 루카 모드리치는 물론 프랑스와 결승에서 맞붙은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 상당수도 난민 출신이었다. 이는 난민이나 이민자들이 잘 융화돼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 예로 꼽히기도 한다.

     

    혜안과 신중한 해결의 실마리 요구돼

    지난 6월 28일 법무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난민신청과 관련하여 국민들께서 우려하시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제주도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제주도에 예멘인 난민신청이 급증함에 따라 예멘인을 포함한 모든 난민신청자의 체류지를 제주도로 제한(출도제한)조치 하였으며,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예멘을 제주도 무사증불허국가로 지정하였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1994년부터 난민업무를 시작하여, 2013년에는 별도로 난민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난민협약과 난민법 상의 요건을 갖춘 진정한 난민을 보호해야 할 국제법 및 국내법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보호에 대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다만, 법무부는 국제적인 책무를 이행하면서도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는 총 4명(통역 2명 포함)이 난민심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직원 6명(통역 2명 포함)을 추가로 투입된 상태다. 이로서 심사기간은 기존 8개월에서 2 ~ 3개월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신속한 난민심사 절차진행과 함께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난민신청자에 대한 신원검증을 철저히 함으로써, 테러, 강력범죄 등 문제 소지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대응 방안으로 ▲난민법을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난민법 개정과 ▲심사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프라도 구축 ▲난민심판원을 신설하여 이의제기 절차를 대폭 간소화 ▲난민인정자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 등을 약속했다.

    끝으로 법무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이거나 과도한 혐오감을 보이는 것 모두 바람직하지 않으니 자제해 주기 바라며, 인터넷 등에서 일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이 유포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으니 현혹되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7월 18일 현재 제주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490명 가운데 24명이 인도적 차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거나 자진 출국한 상태이다. 심도 있는 면접을 통해 진행되는 난민 인정 첫 심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 중에 나올 전망이다. 자국우선주의와 국제사회의 책무 사이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혜안과 신중한 해결의 실마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은정 기자  connecting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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