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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정치권 전면에 나선 ‘올드보이’모두 참여정부에서 활약. 모험보다 협치와 안정에 방점. ‘세대교체’ 지연 비판도
    사진출처=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시사뉴스피플= 김은정기자] 여의도 정치권에 올드보이 바람이 불고 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여야 모두 지도부 개편 시기를 맞았는데 공교롭게도 과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주름을 잡았던 이들이 모두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풍부한 경륜과 온갖 정치적 풍파를 겪어온 이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정치 노장들의 등장, 안정을 택해

    문재인 정부 2기, 여야 정치권의 선택은 새로운 얼굴보다 정치 경륜이 풍부한 노장들이었다. 이들 중에서 1947년생의 손학규 대표가 가장 나이가 많고 그 뒤를 이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1952년생),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1953년생),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1954년생) 순이었다. 공교롭게도 4명의 인사들은 모두 참여정부에서 활약했는데 이해찬 대표는 국무총리로, 김병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정동영 대표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이렇게 2000년대 초반 정치권을 좌지우지했던 ‘올드보이’들이 문재인정부 2기를 맞으며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각 당이 향후 총선, 나아가 대선까지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으며 여야 모두 모험보다 안정적인 쪽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치인들의 이름이 일정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인식된 결과로 풀이된다.

    새 인물을 발굴하기 어려운 정치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각종 쟁점 및 민생법안, 국정감사 등이 포함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대표들이 정해짐에 따라 핵심 쟁점별로 각 당 대표의 성향이 드러날 전망이다. 물론 각 당 대표의 생각과 당의 핵심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이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쟁점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9월 정국 주도권 잡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적 경륜과 협치, 이해찬 대표

    지난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에 무려 7선 국회의원인 이해찬 대표가 당선됐다. 이해찬 대표는 앞서 언급했듯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이른바 ‘친문’에서 핵심인물로 분류돼 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42.88%의 득표율로 함께 출마한 송영길 의원과 김진표 의원을 10% 이상의 차이로 앞지르며 승기를 잡았다.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된 이 대표는 정치적 경륜과 안정성, 협치를 강점으로 한다. 이해찬 대표는 전당대회에 앞서 지난 8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려면 평상시에 당의 소통구조를 잘 만들고 또 당을 객관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 정치는 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오랫동안 정치를 했고 당을 잘 알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당의 위험요소가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잘 안다”며 정치의 안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취임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문제 등 문재인정부 핵심 국정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이다. 한 때 건강이상설도 있었지만 최고위원 회의를 전국에서 돌며 진행한다거나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하는 등 벅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통 이미지’도 오히려 청와대를 향해 집권여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할 말은 하는’, 소통 대표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는 평이 많다.

     

    김병준 위원장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겠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록 전당대회를 열지는 않았지만 당 대표격인 비상대책위원장에 김병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을 쇄신하겠다는 당의 의사가 임명의 배경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실제 김 위원장이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이 전망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자유한국당을 바꾸겠다고 다짐했으나 아직은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지 느긋한 혁신을 진행하는 중이다. 비대위의 첫 과제로 인적청산이라는 극단적 해법보다 ‘보수가치 재정립’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의원총회에서 “혁신비대위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역사 흐름에 맞는 국가 발전에 중요한 가치를 정립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라며 “치열한 토론과 논박·공방을 거쳐 그 가치를 우리 속에 체화시켜야 한다”고 보수 가치에 대한 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과 쇄신안 고민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황교안 전 총리와 귀국한 홍준표 전 대표 등의 정치 행보가 재개되며 당권 경쟁이 예상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진보적 민생주의’의 정동영 대표

    지난 8월 5일 민주평화당 당대표로 ‘진보적 민생주의’를 기치로 한 4선 정동영 의원이 당선됐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1차 정기 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정동영 의원은 68.57%의 지지를 얻어 ‘변화’와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3선의 유성엽, 초선의 최경환 의원을 큰 폭으로 앞섰다. 정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열린우리당 시절 두 차례 의장을 맡아 당을 이끈 바 있다. 2007년엔 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나서 당시 이명박 후보와 맞붙기도 했다.

    정 대표는 당의 노선에 대해서도 ‘현장 중심 정당’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8·5 전당대회에서 한 달 가까이 부산 조선소, 쌍용, 군산, 함평, 익산, 인천, 완도로 현장에 정의당보다 먼저 달려갔다”며 “저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문제도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면 이렇게 문제가 엉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 등 당내 핵심 선결과제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강원도 고성 국회 연수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 개회식에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올 정기국회에서 민주 평화당이 주도해서 똘똘 뭉쳐서 선거제도 개혁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운을 걸고 선거제도 개혁해서 평화당 확실히 있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감동으로 각인시키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그간 친 노동 행보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선 “민생에 좌우가 없다. 정의에 좌우가 어디 있나”라며 “임차인의 권리를 입법화하는 백년 가게 특별법이 좌는 아니다. 현장으로 내려가서 농민, 자영업자, 청년 등 정치적 약자인 사람들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 평화당이 할 일이고 존재 이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줄곧 당내 소통과 화합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정부대책을 합리적으로 견제, 비판하며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한다. 민주평화당으로서는 민주당과 차별화된 진보 정책으로 호남 민심을 되찾겠다는 전략이지만, 아직 지지율은 답보 수준이다.

     

    손학규 대표 “중도개혁”강조

    제3당으로서 존재감과 지지율 한자리수 극복을 해결해야 하는 바른미래당에서도 정치노장인 손학규 대표가 당선됐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27.0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신임 대표를 맡게 됐다. 손 대표는 풍부한 경륜으로 중도개혁에 적합하고, 협치와 안정적인 당 운영에 있어 가능성이 점 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여야 의원들을 넘나들며 두루 접촉해 ‘안정적 화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손학규 대표는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해 “지금 국민의 정치에서 안정된 경륜을 원하고 있다는 흐름”이라면서 “지금 실타래처럼 꼬인 정국을 풀고 여소야대 다당제에 의해서 날카로운 견제와 원숙한 타협 등을 이뤄내려면 연륜과 경험이 크게 필요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손 대표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 중도 개혁”이라며 “우리나라도 벌써 민주화가 된 것이 30년이고 해방되고 독립된 것이 70년이다. 그러면 성숙한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성숙한 정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드보이’도래의 근저는 협치와 안정

    여의도 정치권에 ‘올드보이 시대’가 도래한 배경의 근저에는 최근 가장 큰 화두인 협치와 안정성이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인 문희상 의장은 취임 당시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만4000건인데, 계류 중인 법안이 1만600건에 달해 협치가 중요한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 이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007년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들로 여야 대부분의 대표들이 모두 과거 참여정부와 인연을 가졌던 이들이다. 이들 ‘올드보이’들은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서로 각자 다른 당을 이끄는 대표로 만난만큼 당쟁을 막고 서로 타협의 공간을 만들 수 있어 정국이 과연 협치로 전환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9월 정기국회의 시대적 과제 중 하나는 협치”라며 “5당 대표 회동과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협치 국회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취임 후 현충원을 찾아 역대 전 대통령 들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뒤 “앞으로 협치와 개혁을 위해서 할 일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정치선배로서 경륜을 자랑하기에 향후 여야 협상력이 강화 될 거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생리를 잘 알기에 대화를 통한 주고 받기식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5당 대표 회담이 진행되면 협상 테이블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9월 정기 국회의 핵심 과제로 꼽은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과 지난 8월 임시국회에서 합의가 불발된 쟁점 법안이 오른다는 분석이다. 여야의 소모적인 대립으로 지난달 말 본회의에서 처리가 끝내 무산된 만큼 9월 정기 국회에서 5당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상황이다.

    협치와 함께 중요도가 높아지는 것은 안정적인 당 운영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의 여파로 함께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요즘에는 경제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정의당을 제외하면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지지율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협치와 안정감에 대한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지연시켰다는 비판도 극복해야 한다. ‘젊은정치’가 사라져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정치에 대한 반감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인재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번 정기국회는 돌아온 ‘올드보이’들이 이끄는 첫 정치 시험대다. 정국을 풀고, 여소야대 다당제 하에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풀어가야 한다.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부터 여야는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해찬 당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선 청와대와 같은 입장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나 한국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서도 이해찬 대표는 야당을 향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대화에 나와줄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지만 한국당은 결국 응하지 않았다. 소수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여야 대표 동행이 보수야당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가운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야 지도부를 향해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이들 올드보이들이 ‘꽃할배’ 같은 조화로움을 국민들에게 보여줄지 궁금하다.

     

    김은정 기자  connecting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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