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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악범죄 증가, 거세지는 심신미약 감형 폐지론강서 pc방 살인사건으로 대두. 심신미약 인정 사례 드물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영향
    사진=픽사베이 사진 일러스트

    [시사뉴스피플=김은정기자]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바로 심신미약 감형 문제 때문이다.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는 지난달 14일 오전 8시13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스물 한 살의 아르바이트생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밝힌 범행 동기는 “게임비 1000원을 돌려주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저지른 범행의 참혹성 때문인지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신상까지 공개된 그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범행 직후 공개된 CCTV를 본 이들이 가해자의 동생도 공범이라며 경찰의 대응 소홀을 지적해 서울경찰청장이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22일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피의자 이름과 나이, 얼굴이 공개됐다. 김 씨는 정신 감정을 받기 위해 치료감호소로 이송 전 기자들의 질문에 “죗값을 치르겠다”면서도 심신미약 주장과 관련해서는 “집에서 (진단서를)보낸 것”이라고 답했고 내내 다소 어눌한 말투를 보였지만, 동생이 공범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답하기도 했다. 김 씨는 앞으로 한 달간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사를 통해 심신미약 여부가 결정된다.

    최근 법원에서는 심신미약을 엄격히 인정하는 추세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매우 당연한 감형사유처럼 다뤄지기도 했다. 잔혹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조두순 사건’이다. 흉악범 조두순은 10년 전 경기도 안산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중상해를 입혔으나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1심 징역 15년에서 2심 12년으로 형이 줄었다. 죄질에 비해 형이 가볍다는 논란이 장기간 지속됐던 사건이며 심신미약자 감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촉발된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조두순은 2020년 12월 만기 출소한다.

    이밖에 2년 전 강남역 근처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 김 모씨도 조현병 등의 질환이 ‘온전한 정신 상태로 한 일로 보기 어렵다’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영향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가 우울증을 주장하는 가운데 심신미약 감형 조항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는 이유는 정신질환 범죄에 심신미약이 방패막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게시글이 10월 22일 오후 3시 기준 88만 명 넘겼다. 해당 글은 심신미약자에 대해 처벌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로 풀리게 하는 현행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동의 숫자를 기록했다.

    ‘강서 PC방 살인사건’ 초기 논란의 쟁점은 경찰의 초동 조치 미숙과 김성수 동생의 범행 가담 의혹이었다. 하지만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일파만파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희생된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심신미약을 내밀어 죄를 덜어보려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두순 사건처럼 만취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된 사례가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두순의 출소 반대 청원이 게재돼 50만 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답변에 나선 조국 민정수석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재심할 수 없다”고 청원에 답했다. 일사부재리란 이미 처벌 받은 죄에 대해 다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어 “전자발찌라는 위치추적 장치를 7년간 부착해야 하고, 5년간 신상정보가 공개된다”며 “주거 지역 제한, 특정 지역 출입 제한, 피해자 주변 접근 금지 등의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음주나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개선 요구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두순 사건처럼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감정과 맞지 않아 논란이 촉발된 경우가 많고 그 근저에는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여파라는 지적이다.

     

    형법 10조에 대한 개정안은 계류 중

    ‘조두순 사건’의 조두순이 만취를 이유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피의자가 정신병력을 범행 이유로 내세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심신미약 감형’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형법 제10조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며, 2항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돼 있다. 고의적인 범죄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10조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의도적으로 만든 책임 무능력 상황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심신미약 사례의 대부분이 만취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이고,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심신미약 감형 규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는 사실이다. 또한 만취 범죄는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심신미약 감형’ 내용이 담긴 형법 10조에 대한 개정안은 총 6건이다.

     

    사진=픽사베이, 일러스트

    실제 심신미약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어

    하지만 실제 심신미약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16년까지 접수된 형사 사건 160만 건 가운데, 실제로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는 0.02%인 305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 모양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딸의 친구를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환각·망각 증세가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판례에서 법원은 정신질환 자체보다 범행 당시와 전후 상황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심신미약의 기준도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감형이 불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정신질환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과 관련해서도 법관들은 단순한 우울증 등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김성수가 심신미약을 인정받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다. 금 의원은 “우리법에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이 인정이 되려면 환각이나 환청 같은 게 들려서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를 때”라며 “예를 들어서 사람을 물건으로 보고 때렸다거나 혹은 그걸 알기는 하는데 어떤 충동 장애 같은 것으로 자기 행동이 조절이 안 될 때 인정된다”고 짚었다. 이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우울증 약을 먹은 정도 가지고는 심신 미약이나 심신 상실이 인정되기가 어렵다”며 “심신미약이 인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치료가 되지 않아서 다시 이런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으면 치료 감호 선고를 받고 병원에 갇혀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형 규정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불거지지만 법조계에서는 현행 법체계상 폐지는 어렵고 규정을 보완하고 적용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은 위험

    한편 김성수 사건이 자칫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범죄자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0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강서구에서 일어난 강력범죄에 대한 봉직의협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협회는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도 아니다”라며 “치료받아야 하는 정신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받게 하고 처벌받아야 할 범죄가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가해자는 평소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중대한 범죄는 사회의 안전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엄중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히며 “정신질환과 심신미약은 동일선상에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심신미약 상태의 결정은 단순히 정신질환의 유무가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심도 있는 정신감정을 거쳐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 매우 전문적이고 특수한 과정을 거친다”며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과 심신미약상태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현재 가해자는 심신미약의 여부는 물론 정신감정을 통한 정확한 진단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해자의 범죄행위가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라거나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혼동해 마치 감형의 수단처럼 비추어지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 대한 또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심신미약 판단 절차에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봐야

    흉악범들이 심신미약을 면죄나 감형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여파로 불거진 거센 여론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가 특히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부에 불신이 팽배하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 감형의 조건이나 심신미약 판단 절차에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사에 앞서 단편적인 현장 영상을 바탕으로 ‘동생도 공범 아니냐’식의 여론 몰이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심신미약 판단에 엄격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속에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정 기자  connecting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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