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지 회장 “기업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 현재 국내 경제의 화두는 ‘최저임금제’와 ‘주 근로시간 52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점점 현실화되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가지 정책이 100%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서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낯뜨거운 상황 속출
실제 산업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중소기업융합 울산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글로벌CEO클럽 울산지회를 이끈 (주)에스앤비 이승지 회장은 “소통을 강조한 정권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우리 회사의 경우 수출 전선에 크게 차질이 빚었다”며 “인건비 상승이 주요요인인데,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최저임금은 박근혜정부 4년간 매년 평균 7% 넘게 올랐다. 이어 문재인 정권 들어 16.4% 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10.9%로 매년 두 자릿 수 상승폭을 그렸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넓혀가는 이유다.  
우수한 기술력에 자금 사정이 나은 기업들, 대기업의 협력업체의 경우는 해외공략으로 그나마 살길을 모색해보지만,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꿈도 못꾼다. 닥쳐오는 현실이 그들에게는 싸늘한 겨울 바람인 것이다.
이 회장은 “새해 첫 월급을 지급하면서 정말 낯뜨거웠다”고 회상했다. “우리 회사는 장기근속자가 많은데, 그들과 신입사원의 월급 격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신입사원을 최저임금에 맞추면 년수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급여를 줘야 하는데, 회사 사정상 여의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례는 타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협력업체 대표이사는 “숙련공 아버지와 이제 입사한 새내기 아들과 월급 차이가 없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현장의 실상”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일부 기업들은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베테랑 기술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당연히 신입사원 채용은 전무한 상황.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이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는데, 1분위 가구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17.7% 감소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이 회장은 “40대~50대의 경우는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이 있다”며 “사측은 이들에게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1만원 시대가 되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제조업 붕괴 현실화 될 것
주 근로시간 52시간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이 회장은 “기업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각 조직마다 경우의 수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정책적으로 묶는다면 회사를 경영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건설회사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일이 많을 떄는 시간 제약 없이 일하고, 비수기에는 충분한 휴식을 가진다. 단번에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최저임금과 52시간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절망이다. 돈을 벌러 멀리 타국까지 왔는데, 52시간에 막혀 임금은 오히려 줄게 된다. 한 편으로는 인건비가 싼 값에 업무효율이 떨어져도 외국인을 고용했지만, 이제 국내 노동자와 똑같은 급여를 줘야 한다면 과연 어느 업체가 고용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이승지 회장은 “현재 처한 상황 속에서는 다른 걸 찾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납품 단가는 몇 년 동안 그대로고 인건비는 오르니 버틸 재간이 없다”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주력 업종인 조선과 자동차의 부진 속에 협력업체들의 살길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정책까지 자유롭지 못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혹자가 말하는 제조업의 붕괴는 곧 현실이 될 것처럼 느껴진다.

불안한 국내 환경, 해외에서 해답 찾는다
이승지 회장이 경영하는 (주)에스앤비는 특수공법을 활용한 자동차 시트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의 자랑인 ‘열융착공법’은 카시트의 FOAM(접착제)을 녹여 점착시키는 방법으로, 천연가죽에 열을 가하지 않아 물성의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가죽과 FOAM이 1:1로 접착되기 때문에 주요 품질문제인 주름이 발생하지 않아 시트 외관의 품질을 향상시켜 고급화를 가능하게 한다.
우수한 기술력과 고품질을 바탕으로 선전을 이어갔지만, 불황의 여파에는 장사가 없었다. 남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포항상공회의소와 경북지식재산센터가 IP 스타기업을 대상으로 ‘IP경영진단·구축’ 지원사업을 2017년 펼쳤는데, 글로벌 IP 스타기업인 (주)에스앤비가 선정됐다.
경북지식재산센터는 이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업무프로세스 점검/개선 ▼지적재산권(IP) 업무프로세스 점검/개선 ▼지식재산경영 역량진단 및 체계구축의 과업목표를 설정하고 세부현안에 대해 집중점검했다.
이에 ‘기술연구소 조직체계’와 ‘R&D 기획관리’, ‘R&D 프로젝트관리’, ‘R&D 기술자산관리’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R&D 업무프로세스(기술개발 연구소 규정)를 별도로 신설하고,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기술연구소의 조직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또 ‘지식재산 조직체계’와 ‘조사/분석 업무절차’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지식재산관리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R&D 업무프로세스’를 통해 도출되는 R&D 결과물을 기술자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IP 업무프로세스’도 신설했다.
형식적으로 구비되어 있던 직무발명보상규정의 보상 금액을 현실화 하고 신설된 R&D 및 IP 업무프로세스와 통합함으로써 기업의 R&D 역량강화와 핵심특허 창출을 위한 사내 업무프로세스의 기본적인 플렛폼을 구축하고 보다 효율적인 지식재산경영 체계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주)에스앤비는 신설된 각 업무프로세스들과 그간 보유한 자동차산업 품질경영시스템인 IATF16949 인증규격의 업무분장과 추진체계와 동일한 추진체계를 갖추는 등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승지 회장은 “중소기업의 고질병이 자체 기술부재다. 다행히 이번 선정을 계기로 시스템과 매뉴얼, 컨설팅을 받게 되면서 연구개발 중심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주)에스앤비 신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특허도 등록했다. 나아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한편, (주)에스앤비는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을 바탕으로 늘 새로움을 갈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의 가치는 인재양성”이라며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갔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덕분에 우수한 기술력과 고품질로 고객사들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그는 지난 1월에도 멕시코를 다녀오는 등 국내의 어두운 그림자를 해외에서 이겨내고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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