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연예인들의 위법 행위 드러나. 경찰과의 유착 관계. 여야 정치권 공방은 계속돼

[시사뉴스피플=김은정기자]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업주와 경찰의 유착관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의 마약, 탈세, 성범죄 등 위법 행위까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경찰 등 권력기관과의 유착 의혹까지 확대되다 보니 사건이 ‘게이트’로까지 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을 비롯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등 연일 뜨거운 화두인 이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이들 사건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정치공방은 계속되고 있다.(기사 송고 시점 3월 21일)

사진출처=sbs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쳐

버닝썬 사건의 핵심 인물, 빅뱅의 승리

버닝썬 사건의 핵심 인물은 빅뱅의 승리이다. 승리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또 해외원정성매매알선, 해외상습도박, 경찰유착 탈세 및 클럽 버닝썬 관련 마약유통, 폭행, 성범죄, 탈세, 경찰유착 등의 의혹에도 연루돼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승리는 이른바 ‘버닝썬 사태’ 초반이었던 지난 2월 2일 “홍보를 담당하는 사내이사를 맡게 됐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클럽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었고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달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주장을 뒤집는 정황을 보도했다. 지난해 7월 7일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무마하려한 시도를 승리가 보고 받았다는 것이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은 지난해 7월7일 미성년자 아무개 씨가 버닝썬에서 부모 돈으로 1800만원을 결제해 경찰에 신고 됐는데, 강남서에서 아무개 씨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한 사건이다. 버닝썬 이성현 대표는 같은 달 전직 경찰관 강아무개 씨에게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달라며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에게 2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버닝썬은 영업정지 위기에 놓였지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강씨는 이와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현재 구속 수감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승리가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를) 보고받았다는 내용을 언급한 녹취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승리 측 변호인은 “승리가 사건이 발생한 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들었다. 이성현과 승리가 보고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의혹에 대한 녹취를 분석하며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투약과 관련해서도 조사가 재개됐다. 승리는 2월 27일 자진 출석 당시 마약 검사를 진행했고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승리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관계자의 진술과 정황을 확보해 지난 3월 18일 승리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승리는 마약 투약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승리와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승리의 입영연기가 결정되며 입대일이 3개월 뒤로 미뤄진 만큼 경찰 수사도 가속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버닝썬 사태’를 둘러싼 인물들

‘버닝썬 사태’의 시발점인 인물은 김상교 씨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24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성추행 위기의 여성을 보호하던 중 클럽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동 경찰은 피해자인 자신을 강압적으로 체포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런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하지만 클럽 관계자들과 경찰의 입장은 달랐다. 출동 경찰관은 김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으로 그를 고소한 상황이고 클럽 관계자들은 김씨가 되레 성추행 가해자라고 맞서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전날 김씨를 명예훼손 사건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김씨는 조사에 앞서 “이렇게 사태가 커지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피해자와 제보자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조사까지 마무리되면 김씨에게 적용된 다수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한편, 클럽 버닝썬의 직원으로 일하며 브이아이피(VIP) 고객에 마약을 유통했다는 혐의를 받는 중국인 ‘애나’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애나가 마약을 복용한 것은 물론, 버닝썬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들에게도 마약을 판매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 측은 “애나의 모발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마약류는 필로폰과 엑스터시, 아편과 대마초, 케타민 등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애나가 중국 손님들을 유치하고, 손님들이 마약을 가져와 같이 투약한 사실은 시인했다“며 “다만 마약을 유통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나는 지난해 9월에도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로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마약 투약 혐의는 인정되지만 초범이고 범행을 시인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것이다. 현재 그녀는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 투약·유통 혐의를 받는 버닝썬 이문호 대표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고, 서울중앙지법은 “마약류 투약, 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버닝썬 내 마약 유통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지만, 마약 검사에서는 일부 양성 반응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를 위해 전직 경찰관에게 건넨 돈에 대해 “이 공동대표 등을 상대로 자금 출처를 조사했으며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이 공동대표의 개인 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가수 정준영 씨에 대한 여론은 냉담했다. 정씨는 승리와 단체 대화방 친구로 그가 저지른 성범죄 행위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정씨는 지난 2015년 말부터 수개월 동안 승리 등과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룸살롱 등에서 상대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불법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이를 가수 승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 지인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정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하고 같은달 14일과 17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18일엔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정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인 정준영(사진=ytn 뉴스 캡쳐)

수사선상에 오른 경찰관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로 촉발한 경찰 유착 의혹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전·현직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내사를 받고 있거나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현직 경찰관만 현재 8명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금품 거래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된 전직경찰관 강모씨 외에도 또 유리홀딩스 전 대표인 유인석씨와 FT아일랜드 최종훈, 정준영 등 단체대화방 멤버들과 함께 ‘경찰총장’이라 부른 윤 모 총경의 유착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최종훈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씨가 지난해 초 윤 총경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했다. 이 자리에는 유리홀딩스 유 모 대표와 유 대표 부인 배우 박한별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17~2018년 윤 총경과 유씨 등이 함께 골프·식사를 한 것과 관련해 그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경찰은 최 씨가 말레이시아 주재관으로 근무 중인 윤 총경 부인 김 경정에게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K팝 공연 티켓을 마련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귀국해 조사받도록 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승리 등이 버닝썬 이전 개업해 운영한 몽키뮤지엄도 불법 변칙 영업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SBS ‘뉴스 8’은 “몽키뮤지엄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윤 총경이 수사 과정을 알아보는 등 이들 뒤를 봐준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몽키뮤지엄은 소매업으로 신고를 하고 무대를 설치하는 등 유흥주점으로 영업했다. 승리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우리도 별문제 없다는 소리네. 단속 뜨면 돈 좀 찔러주고”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여야 정치권 공방은 계속돼

지난달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최근 이슈가 된 주요사건에 철저히 수사하라는 여야의 요구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고, 한국당은 버닝썬 의혹으로 대기발령된 윤 총경과 청와대 연루 의혹을 파고들었다.

여당 의원들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사건에 집중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건설업자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서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김 전 차관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 여성 증언이나 경찰청장의 국회 발언을 보면, 김 전 차관의 무혐의 처분이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고위공직자의 일탈 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검증부실과 수사의혹부실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김학의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대표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고 장자연씨 관련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규명도 촉구하고 나서고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윤 모 총경이 청와대 근무 때도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 책임론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는 이 사건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세 사건(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비롯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및 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이들 사건에 검찰,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무부처 장관도 직접 나서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수사기관들이 부실수사를 하거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왔다”했으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범죄와 불법 자체를 즐기고 이를 자랑 삼아 조장하는 특권층의 반사회적 퇴폐 문화를 반드시 근절하겠다. 대형 클럽 주변 불법 행위에 대해 전국 지방경찰청을 일제히 투입해 단속함으로써 관련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버닝썬 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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