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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피플=김은정기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 판결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보복 파장이 거세다. 전국 곳곳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선 촛불집회가 열렸고, 전국의 시민들이 불매운동에 잇따라 참여하고 나섰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일본에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에서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기사 송고시점 7월 25일)

 

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은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4명에게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기업은 한·일청구권 협약 등을 들먹이며 이를 거부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7월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는데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성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이렇게 반도체 등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데 이어 한국을 화이트국가 그룹에서도 제외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문제와 연계시킨 건 현명치 못한 처사로 규정하며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본은 내내 발뺌을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당사에 나타났다. 전일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그는 이틀째 한국에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제징용과 관련이 없다며 “현재 최대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징용 판결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한국은 위안부 합의를 시작으로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린다.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19일 브리핑을 갖고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일본 측의 계속된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및 인권침해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판결을 내렸으며 민주국가로서 한국은 이러한 판결을 무시할 수도, 폐기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일측과 외교채널을 통한 통상적인 협의를 지속했다”며 “그런데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소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은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고 이는 WTO(세계무역기구),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발언한 자유무역 원칙과 글로벌 밸류 체인을 심각히 훼손한 조치라는 점에서 국제법 위반 주체는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측은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상황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키는 발언과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전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갈무리

정부와 여야 5당, 일본의 조치에 맞서 초당적인 힘 모으기로

7월 18일 청와대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에서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1년 4개월 만에 만나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후 일본의 조치에 맞서 초당적인 힘을 모으기로 했고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공통발표문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 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으며 “여야 당대표는 정부에 대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였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기로 한다.”고 했으며 “정부는 여야와 함께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둘러싼 입장 첨예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7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정청은 비상한 각오로 국제사회의 지지와 중재를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가 1단계 긴급 대응 국면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예단은 필요 없지만 7월 말에서 8월 초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서 일본 정부의 조치는 협정 위반이고 자유무역질서 근간을 흔드는 비정상적 경제보복이라는 것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런 비상시국에 자유한국당은 추경 처리는 물론이고 일본에 대해서도 친일적 생각을 계속해 정말 유감스럽다”며
일본 정부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행위를 하는데도 일본 정부를 견제할 생각은 안 하고 친일적 언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7월 24일 “사실상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바라는 길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현재 일본이 자행하고 있는 퇴행적 경제보복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위협이지만, 또 우리 문재인 정권의 대응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극복의 첫걸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국가적으로 총력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이 정권은 대책보다는 선동에 바쁘다. 국민을 편 가르는데 더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일본과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본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모두가 힘을 모아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지만 우리 기업과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우리는 일본에 오와비(사과)가 아닌 샤자이(사죄)를 원한다”

전국 곳곳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7월 2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101개 단체 1천여 명의 시민이 주한 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모여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과 아베 총리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고 참가자들은 머리 위로 대형 욱일기를 펼쳐 찢는 퍼포먼스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20~21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는 시민 수십 명이 불매운동 1인 시위를 벌였다.

일본의 대표 상품인 아사히 맥주, 기린 맥주는 한국에서 TV광고를 줄여가고 있다. 유니클로도 7월 들어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감소하며, 매상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불매운동이 얼마 안 갈 거라는 유니클로 측의 말이 전해지며 이미지는 악화됐다.

25일 일본 아사히신문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양국간 대립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내 일본산 불매운동이 일본 관광업계와 소매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일본산 불매운동의 여파를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선 학교의 일본 고교 수학여행·체험학습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9~10월 일본으로 체험학습을 떠나려던 초등학교 2곳과 고등학교 1곳이 장소를 각각 제주도와 싱가포르로 바꿨다고 밝혔다. 충북 괴산군은 2019 글로벌 청소년 해외연수를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었지만, 이번 일로 중국 상하이 쪽으로 연수 장소를 바꿨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지난달 23일 일본의 이른바 ‘경제보복 조처’를 규탄하며 일본 방문 중단과 일본교류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황명선 논산시장, 정천석 울산동구청장, 한범덕 청주시장, 원창묵 원주시장,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유동균 서울 마포구청장,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이 참석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에 대해 조속한 철회를 촉구한다”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경제전쟁을 도발한다면 전 국민과 함께 신물산장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철회될 때까지 공무수행을 위한 일본 방문을 중단할 것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경제보복으로 인한 불매운동의 열기는 영화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1일 간판을 내건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은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서 평점 테러를 당하는 중이며 24일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게시판에도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와 반대로 우리나라 역사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영풍문고는 ‘역사’ 관련 인문서의 판매량이 전주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등이 일본의 공식 사과 등을 촉구하기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섰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18일 ‘일본의 경제 규제 항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등을 촉구하는 온라인 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구글 등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서명운동은 8월 14일까지 진행한 뒤 취합해 광복 74주기인 15일 일본 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출처=청와대 페이스북

일본에 굽히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 지지율 상승으로

일본의 반도체 부품ㆍ소재 수출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이달 들어 대일본 수입과 수출이 모두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 부진 속에 전체 수출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22일 관세청의 ‘7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무역 보복 영향을 반영하듯 대일 수출ㆍ수입이 모두 감소했다. 이달 20일까지 일본으로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아시아 사무소를 지난 22~23일 방문해 이 같은 반응을 얻었다고 24일 밝혔다. 기재부는 이들과의 면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과거사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킨 보복조치로서 국제 무역질서에 위배되고, 주요 20개국(G20) 정신에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들은 “아직까지는 일본 조치의 경제적 영향이 제한적이나, 향후 조치가 심화될 경우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 및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50% 중반으로 올라서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의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2%포인트 오른 54.0%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2주째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정평가는 0.7%포인트 떨어진 42.4%였다. 긍·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1.6%포인트를 보이며,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리얼미터 측은 “지지율 상승세가 백색국가 제외 등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 가능성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불매운동을 포함한 반일 감정이 보수층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데 이어 청와대와 정부에 의한 일련의 대응 메시지와 활동이 여론의 신뢰를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일본에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기술 패권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신기술의 혁신 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지금의 어려움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업 혁신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2700억 원대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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