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식량 안보에 손 놓을 것인가”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한국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외식 메뉴인 한돈이 위협받고 있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 소주 한잔과 곁들인 삼겹살의 마력은 시름을 절로 잃게 만든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인 김치찌개, 두루치기 등 반찬으로 손색이 없는 한돈의 맛과 작별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은 형국이다.  

시름 깊어지는 ‘한돈’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한돈의 처지가 위태롭다.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무분별한 수입으로 식량안보를 망각하게 된 것. 지난해 처음으로 자급률 70%의 벽까지 무너졌다. 돼지고기 자급률은 2017년까지 75% 수준을 유지했었다.
농축산물이 정부고시로 가격이 결정 됐던 것이 1980년 후반부터 수요 공급에 따라 시장가격이 정해졌는데, 국내 소비의 부족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수입량이 극대화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돼지고기 국내 소비가 한해 140만톤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자리를 한돈이 95만톤 나머지 부족분을 수입한다. 그동안 자급률 70%가 유지됐던 것이 한돈의 부족분을 수입으로 대체해서 가격이 결정됐던 점이다. 그러나 한돈 생산량이 적어지지 않았는데도, 수입량은 대폭 늘어나면서 생산농가의 시름을 키웠다. 
한돈업계에서는 ‘식량안보를 무시한 처사’라고 규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돈농가를 먼저 생각한 정책이 우선돼야 우리 먹거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필리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이 국가는 1980년대 쌀 세계 1위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쌀 자급률이 급감함에 따라 2008년 배고픔에 뛰쳐나온 국민들로 유혈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빈민국으로 전락했다. 
양돈을 하고 있는 김 모씨는 “수입을 하더라도 국내에 필요한 만큼만 해야지, 무작위로 수입해서 시장에 풀면 생산농가나 유통업자 모두 다 죽어라는 뜻”이라면서 “정부는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돈농협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식량 자급률이 27% 선이었지만, 5년 후 23%로로 떨어지는 등 OECD 회원 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선진국이 자급률을 이유로 수입물량을 30%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우리나라도 그에 맞는 행정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돈협회 관계자도 “정부가 말만 농민을 생각한다고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품질 높은 한돈을 공급하기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농가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형할인점의 횡포
수입으로 몸살 앓은 한돈 업계는 최근 대형할인점의 횡포에 녹다운 됐다. 대형할인점의 경우 육가공 소비가 23%가 되는 최대 판매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최저입찰제를 도입함에 따라 납품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가 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농축산물에 대해 최저입찰제를 시행하는 곳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여름 성수기인 현 시점에서 대형할인점의 수입 돈육 판촉 강화도 한 몫을 했다. 이는 수입육 업체들이 이들과 함께 할인 행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적자 보면서 왜 납품하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구조상 대형할인점을 포기하면 생산물량을 처리할 곳이 없다. 개인업체의 경우에는 물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양돈농협의 경우는 조합원들이 있기에 물량을 줄일 수도 없다. 
양돈농협 관계자는 “한 때는 대형할인점에서 업체당 납품 물량을 정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하며, 과다 출혈경쟁을 유발시켰다.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원가 이하로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최근 대한한돈협회는 이사회를 갖고, 돼지고기를 주로 수입하는 대형 2차 육가공업체에 대해 돼지고기 수입량 감축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한 대형 유통점의 최저가 입찰로 인한 육가공업체들의 과다 출혈 경쟁이 한돈농가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등급에 따른 품질입찰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양돈농협 관계자는 “일본처럼 전수검사를 진행하던지, 수입업체와 상의해 물량을 줄여야 한다. 또한 원산지 관리를 철저히 해 한돈 농가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육이냐 한돈이냐 선택권은 사실 소비자에게 있다. 분명한 것은 정부에서 만큼은 식량문제를 안보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도 “생산자는 안전한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등 수입육에 맞서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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