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박정연 기자] 인구 팽창, 도시화, 에너지와 환경문제, 노화와 암, 인간의 수명 등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스케일>에 주목해보자. 세포부터 생태계, 도시, 사회관계망과 기업까지 살아있는 모든 것의 성장과 혁신, 노화와 죽음을 지배하는 패턴과 원리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던져 준다. 아마 당신은 책장을 덮고 나면 ‘스케일’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더욱 크고,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스케일 / 제프리 웨스트 지음 /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3만 원

생명, 도시, 기업을 아우르는 ‘규모’ 증감의 법칙
작은 동물과 큰 동물이 있다. 둘의 몸집은 2배 차이가 난다. 이때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도 2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75%만 늘어난다. 즉, 크기가 2배로 커질 때 25%의 에너지가 절약되는 것이다. 

쥐와 코끼리를 예로 들어보자. 코끼리는 쥐보다 1만 배 무거우며 세포 수도 1만 배 많다. 하지만 코끼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은 쥐의 1만 배가 아닌, 1천 배이다. 코끼리의 에너지 효율이 쥐의 에너지 효율보다 10배나 좋은 것이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놀랍게도 이러한 대사율 ‘규모’ 증감의 법칙은 포유류, 조류, 어류, 세균, 식물, 세포까지 포함한 거의 모든 생물의 분류군에 들어맞는다. 더욱 놀라운 점은 생물학적 유기체는 물론 도시, 기업과 같은 사회적 유기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도시의 경우 인구 증가에 따라 도로, 전선, 수도, 주유소 수와 같은 기반시설의 양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양상으로 증가한다. 인구가 2배로 늘면 필요한 주유소의 수는 85% 증가하여 15%가 절약된다. 또한 인구가 2배로 늘면 GDP, 임금과 같은 긍정적 지표는 물론 독감, 환자, 범죄건수와 같은 부정적 지표도 모두 2배보다 15% 더 늘어난다. 이것이 도시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이자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가 된다. 

그의 연구는 포유동물의 크기에 따른 ‘규모’ 증감의 법칙에서 시작하여 도시로, 기업으로 뻗어나간다. 이 법칙은 기이할 정도로 정확히 들어맞는다. 생명체와 도시, 기업의 규모가 그토록 동일한 양상으로 증가하는 ‘규모 증감’의 법칙을 쫓아가다 보면 세계에 대한 통찰이 열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서 노트
어느 포유동물이든 심장이 평생 뛰는 평균 횟수는 거의 같다. 생쥐처럼 작은 동물은 겨우 몇 년을 사는 반면, 고래 같은 거대한 포유동물은 100년 이상을 살 수 있음에도 심장이 뛰는 횟수는 거의 같다. (…) 이런 놀라운 규칙성은 서로 전혀 다르고 고도로 복잡한 이 모든 현상의 밑바탕에 공통된 개념 구조가 있으며, 동물과 식물, 인간의 사회적 행동, 도시, 기업의 동역학, 성장, 조직 체계가 사실상 비슷한 일반 법칙을 따름을 강하게 시사한다. _14p

도시는 놀라울 만큼 회복력을 지니며, 대다수는 존속해왔다. 70년 전 원자폭탄이 두 도시에 떨어졌지만, 그 도시들이 다시 번창하기까지 3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례를 생각해보라. 도시를 죽이기란 극도로 어렵다! 반면에 동물과 기업은 비교적 쉽게 죽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다 결국은 죽는다. _24p

도시가 더 클수록 임금도 올라가고, GDP도 커지고, 범죄 건수도 더 많아지고, 에이즈와 환자도 더 늘어나고, 식당도 더 많아지고, 특허 건수도 더 많아진다. 이 모든 것은 전 세계의 도시 체계들에서 1인당 기준으로 ‘15%의 규칙’을 따른다. 따라서 도시가 더 클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창출되고, 그 결과 평균적인 시민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착상이든 간에 더 많이 지니고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는 도시에 관한 희소식이자, 도시가 왜 그토록 매력적이고 유혹적인지를 말해준다. 
반면에 도시는 어두운 측면도 지니는데, 그 점은 나쁜 소식이다. 긍정적인 지표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보이는 부정적인 지표들도 도시가 커짐에 따라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도시 크기가 2배로 되면, 1인당 임금, 부, 혁신이 15% 증가하지만 범죄, 오염, 질병 건수도 그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은 모두 통합된 거의 예측 가능한 꾸러미 형태로 함께 온다. 사람은 더 많은 혁신과 기회와 임금과 활기에 이끌려서 더 큰 도시로 향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늘어난 쓰레기, 도둑, 장염, 에이즈와도 대면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_383p 

기업의 스케일링에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그 주요 척도 중 상당수가 도시처럼 초선형이 아니라 생물처럼 저선형으로 규모 증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도시보다 생물에 더 가까울 뿐 아니라, 혁신과 수확 체증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가 지배함을 시사한다. 이는 기업의 생활사, 특히 기업의 성장과 사망률에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생물학에서 저선형 스케일링은 한계가 있는 성장과 유한한 수명으로 이어지는 반면, 도시(그리고 경제)의 초선형 스케일링은 열린 성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업의 저선형 스케일링은 기업도 결국 성장을 멈추고 궁극적으로 죽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CEO들이 소중히 간직할 만한 예측은 아니다. _539~540p

▶저자 소개
지은이: 제프리 웨스트(Geoffrey B. West)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론물리학자. 복잡계 과학의 대부.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 스탠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샌타페이연구소의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물리학회 회원이며, 미국생태학회의 조지 머서 상, 옥스퍼드 대학의 웰던 기념상, 글렌재단의 글렌 상, 미국 물리학회의 레오실라르드 상을 받았다. 2006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었으며, 2017년 EBS 다큐멘터리 <비욘드>에 그의 연구가 소개되기도 했다.

옮긴이: 이한음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 번역한 책으로 <만들어진 신>, <조상 이야기>,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 <타임머신과 과학 좀 하는 로봇>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