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간 ‘쓰나미’,금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삼킨 허리케인 그리고 파키스탄 카슈미르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세계는 수십만명의 인명피해를 겪었다. 점점 잦아지는 엄청난 자연재해와 조류독감 등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적 대재앙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방비책은 없는 것일까?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동남아 ‘쓰나미’ 참사 한해를 돌이키며
오전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요란한 마찰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반사적으로 그는 몸을 일으켜 뛰쳐나갔다. 그의 눈앞엔 실로 믿기지 않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해일은 이미 도로를 넘어 마을을 집어삼키면서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높던 야자수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건물과 집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파도에 떠밀려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아스라한 비명을 들으며 그는 동물적으로 위쪽을 향해 달렸다. 그보다 빠른 해일은, 천만다행으로 약간 높은 지형에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던 그를 비껴가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해일 사정권 안에 있던 사람들 중 겨우 목숨을 건진 얼마 안 되는 생존자 대열에 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이 글을 쓰는 필자가 그 당시 몸소 겪은 악몽의 실화이다.
2004년 12월25일 밤10시경 태국 카오락, 탐라묵(부두이름)에서 현지인들과 조촐한 X-mas 파티를 즐기던 중 필자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카오락 씨뷰호텔에서 걸려온 전화내용은 다음날 10시로 약속되어있던 씨뷰호텔 에서의 미팅을 12시로 늦춰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이는 필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첫 번째 사건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호텔에서 해변 쪽으로 2㎞정도 떨어진 내 숙소로 돌아 온건 새벽1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여기서 나는 또 한번의 드라마틱한 생명의 연장선을 긋게 된다. 대부분의 리조트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있었던 숙소덕분에 내 운명은 그 끔찍했던 ‘쓰나미’의 죽음으로부터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비껴갈 수 있는 된 행운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disaster movies(재난영화)와도 같은 두 번째 사건이기도 했다. ‘쓰나미’로 명명되는 지진해일이 카오락을 집어 삼킨 것은 26일 오전10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다. 구름한점 없었던 청명한 날씨였다. 십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그 아름답던 휴양지 카오락 지역은 폭탄을 맞은 듯

▲ 한국에서 파견된 119구조대장과 함께선 필자
온통 폐허로 변해버렸다. 한마디로 ‘상황 끝’이었다. 모든 교통과 통신은 완전히 마비됐고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들뿐이었다. 주위엔 여기저기 시신들이 나뒹굴고 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처절한 구원의 손짓을 보내왔다. 사지가 온전한 사람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구조를 도왔다. 열 살 남짓한 한 서양 여자아이가 ‘맘’을 외치며 절규했다. 옷은 다 벗겨졌고 아이의 얼굴은 해일에 떠밀려오면서 깊이파인 상처로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팔다리가 부러져 따로 놀았다. 난 아이를 들쳐 업고 숙소 앞에 뉘이고 담요로 아이의 몸을 감싸주고 조금의 식수를 먹게 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고작 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 탈진해갔고 이곳저곳에서 안타깝게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난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건 오직 식수와 구급약이었다. 한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바닷물이 줄어들었고 그제서야 난 몸을 추스르고 도로변으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에너지 고갈로 인한 심한 갈증과 허기, 언제 또다시 닥칠지 모르는 해일의 공포는 내내 머릿속에서 용기와 싸우고 있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뻘과 나무들을 헤치며 전봇대를 이정표삼아 외부에서 접근이 용이한 남쪽(푸켓)방면으로 이동했다. 해변을 따라 즐비하던 건물, 리조트 등 인간이 만든 것이라곤 모두 사라지고,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구겨진 자동차와 건축쓰레기, 그리고 셀 수없이 많은 시체들뿐이었다. 얼핏 안을 들여다본 버스 안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차가 기운 쪽으로 뒤엉켜 모두 죽어있기도 했다. 힘든 걸음을 옮긴지 한참이 지나서야 씨뷰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의 상황은 더더욱 처참했다. 해변과 맞붙어있는 호텔들은 온데간데없고 주위엔 온통 시체들 뿐 이었다. 10시에 만약 내가 이곳에 있었더라면 나도 저들과 함께 이미 이세상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천운으로 난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재난 37시간 만에 필자는 씨수찻에서 내가 찾던 사람과 ‘킬링필드’와 같은 기적적인 눈물의 해후를 하게 된다.

지진해일 ‘쓰나미’ 의 발생과 전파
인도 수마트라해역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 동서남아시아 전 해역에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상 최악의 대참사는 실로 거스를 수 없는 엄청난 자연의 파괴력을 보여준 대재앙 이었다. 쓰나미는 큰 규모의 지진이나 해저 화산폭발 등에 의하여 해수가 수직적으로 변위되어 발생되는 거대한 규모의 파도로써 15m 내외(동남아 해일때에는 최대18m였음)를 말한다. 또한 메가쓰나미(mega tsunami)라 함은 해저화산의 대규모 폭팔이나 해저 지반이 대규모로 붕괴하면서 발생되는 것으로 파도의 높이가 500~750미터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그러면 강력한 지진은 왜 발생했고 또 어떻게 해일로 이어질까? 지진이 발생한 수마트라 해역은 유라시아 지각판과 인도·호주의 지각판이 만나는 곳이다. 2개의 거대한 땅덩이는 평소엔 팽팽하게 맞서 있다가 어느 한쪽의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런 해저지진에 뒤따르는 것이 바로 해일로 이어지는데 단층이 위, 아래로 어긋난 만큼 바닷물이 일렁이게 되고 그 여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깊은 바다에선 1~2미터에 불과하던 파도가 해안가로 접근할수록 급격하게 커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유발하게 된다. 특히 지진해일은 진행속도가 비행기의 속도와 비슷해 경보시스템이 없으면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해일은 지진과는 달리 해안에 닥칠 때까지 시간차가 있어 미리 준비하면 인명 및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동남아를 덮친 쓰나미로 인해 인명피해가 커진 것도 지진해일에 대비한 방재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쓰나미를 맞았던 카오락 지역역시 휴양지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경보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였다. 내 눈으로만 본 시신들만도 2,000구는 족히 넘었다. 대피방재시스템만 미리 갖춰져 있었더라면 인명피해 만큼은 현저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먼 거리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그 도착 시각을 예측할 수 있다. 가령 지진이 동해 북동부 해역(일본 북서근해)에서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지진해일은 60~90분 후에 동해안에 도달하므로 적절한 경보발표만 이루어진다면 30~60분정도는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지진발생 후 지진해일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해상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표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다. 또 이것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도 하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지진해일의 위력
지진해일은 태평양도 횡단한다. 1960년의 칠레 지진해일은 길이 800km, 폭 200km의 단층이 24m나 이동했던 지진이었다. 파장 약 700km, 파고 약 10m의 큰 해일이었다. 이 지진해일이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는 원인중 하나는 강력한 규모였다. 일본의 관측결과 해일은 단 20회의 상하운동을 반복하며 태평양을 횡단, 22시간 후에 동아시아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주된 원인은 지구가 둥근 이유를 들 수 있다. 북극으로부터 출발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어느 방향으로 향하여도 결국 남극에 도달할 수 있다. 칠레와 동아시아는 북극과 남극과의 관계와 같아서 태평양을 따라 이동할 경우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은 어느 방향으로 전파되어도 최종적으로는 그 반대방향인 동아시아에 반드시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경로로 칠레에서 발생된 지진해일이 동아시아에 처음 도달한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을 엄습한 해일은 일본의 북해도로부터 오키나와에 이르는 전 연안에서 5∼6m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혔다. 한국의 경우 이 지진해일은 일본열도가 완벽한 방파제 역할을 해줌으로써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문제는 일본 서측해안을 따라 분포하고 있는 단층대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지진해일에 의해 언제 어떠한 해일을 맞을지 장담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 이에 대한 준비의 첫 단계로 정부와 관련기관을 비롯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심과 대책마련이 실로중요하다. 어쩌면 우린 핵폭탄을 저만치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준 뉴올리언스 대재앙
지난 8월말 루이지애나주를 할퀴고 간 허리케인‘카트리나’는 미국에 엄청난 인적,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단일 사건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참사다. 하지만 자연재해라고 못 박기엔 사회·정치적 요인이 두드러진다. "카트리나는 분명히 자연재해다. 그러나 참사를 몇 배나 키운 것은 인간이다."월스트리트저널은 각종 사례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카트리나 참사를 '인재'로 규정했다. 환경역사학자 테오도르 스타인버그는"굳이 허리케인이 아니더라도 뉴올리언스는 자연재앙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했다. 인근 해안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9~1989년까지 20년간에 걸쳐 남부 해안지대를 마구잡이로 개발했다. 태풍이 닥치면 침수될 지역에 콘도와 호텔들이 들어섰다. 그런 과정은 자연재해로부터 재난을 방어해줄 자연요인인 산호초군과 모래섬 그리고 산림 등을 급속히 파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1930년 이후 제방과 운하를 잇따라 건설하면서 무려 5000㎢에 달하는 늪지가 사라졌다. 늪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방파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홍수발생시 물을 흡수할 자연적 완충장치를 제거한 꼴이 되었다. 제프릿마운트 캘리포니아대 지질학과 교수는 "5㎢의 늪지가 훼손될 때마다 태풍으로 인한 파고는 0.6m씩 상승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간이 재앙을 자초했다는 결론이다. 로저필케 콜로라도대 교수는 "만약 1926년 마이애미를 강타했던 규모의 허리케인이 재발했다면 당시보다 90배나 많은 피해가 났을 것이다"고 추산했다. 물론 지구 온난화도 큰 원인이다. 허리케인의 발생횟수는 70년대에 비해 비슷하지만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강도는 2~3배로 강해졌다.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전례 없이 컸던 것은 뉴올리언스가 루이지애나주의 최남단에 위치해 허리케인의 손쉬운 공격목표가 된 탓도 있었지만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 특수성과 뉴올리언스를 둘러싸고 있는 둑의 동쪽 두곳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둑이 무너지자 뉴올리언스의 특이한 '사발 효과(BOWL EFFECT: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도시를 둘러싼 둑이 무너져 내릴 경우 저지대인 도심 전체가 물로 넘쳐날 때까지 계속 물이 유입되는 현상)' 때문에 도시는 더 큰 재앙으로 이어졌다. 뉴올리언스의 둑은 그 자체로 재앙의 원인이었다. 둑이 만들어지면서 미시시피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의 길이 막혔다. 토사가 밀려나와 뉴올리언스 앞쪽 멕시코만에 쌓여 자연 방파제가 되는 길도 막혔다. 자연히 토사가 뉴올리언스 주변에 쌓여 도시가 해수면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심화 됐던 것이다.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운하와 펌프를 보완해 홍수통제 체제를 강화하고, 저지대에 사는 흑인 빈곤층을 보호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정부의 재정 지원 요청은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번번이 깎이거나 무시됐다. 결국 ‘4등급 허리케인’이라는 0.5%의 가능성이 현실화됐을 때, 뉴올리언스 일대는 무력(無力)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번재앙을 교훈삼아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간 잠재돼온 인종·경제적 차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늑장대응이니, 사전대비소홀이니 하는 비판도 제3세계 나라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더 큰 재난으로 번진원인은 어떤 이유로도 세계 최대경제대국으로서 있어서는 안 될 결과였다. 심각한 국내 갈등 요인은 방치한 채 이라크 침공과 치안에 쏟아 붓는 막대한 국력낭비에 대해 참사 이후 국제사회는 각종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부시 행정부에 대해 냉랭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렇게 자연재해는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증폭될 수 있음이 이번에 극명하게 나타났다. 카트리나 재해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교훈은 인류의 오만함, 즉 자연을 정복하여 다스리겠다는 자기중심적이며 이분법적 사고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우리나라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의 사정권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때문에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인재로 인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연재해에 대비한 다각저인 방비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카슈미르’ 대 지진참사
“잘랄라아아!”
신새벽, 어린아이의 외마디 비명이 산골짜기를 진동한다. 때를 같이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 무자파라바드는 순식간에 처참히 주저 않았다. 리히터 규모 7.6으로, 파키스탄 역사상 강도나 규모에서 가장 큰 지진이었다. 10월8일 파키스탄 북동부 지역을 강타한 지진의 진원지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95㎞,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주 스리나가르에서 북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의 지하 10㎞ 지점으로 밝혀졌다. 7.0 강도의 지진은 '메이저급' 지진으로 분류되며, 광범위한 지역에서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다. 이번 지진은 지역에 따라 30초∼1분간 강진이 발생한 후 14차례 정도 여진이 이어졌다. 이슬라마바드와 인근 라발핀디, 라호르, 페샤와르 등과 남서쪽으로 700㎞나 떨어진 아프간 국경 근처 ‘퀘타’까지 파키스탄 전역에서 감지됐다. 1947년 영국의 인도대륙 철수 후 파키스탄과 인도가 60년 가까이 분할 점령하며 지금도 끝나지 않은 분쟁을 벌여온 비극의 땅 ‘카슈미르’, 이번엔 그곳이 대재앙의 희생양이 됐다.

영원한 지구의적(敵) ‘지진(地震)’
8일 강진으로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파키스탄 북동부 지역은 2001년 인도 구자라트주 대지진 등 여러 차례 강진이 발생한 곳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남아시아 지역은 ‘판구조론(theory of technical plates)’으로 볼 때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이어서 지질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추가 강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경고해 왔다. ‘판구조론’은 거대한 지각을 형성하는 13개의 판이 지표와 지구 중심 핵 사이의 유연한 부분인 맨틀 위를 매우 느린 속도로 떠다니면서 서로 충돌하거나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 융기하며 지진이나 화산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이다. 지질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인도판’은 1년에 5cm씩 동북쪽으로 이동해 유라시아판 밑을 파고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세해 보이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가능케 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처럼 지진은 양 지각판이 끊임없이 충돌이 발생하며  에너지가 축적됐다가 이번처럼 히말라야 지층과 같은 지각 단층에서 일시에 분출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쓰나미’를 만들어낸 남아시아 지진도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환태평양 지진대의 인도네시아 안다만 단층에 균열을 일으켜 발생한 것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에너지 표출은 지진 발생으로 모두 이어지지 않지만 그 결과 보다 많은 에너지가 축적되면서 더욱 강력한 지진으로 발생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파키스탄 강진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이들 지역의 지질 분석자료를 근거로 여러차례 인도.파키스탄 북부 지역에서의 강진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지난 2001년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진은 히말라야 지층이 과거 500-700년간 단층현상이 없었으며 20세기에 발생한 몇차례 지진도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규모가 아주 작은 것이라며 이들 지역에 저장된 에너지가 강력한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인도‘구자라트’주에서 진도 7.9의 강진으로 1만4천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 1905년 인도 대지진(1만9천500명사망), 93년 인도‘마하라슈트’주 지진(1만여명사망)등 지진피해가 잇따랐다. 그러나 규모 7.6으로 기록된 이번 지진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학자들은 지진 강도 면에서는 당초 우려 수준보다는 낮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각단층에 축적된 에너지의량의 분출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관계로 과학자들이 이번 지진 이후에도 강도 면에서 수십배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카슈미르’지진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이 지역에는 추후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인구가 밀집한 갠지스 평야의 도시지역에 발생할 경우 사망자수는 10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난이 주는 교훈
“연약한 인간과 혹독한 자연”, 작가 '어네스트 지브로스키 Jr'은 '잠 못 이루는 행성'이란 제목에 이두 가지 의미를 이렇게 던진다. 하나는, 지구는 계속 요동치는 불안정한 물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 지구라는 행성에 붙어사는 소종족인 인간이 그 요동침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는 의미다. 대자연의 힘 앞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미약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잘 표현된 제목이다. 근래에 잦아지는 재앙들을 보면서 우리는 실질적인 자연환경보호와 함께 서양에서도 반성하기 시작한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탈피해 우리가 포용할 수 있는 상생의 전통문화를 되살려 내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자연재해로부터 결코 안심 할 수없는 곳이다. 삼면이 바다로 쌓여있고 우리의 이웃인 일본열도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있는 지진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명한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안에, 95년 일본고베를 강타한 지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각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지만 자연의 재해로부터 인재로 말미암아 더 큰 재앙으로 번지는 실수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