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우리도 스타”

아찔한 유니폼에 보기에도 위태위태한 뾰족구두, 뇌쇄적인 미소와 거침없는 포즈로 대표되는 레이싱걸. 뛰어난 외모와 수려한 몸매,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무장한 그녀들의 모습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모터스포츠의 꽃’이라는 집단적 지위에 만족했던 레이싱걸들은 온·오프라인의 자생적으로 생겨난 팬 카페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재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성아 기자

한국에서 카레이싱은 아직 이색 스포츠로 여겨지고 있지만,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이 크게 다르다. 대표적인 카레이싱 이벤트인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를 보려고 자동차 경주장에 몰려드는 사람은 연간 200만 명이 넘는다. 세계 150개가 넘는 나라에서 중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는 이보다 몇 배나 더 많다. 이 같은 인기는 연봉 800억 원의 사나이 미하엘 슈마허나 한 해 2,000억 원의 예산을 움직이는 F1 레이싱 팀의 경우를 보면 명확히 입증이 된다.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것은 그만큼의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카레이싱을 대중스포츠로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연예인들의 레이싱 팀 활동과 레이싱관련 영화제작 등 활발한 움직임으로 점차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레이싱 경기장에서 선수에게 양산을 씌어주고, 시상식장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해주는 레이싱걸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을 받고 있다.
2005서울모터쇼 이전에는 레이싱걸로 활동하는 이들은 약 130여명 정도였으나, 올 해 모토쇼를 통해 그 인원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실질적으로 레이싱걸은 내레이터 모델의 범주 안에 속한다. 레이싱 경기의 경우 평균 한 달에 세 번 정도 개최되고 모터쇼나 신차발표회, 박람회도 간간히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일만 해서는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레이싱걸은 코엑스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장에서 내레이터 모델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싱걸이 하는 일은 무척 고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하나같이 끼와 재능이 넘치는 진정한 프로들이다. 현재 4년 째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레이싱걸 최유정을 만나 그녀의 입문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레이싱걸을 하게 된 이유나 동기
A : 처음에는 패션쇼 모델을 했어요. 제 키가 172cm인데 모델로서는 작은 편에 속하죠. 그래서 쇼 모델을 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었어요. 여러 일을 하는 중에 잘 아는 분의 소개로 이 일을 하게 됐는데, 하다보니까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서요. 원래 꿈은 패션모델이었지만, 요즘은 워낙 키 큰 모델이 많아서 전 아무래도 불리하니까요.

Q. Good time & Bad time
Good time : 팬 카페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 정말 좋았어요. 제가 모터쇼 일을 하고 있으면 회원들이 와서 격려해주시고요. 레이싱 경기가 있을 때는 직접 팬들이 찾아와서 먹을 거를 주거나 사진을 함께 찍고, 선물을 주기도 하죠.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Bad time : 레이싱은 항상 똑같아요. 매우 덥거나 추울 때 하기 때문에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죠. 모터쇼 할 때는 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것은 없지만, 작년 부산 모터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여자들의 경쟁이나 시기, 질투 같은 것이 많았거든요. 그 당시, 제가 기아자동차 메인 모델로 섰는데 주위에서 말들이 많아서 좀 그랬어요. 그리고 인터넷 보면 상업용 사이트에 제 사진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그 사진을 보고 리플이 많이 올라오는데, 대부분 성적으로 절 비하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저는 괜찮은데, 가족들이 그걸 보고 가슴아파하는 걸 보면 너무 속상하죠.

Q. 이 일을 후회한 적은
A : 후회는 안 해요. 근데 올 해 레이싱 일은 안했는데, 솔직히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 레이싱걸이 성적, 상업적으로 많이 변해가고 있어서 옷도 너무 야하게 입히려하고, 그렇게 보여주는 거에 치중하는 게 아닌지. 처음 제가 레이싱걸 할 때와는 좀 달라진 것이 사실이거든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서 내년에 이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도 했어요. 내년에는 물론 할 생각지만, 올 해 레이싱 일을 쉬어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점점 일본을 따라가다 보니 상업화 되어가고 특히, 요즘 신인들을 보면 우리 때와는 참 달라요. 유니폼이나 더 튀려고 일부러 야한 포즈도 취하는 걸 보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죠.

Q. 한 달 수입과 자기관리
A :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한 달에 대기업의 부장급 정도의 돈을 번다고 생각하시데,  좀 과장된 부분이에요. 부지런하게 활동할 경우에는 400~500만 원 가량의 월수입을 올리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본다면 250만 원 정도인 것 같아요. 레이싱걸이란 직업은 경기장이나 모터쇼에서 항상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유지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건강과 몸매를 위해 신경 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죠.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약도 챙겨 먹고 있어요.

Q. 언제까지 활동할 생각이고, 그 이후의 계획
A : 앞으로 2~3년 정도요. 제가 2001년부터 레이싱걸을 시작했는데, 가장 예쁘고 화려할 때 까지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결혼을 하거나 서른이 넘은 언니들도 많은 활동을 하지만요. 그 이후에는 제가 패션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기회가 되면 개인 샵을 운영하고 싶어요. (최유정 팬 카페 http://cafe.daum.net/racingqueenyujung)

모터쇼, 신차발표회 등에서는 자동차를 더욱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해주고, 자동차 경주에서는 카레이서를 도와주는 보조업무와 경기장을 빛내주는 일을 하는 레이싱걸. 겉보기엔 화려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장시간 서서 인형처럼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싱걸은 자신의 가지고 있는 여성적인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동감 넘치는 건강한 웃음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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