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임보연 기자
그림제공/ <포스코 미술관> 큐레이터 김윤희 - 강미선 개인전

내 방의 창가에는 조그마한 화분이 하나 있다. 그 화분이 언제 처음으로 나의 방 창가에 놓이게 되었는지 기억에도 없다. 잊고 있다가 한 번씩 생각이 나면 흙에 물을 적셔 주고 햇빛이 좋은 날 햇빛을 쏘이게 해주고 바람이 좋은 날이면 신선한 공기를 한 번씩 마실 수 있게 해주는. 내가 그 화분에 심어진 꽃에게 한 일은 그것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놈은 신기하게도 야금야금 자라나 지금 화분의 크기에 비해서 너무 커져버린 것이 아닌가. 화분갈이를 해주어야 한다는데 아직 그에 어울릴만한 화분도 찾지 못했고 나의 게으름이 한몫하여 화분을 사러갈 시간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놈은 겨울 햇살에 여지없이 꽃을 한 송이 피웠다. 연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분홍색의 조그마한 꽃을 피웠다.
반가운 기분에 나와 한 방에서 동거 동락한 꽃의 일생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본다. 작은 씨앗에서 출발한 그 꽃은 어느 누구도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 단단한 씨앗 속에 그 여리고 아름다운 분홍빛의 희망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씨앗에서 터져 나온 연두 빛 줄기며 이슬 같은 잎이며 아기 입술 마냥 보드라운 꽃잎이며 지금 눈앞에 존재하여 보는 이에게 작은 감동을 준다.

강미선의 작품 중 인연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오랫동안 시선을 잡았다. 파란색의 점으로 이루어진 바탕에 하얀 도자기 형태의 빈 공간이 자꾸 마음의 빈 공간을 건드리는 듯하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1월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돌아왔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흘러갔다는 표현은 너무 슬프지 않은가. 다시 돌아왔으니 후회가 있다면 인생의 한 부분쯤은 수정해 보아도 되지 않겠는가.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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