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거리에서 숨을 멈추다
올림픽 양궁메달 석권의 숨은 공신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숨을 멈추고 선수들과 함께 과녁에 온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특히 240대 241이라는 점수차로 박빙의 승부를 겨루었던 결승전은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든 경기였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뒤에는 수많은 국민들의 성원과 함께 경기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노력이 함께 했다.

권순영 기자

우리나라의 양궁은 세계 속에서 우뚝 서있다. 다른 나라의 양궁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을 최대의 라이벌로 여기고 연습에 정진한다. 그리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들을 위하여 제작하는 활 역시 세계적인 솜씨를 자랑한다. 한국의 양궁산업, 그 중심에 서 있는 삼익스포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전원이 한국산 활을 사용했으며 그중 박성현, 장용호, 임동진, 박경모 선수가 경기 김포의 양궁 제조 전문업체인‘삼익스포츠’제품을 선택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탈리아 선수 마르코 갈리아조 선수 역시 삼익이라는 브랜드의 로고가 분명하게 찍힌 한국산 활을 사용하여 이목을 끌었다.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것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집중력, 국민들의 성원, 그리고 장인의 정신으로 활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국내산 활 역시 세계적 수준
양궁 제조업체‘삼익스포츠’의 이봉재 대표는 활을 한 번도 쏘아본 적이 없다는 의외의 말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활을 잘 쏘는 것이 아니라 활을 잘 만들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기반을 다져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길을 정한 이후에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걸어온 그의 외고집을 엿볼 수 있는 대화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양궁’이라는 두 단어가 쐐기처럼 박혀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하루가 모자라다는 이 대표이다. 활은 참으로 예민한 장비이기 때문에 어떤 소재를 이용해 활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성적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산 활이 외국산 활에 비해 디자인 측면에서는 세련되지 못할지라도 스피드 면에서는 그 우월성이 탁월하다. 한 국내 실업선수는 외국산 활의 스피드가 100이라고 본다면 국내산 활의 스피드는 102~103정도라는 평가를 할 정도이다.
물론 오늘날의 삼익스포츠가 있기까지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산 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박혀 있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하여 국산 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짐에 따라 국산품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삼익스포츠와 함께 한 선수들의 성적이 바로 이 회사 제품의 질을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애용하였으며 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이다. 이렇듯 국내 양궁 산업의 실질적인 공로자로서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삼익스포츠는 선수들의 신체 조건에 맞춘 전문가용뿐만 아니라 일반들이 사용하는 레저용 제품의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양궁의 대중 스포츠화를 위하여
그러나 양궁이 우리나라의 대표 종목으로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스포츠로서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이는 관련 시설의 부족과 국가 차원의 홍보 부족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생활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하여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하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회사에서는 생산비 절감을 위하여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다. 높은 인건비와 자재 값의 높은 가격으로 현재 공장의 90%이상이 중국으로 이전한 상태이다. 이로 인하여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인들이 양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삼익스포츠의 이봉재 대표는 양궁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국민들이 양궁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는 국내 양궁문화의 발전에 힘쓰고 있는 이들 중의 한 사람으로써 대중적인 스포츠로의 발전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묻는 기자에게“양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선수들 위주의 시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고 직접 즐기기에 좋은 스포츠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양궁의 대중화가 목표다.”라고 이야기한다. 양궁을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응원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활을 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로지 한 점을 응시하며 숨조차 멈추어 주변의 공기의 흐름마저도 미세하게 느껴질 때 활의 시위를 당겼던 손을 놓는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놓여지고 활이 자신의 몸에서 떠나는 순간, 선수들은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얼마만큼 활이 선수의 신체일부처럼 느껴지느냐에 따라 성적이 나오는 예민한 스포츠인 만큼 활을 만드는 그들의 손길 역시 미세하게 움직인다.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삼익스포츠와 함께 또 한번의 양궁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란 즐거운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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