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스웨덴에도 한류가

스웨덴통신원 김미정

추운나라 스웨덴에 한류바람이 따사롭게 불고 있다. 스웨덴에서 한국은 늘 일본, 중국, 심지어는 북한에 밀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은 일본 혹은 중국의 문화종속국으로, 북한과 서로 총을 겨누는 북한보다는 조금 잘사는 작은 나라로, 가끔 TV에 폭력적인 데모장면과 함께 소개되는 그런 나라였다. 이런 인식이 온 나라가 붉게 물든 2002년 월드컵 이후 역동적이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차별화된 고유의 색깔이 있는 문화국가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전역에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인지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난해 아시아영화주간에는 그 동안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세를 유지했던 일본, 중국영화를 제치고 한국영화가 7편으로 최고 많이 상영되기도 했다. 이제 스톡홀름 시내에는 지하철이며 광장에 붙여있는 한국영화 광고포스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주요 일간지에는 한국영화에 대한 소개와 논평이 이목을 끈다. 스웨덴어 번역이 이상해 한국영화인지 모르고 지나칠 때도 가끔은 있지만 말이다. 올 가을 장기 상영됐던 김기덕 감독의 '빈집'은 '아이언 3번'으로 번역되어 골프영화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11.17-27간 개최된 북유럽 최대 영화제인 제16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스톡홀름 국제영화제는 1990년 처음 개최되었으며 현재 FIAPF(국제영화 및 제작자협회)에 소속된 북유럽 유일의 국제영화제이다. 올해는 40여국에서 160여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한국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김기덕 감독의 '활'을 비롯하여 총6편이 상영되었다. 한국영화가 스톡홀름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에 여러 영화제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여세를 몰아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최민식이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에 충격을 받은 많은 스웨덴인들로부터 산낙지 요리에 관한 질문을 참 많이 받기도 했다. '여성들의 복수'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영화제의 타이틀 작품으로 선정되어 시작 전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또한 주연배우 이영애의 아리따운 자태가 돋보이는 포스터가 영화제 공식포스터로 지정되어 11월 한달 내내 스톡홀름 전 시내를 장식하였다. 포스터를 볼 때마다 가슴 한켠 뿌듯하면서도 서울시내를 걷는 듯한 착각에 잠시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올해 수상에는 실패하였으나 박찬욱 감독이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폐막작으로 선정된 '친절한 금자씨'의 특별상영회에 직접 참석하여 영화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였으며, 시상식에도 참석하여 직접 상을 수여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는 수상 실패에도 불구, 티켓판매 순위 2위를 차지하며 높은 인기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앞으로 영화를 발판으로 우리문화가 스웨덴 곳곳에 널리 소개되고 사랑받는 문화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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