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심장은 무쇠가 아니다
“남자들도 성폭력이 무서워요”

데미무어와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폭로’는 우리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회사 내에서의 성희롱에 의해 침해된 권리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남자가 여자를 성희롱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인, 여자가 권력을 이용하여 남자를 성희롱 하는 것을 보여준다.

신성아 기자

성폭력은 강간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음란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불쾌한 언어와 치근거림,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등 상대의 의사에 반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말한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행동제약도 간접적인 성폭력에 해당한다. 흔히, 젊은 여성들이 주로 피해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성폭력을‘성욕을 충동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라 보고, 대상을 우리사회에서 주로 성적으로 대상화되기 쉬운 20대 여성일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편견으로, 성폭력은 가해자의 권력을 폭력적으로 풀어내는 것과 밀접해 있고, 그 대상도 특정 연령대와 성별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중 30%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고, 20% 정도가 13~19세의 미성년자이다. 그리고 생후 만 4개월의 아기부터 70세 이상의 할머니까지 성폭력은 나이에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신체적·사회적 약자인 남자 어린이, 남자 청소년 등 소수의 남성도 성폭력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도 성폭력의 피해자이다
현대 사회에서 성인남성 성폭력 발생건수가 증가추세로 주로 남성 성폭력은 아동이나 군대, 직장 등의 상명하복 관계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남성의 특성상 자신의 깊은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습성이 있으며, 그러한 억제력이 남성에게 일관성을 주고, 집중력으로 문명을 창조함으로써 지속적인 사회활동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도 입을 다물고 있으므로 때로는 한 개인의 성품을 스스로 망가뜨리기도 한다. 가부장적 전통이 살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은 늘 강자로 군림해왔기 때문에 피해는 당연히 약한 쪽인 여성의 몫이었지만, 이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여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위축되어 피해당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성차별은 남녀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남성을 성폭력의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분명 존재해 왔지만 남자로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평생 아픔을 짊어지고 고통 속에 사는 이들이 있다. 피해자면서도 피해로 규정되지 않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그들은 남성성을 상실했다는 생각으로 여성피해자 못지않은 충격과 피해 속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성이 피해자인 성폭력의 겨우, 형법상으로는 강간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남성이 강간 혹은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실제 강간죄로 처벌받지 않고 강체 추행 등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또한 같은 남성에게 입은 피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신고율도 매우 낮으며, 가족에게도 수치스러워 알리지 못하는 그들을 도와줄 곳은 사회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당한 주위 상황들이 더욱 피해 이후에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준다. 성폭력은 폭력이다. 폭력은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남자의 힘이 약할 수 있으며, 여자의 힘이 셀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남성 성폭력 상담 사례
사례 1)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미혼인 남성은 아주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로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직장에서도 모든 여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간단한 성적인 발언이나 행동들이 자기도 모르게 나오고, 그러한 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생활화 되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직장 내에는 아주머니들이 아주 많은데, 아주머니들은 농도 짙은 성적인 발언을 자주 해 그는 순간 당황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을 마치고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중, 2~3명의 아주머니들이 샤워장을 들여다보며“총각 샤워해”라는 소리에 너무나 깜짝 놀라 얼른 샤워를 끝내게 된다. 그 사건으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은 그는 이후에도 직장에서 아주머니들과 얼굴이 마주치면 자신의 몸이 노출되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가 없었다. 이에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심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아주머니들에 대한 분노마저 생겼다고 한다. 계속적인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으로 그는 결국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사례 2) 아직 고등학생인 이 남자는 아파트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친하게 지내다 강간을 당했으며, 그 후로도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친구들과도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학생은 이런 생활이 싫어 거절하였으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그에게 동네에 소문을 퍼뜨리겠다는 협박으로 성관계를 계속 요구하기에 이른다. 이런 생활이 너무 싫어 상담을 하게 된 남학생은 가해자들에게 고소할 생각은 없지만 정말 부적절한 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자료제공 : 여성의 소리)

폭력의 상처는 순환 된다
남성 간 성폭력은 동성애 혐오 부분과 성폭력 피해자를 여성에 한정하는 법 규정 안에서 남성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다.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의 숫자에 관계없이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더라도 군인 개인의 성(性)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군대와 더불어 사회전반의 성(性)의식을 재고하여 성폭력예방에 주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이해부족과 둔감성이 성폭력을 재생산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하며, 학교 및 사회의 성교육은 군대 내의 성교육과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그로 인한 분노와 고통에도 불구하고‘남성인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힘든 감정을 외면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어떤 피해자도 수치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또한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부적절하거나 남자답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므로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피해로 인한 감정과 고통을 극복할 힘이 자신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 것은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폭력은 궁극적으로 정신폭력이다. 특별법으로 제정된 이유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성폭력은 인간의 품성을 파괴하는 범죄 중의 범죄이다. 따라서 성폭력이라 할 때, 인간품성에의 보호에 있어서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수백 년 동안 남자들은 피해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이제 시대는 달라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부정성을 통하여 분석과 이해를 돕고, 상생의 길을 찾는 방안은 범죄를 밝힘으로써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성폭력처벌법의 입법화과정처럼 말이다. 이제 남성의 성도 보호해야 하며,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실과 고통을 이해하여 그들을 위해 사회가 어떤 것을 해야 할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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