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潛龍),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다
시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권문용 강남구청장

미국에는 주지사가 대통령이 된 예가 제법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초단체장이 상급단체장이 된 예 조차 흔치 않다. 출마 자체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은 예도 없다. 당연히 낙선하리라는 선입관 때문일 것이다. 장난으로 출마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다 자신이 충분치는 않아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출마했을 거라는 전제 하에 이미 각종 매체의 포카스를 받고 있는 후보가 아닌 후보들을 만나 출마에 대한 그들의 자신감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허명(虛名)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민도(民度)는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담 / 윤양래 부장  정리/  이동원 기자   사진/ 양호운 기자

행정전문가, 권문용
기자 일행이 구청장실로 들어가 수인사를 나누자 마자 권구청장이 창가로 이끈다. 창밖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차장이 텅빈 이유를 알겠냐 한다. 시간이 너무 이르기 때문(당시 오전 10시였음)이 아니냐는 답에 권구청장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신있게 설명을 한다. ‘강남 주민은 구청사까지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 편안히 집안에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데 굳이 나올 일이 뭣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신행정 1번지, 바로 전자민원 서비스와 인터넷의 보이지 않는 마이더스의 손, 유비쿼터스 도시 강남구, 바로 권구청장의 지휘로 이루어 진 것이다. 인터넷 행정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받는 강남 구청은 전세계 55개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이며 미국의 시라큐스대학에서 전자정부의 성공적인 모델로서 강남구청을 선정해 1년 간의 연구 성과를 UN에 보고한 바 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권구청장은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발맞추어 공직자들에게 과감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이 그것인데 구청 공무원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동기를 부여 하고, 그들에게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스스로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경쟁을 통해 자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주민들을 만족시키는 공무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권구청장은 무엇보다도 시민들과 함께 꾸려가는 강남구청을 건설하기위해 공직수행의 새로운 청사진을 구축했다.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맞춤형 행정 서비스가 그것이다. 스스로를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라고 자부하는 구청장은 둘 사이의 차이를 응원단장과 축구선수로 규정지었다. 즉 행정가는 필드에서 직접 뛰는 축구선수와 같아서 직접 뛰다가 다치기도 하며 때로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부상을 당해도 능히 이겨 낼 수 있는 자가 바로 경륜과 철학이 있는 행정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응원단장으로 비유되며 이들의 역할은 선수들이 신이 나서 뛸 수 있게끔 분위기만 만들어 주는 것에 그쳐야지 직접 필드에 뛰어 들면 난장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권 구청장은“서울 시장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발전적인 비전을 이미 구상했고 그것을 실현시킬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행정 전문가인 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행정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엘리트의식을 타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겸손함과 봉사를 제일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공직자가 엘리트의식에 집착하면 주민들은 소외되고 소외된 주민들은 불만을 가질 것이고 이는 지방자치제의 궁극적인 목적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엘리트 일수록 봉사해야 하며 봉사만이 사회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권구청장은 자신도 구청장이 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권구청장은 이러한 마인드로 서울시민 전체를 상대로 봉사하길 원했다. 단체장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하며 멋있는 화음은 개성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 이루어 지는 것이므로 지휘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단체장으로서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떤 것을 들수 있는지요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단체장이란 직위는‘시민을 위해 일을 하고 봉사하는 자리다’라는 마음 가짐과 태도를 항상 염두해 두어야 모든 행정이 시민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이 우선이 되는 행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 구는 인터넷을 통해 주민 의견을 묻기도 하고, 구 홈페이지에 겸손한 결정, 공정한 결정, 깨끗한 결정, 실시간 결정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진정한 자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청장님의 재임기간동안 보람과 좌절은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재임기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든다면 강남 구청장으로서는 강남구를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전자정부를 만든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구청의 모든 공무원들이 헌신적이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5년부터 전자 정부의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강남구는 행정분야에서 21세기 대한민국 지방정부IT 및 인터넷 혁명시대를 주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남전자정부는 인터넷 행정시스템, 행정정보공개, 전자민주주의 등 크게 세가지 부문에서 추진 되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남구는 지방자치 이후 업무와 민원수요는 급증했으나 공무원 수는 95년 2014명에서 현재 1386명으로 655명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는 전자정부 구축을 통래 업무효율을 높이고 청사관리, 노점상 단속, 법무 업무, 도서관 관리 등을 민간에 이양하고, 동시에 공무원 자연감소와 신규채용 억제를 통한 점진적인 감축의 노력을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희망을 보기도 했지만 그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도 몸소 느꼈습니다. 지금도 많은 자치단체장과 지방공무원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역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하고 있는고, 저 자신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현재도 하고 있습니다
-강남 구청만의 특별한 행정 노하우는
우리 구청은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을 합니다, 거의 모든 사안을 투표에 의해 결정하기 대문에 직권으로 무엇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세우고 집행한다는 것, 이것이 강남만의 노하우고 이러한 밀착행정으로 지난 11년간을 무리없이 잘 이끌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진정한 자치가 되기위한 제도적 미비점을 꼽으신다면
민선자치 10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어느정도 기반이 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방자치가 정착, 성숙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 됩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를 든다면 그 하나는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여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큰 시급한 과제입니다. 기초 단체장의 정당 공천은 일부 지역에서 공천 헌금을 강요하는 현대판 매관매직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공천 헌금을 내기 위해 당선자가 공무원의 승진대가를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선거 때도 청도, 경산, 영천, 동대문 등이 물의를 빚은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기초 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는 고사하고 이를 기초지방의회의원까지 확대한 법을 만든 것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근본 뿌리를 훼손하는 입법권 남용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개선 노력없이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정당공천을 다시 유지하자는 것은‘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전 국민의 열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의 부실 재정이 문제인데 획기적인 방안이라도 있으신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거의 80:20 수준입니다. 그중 5%인 7조원을 가지고 전국 234개 시군구가 나누어 갖는 형편으로 중앙정부 중심의 재정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234개 시군구중 재정자립도 50% 미만인 시군구가211개로 90% 이상이며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시군구도 155개로 66%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시군구의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중앙과 지방정부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간의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공동세원으로 하여 지방으로 이양하는‘지방소비세의 도입’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이는 참여 정부가 지방분권 5개년 계획에서 재정분권의 핵심적 과제로서 제시하고 있기도 한 사항입니다. 2003년 기준 부가가치세 징수규모는 약38조원으로 20%를 지방으로 이양할 경우 연간 6조 6천억원의 지방세수 증대로 지방의 자주재정 확대에 기여합니다. 그 결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0:20에서 70:30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방분권과 행정창의성을 향상시켜 국가 경쟁력을 제고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방 소비세 도입으로 지방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경쟁력 있는 지자체를 이룰 수 있고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강남북의 불균형을 말할 때 교육의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은  
민주주의 본질 중 하나가 균등한 교육의 기회라고 생각 됩니다. 아브라함 링컨은‘열린 공간과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민주주의 본질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헌법도‘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여 교육에서 누구나 차별없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위 명문 학원은 강남구 대치동에  많이 몰려있습니다. 그래서 대치동의 우수강사 55명을 선발, 강남구의 45억 예산(주민투표로 동의를 얻은 것임)으로‘강남인터넷수능방송국’을 열었습니다. 선생님들도 거의 봉사하는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열성적으로 가르침에 임해 주셨습니다. 이로 인해 소외된 계층의 교육의 질이 월등하게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에 착안하여 만약 서울시장이 된다면 전국적인 양질의 인터넷수능교육을 실시하여 누구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을 열어 볼 것입니다. 강남구인터넷수능교육은 이런 면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실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는 없는지 반드시 짚어야할 문제들은 무었이 있는지요.
지방자치 실시 후, 혐오시설은 우리 지역에 절대 들어서서는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설은 반드시 유치하려는 지역이기주의가 지방자치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의 속성상 이러한 지역이기주의를 완전히 부정적인 것만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주민들에게 모든 절차를 공개하여 주민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주민들의 의식수준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문제점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다면 주민들은 충분히 자치단체의 입장과 어려운 점을 이해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지방 정부도 자기의 이해득실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좀더 넓은 시각에서 상호 협력을 통해 지역이기주의 문제를 해결 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 됩니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방폐장시설 설치 또는 큰 국가적 행사 개최나 대규모 기간시설 건설 등을 둘러싸고 지방정부간 상호비방과 갈등적 측면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지방자치의 존재의미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합니다. 지방자치 발전 자체에 큰 장애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시장에 당선된다면 어떤 행정을 펼칠 것입니까
지금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강남과 강북의 격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주택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복지, 문화 등에서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어 지역간, 계층간 위화감과 갈등은 앞으로 서울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11년 동안 강남구를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강북을 강남 같이!’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북지역의 우수교육시설, 복합 문화센터, 첨단연구소 등 강남에 비해 열악한 도시인프라를 구축하고 또한 중소규모의 평형대가 주를 이루는 6,70층까지 가능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여 충분한 녹지를 확보하고 그 단지 안에 복합문화센터 및 첨단 연구소를 유치하여 21세기 서울을 친환경 도시,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진도시로 발전시켜 싱가폴을 앞서는 동북아의 허브로 만들고 싶습니다.

선동정치가 아닌 실속정치로
권청장을 만나고 나오면서 왠지 그의 이야기를 다 듣지도 못하고 인터뷰를 끝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지껏 기자가 만나 보았던 여느 정치인과 달라서 일까? 늘 과장된 제스처와 포장된 자신감으로 기자를 압도하던 정치인들, 그리하여 그들의 말을 경청한다기 보다는 분위기에 한껏 취하여 충만한듯이 인터뷰를 끝내고 나와서 기사를 쓸 때 느꼈던 공허로움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과장되지 않은 말 속에서, 전혀 선동적이지 않은 그의 말 속에서 그의 진정성은 충분히 확인했으나 정해진 시간 때문에 다 듣지 못한 것만 같았다. 시민들과 밀착된 행정을 펼치고 싶다는 그의 말이 마음 속에 계속 여운처럼 맴돌았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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