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국 미국의 몰락 조짐
역사를 통해 세계를 제패한 무수한 제국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하나 같이 모두 다음 패권국에게 그 지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나라는 몰락과 동시에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고, 어떤 나라는 비록 사라지지는 않았더라도 패권국의 지위를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약소국으로 전락하여 겨우 국가의 명맥만 유지해 오는 나라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고대 바벨론제국, 페르시아제국, 희랍제국, 로마제국이 그러하였고 근대만 보더라도 포르투칼, 네덜란드, 대영제국 등이 그리하다, 현 미국의 패권 역시 언젠가는 다음 패권국에게 그 지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는 역사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다음 패권국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한국은 가능성이 없는가?
윤양래 기자
몰락을 경고하다
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던 1999년 12월의 어느 날, 프랑스의 권위지 르몽드에는 같은 제목의 사설 두 개가 나란히 실렸다. 제목은‘미국의 세기’로 같은데 한 사설에는 느낌표가, 다른 사설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였다는 것이 한 사설의 결론이라면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다른 사설의 메시지였다. 미국의 저명한 문명학자 모리스버만은‘미국문화의 몰락’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미국의 몰락조짐을 예견했는데 이 주장의 근거는 독일 철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저서 ‘서구의 몰락’에서 찾을 수 있다. 슈펭글러의 종말론적 역사관에 근거해 저자는 미국 몰락의 징후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즉, 부익부 빈익빈은 극에 달해 있으며, 미국의 중산층은 붕괴됐다. 둘째 사회보장제도가 위기에 빠져 있다. 셋째 반지성주의에 따른 지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문맹율이 급증했다. 넷째 상업주의 문화가 지배하는데 따른 정신적 황폐(정신적인 죽음, 문화의 저급화)함이 극심하다. 21세기 미국은 이미 이 네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둔재 생산국 미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미국 성인의 42%가 세계지도에서 일본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15%는 미국조차 찾지 못한다. 1996년 10월 설문조사에서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유권자가 10명 중 1명. 그 밖에도 한 토크쇼에서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인터뷰를 한 결과, 지구에 달이 몇 개 있는가 라는 질문에‘모르겠다’라고 대답한 학생(천문학 수업은 A학점이었다고 함)이 있는가 하면, 3의 제곱을 6 혹은 27이라고 대답한 경우도 있다. 일본의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도‘도쿄대생은 바보가 됐는가’라는 책에서 일본 대학생들의 무식함을 개탄한 적이 있는데, 일본의 추락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미국 지식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비슷한 경고를 했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은‘미국이 겉으로는 민주주의라는 화려한 장식을 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몇몇 기업이 권력을 휘두르는 과두정치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고, 사회비평가인 토머스 프랭크는‘인간 의식에 대한 시장의 화려한 승리’라며 ‘암흑시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영국 제4 텔레비젼은 미국이 로마제국의 멸망기와 닮은 점을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줄리어스 시저가 100만 명을 학살하고 골족을 정복했던 것처럼 미국도 체로키, 수족 등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서부를 개척했다. 로마는 최고의 훈련, 장비를 갖춘 군대를 자랑했다. 미국 국방예산은 미국 다음으로 예산이 많은 9개국을 더한 것보다 많고, 군사기술도 경쟁상대가 없다. 로마는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검투사 경기를 통해 세계에 힘을 보여줬고, 미국은 군사작전을 24시간 중계방송하며 같은 효과를 낸다. 미국 역사학자 찰머스 존슨은‘미국의 군사기지들은 과거 로마제국 식민지의 현대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190개 회원국 가운데 132개국에 군대를 배치해두고 있다. 로마제국 때 로마에서 교육을 받은 토지두브누스가 우두머리인 로마의 식민지 영국 서식스는 다른 곳과는 달리 반로마 봉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도 국내의 반미정서를 억누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사립학교에는 아랍 왕족과 미래의 남미, 아프리카 지도자들로 가득 차 있다. 로마의 변방에서는 특권과 풍요를 나눠 갖기를 바라는 변방 부족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이 한때 총애했던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미국 중앙정보국이 훈련시켰던 오사마 빈라덴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80년 그리스 왕 미스리다테스의 지시에 의해 8만 명의 로마인이 죽었다. 충격을 받은 로마인들은 9·11 동시테러 이후 미국인들처럼‘왜 우리가 그렇게 미움을 받고 있는가?’라고 똑같이 질문했다. 로마는 병력과 물자를 빨리 옮길 수 있는 곧은 방사선도로를 가졌다. 군사용으로 태어난 도로는 로마를 상업적으로 부흥시켰다. 로마의 곧은 도로는 미국에서 정보고속도로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인터넷도 군사 목적에서 시작돼 미국 경제의 중심이 됐다. 영국 원주민들은 로마식 겉옷과 목욕, 중앙난방을 노예화의 상징인지도 모른 채 좋아했다. 미국도 스타벅스,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으로 세계를 도배하고 세계인들은 무심코 즐긴다.
폭력국가 미국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 엠마누엘 토드는 미국 제국이 20세기 후반의 절정기를 지나 이제 몰락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의 외교적 일방주의와 무모한 군사행동은 바로 미국의 쇠퇴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데는 너무 크지만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 등이 아니라 이라크, 이란, 북한 등 약소국을 상대로 비디오 게임보다 조금 나은’연극적인 군사행동‘을 벌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산의 중심인 유라시아 대륙 강대국들로 하여금’미국 없는 균형‘을 추구하게 만든다. 교육과 인구 조절, 민주주의의 보급에 의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폭력에 의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에 대해 불신과 두려움을 갖게 됐다. 총체적으로 폭력화되어가는 미국의 폭력문제는 미국 영토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의 전쟁경제는’신세계질서,‘’세계화,‘’인권, 자유, 민주주의‘란 미명 하에 세계를 총체적으로 폭력화시켜가고 있다. 세상을 고통과 죽음으로 밀어 넣고 있는 미국의 구조적 사회문제인 폭력문제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외침략행위들에서 찾아 본다면 이라크와 콜롬비아는 아마 그 좋은 예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80년대 내내 미국의 온갖 제국주의적 만행과 횡포로 망가졌던 중미의 니카라구아가 그렇고 이라크도 90년대 내내 미국의 경제봉쇄와 학살만행에 시달리다 결국 미국의 무력에 후세인은 축출되고 나라는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미국의 폭력성은 북한과 쿠바에도 마찬가지인데 미국의 대북고립압살정책인 북(조선)죽이기와 역시 미국의 대쿠바고립압살정책인 쿠바죽이기로 인해 두 나라의 국민들이 끝 모를 고통과 비극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재정적자국, 미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은 엄청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적립해 두고 있다. 2005년 4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무려 2063억8000만 달러에 르렀다. 세계 4위 규모다. 1997년 12월, 204억 달러에서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자산은 1600억 달러 정도이며 특히 미국 국채가 7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일반적인 추산이다. 전체 미국 국채의 4% 규모다.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금융 세계화 시대, 기축 통화를 만들어 내는 미국은 그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인데 미국은 그렇게 아시아 나라들에서 빌린 돈으로 장기 호황을 이끌어 왔다. 그 돈으로 전쟁도 일으켰다 미국 경제는 빚으로 굴러간다. 수출이 계속 줄어들고 수입만 늘어나는데도 빚을 늘려가며 버티고 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일찌감치 무너졌겠지만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저축도 하지 않는다. 저축률이 1% 수준밖에 안 된다. 미국은 하루 평균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원을 외국에서 빌린다. 지난해의 경우 세계 저축의 80%가 미국으로 흘러들어 갔다. 미국 경제는 이미 빚을 내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 시스템이 돼 버린 것이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수입 물건을 사들이지 않으면 다른 나라 수출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수에 따라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미국에 돈을 빌려주고 미국은 그 돈으로 그 나라들에게서 물건을 산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은 언젠가 결국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나라든 어디든 미국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미국 국채가 쏟아져 나오면 달러가치는 폭락한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미국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늘어나면 자칫 세계 경제가 동반 몰락할 가능성도 있다. 1985년에도 그런 위기가 한번 있었다. 그때 미국은 일본을 설득해 일본 엔화의 환율을 절반으로 낮추는 합의를 끌어냈다. 그것이‘플라자 합의’다. 하루 아침에 일본 상품의 가격이 미국에서 두 배로 뛰어올랐고 미국이 일본에 진 빚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빚을 반으로 탕감해 준 셈인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의 10년 장기불황의 직접 원인이 바로‘플라자합의’인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3년 기준으로 2조60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6.3%로 플라자 합의 때 3.5%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머지않아 또 다른 플라자 합의가 나올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때문이다. 20년 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가 미국의 빚을 떠안지 않으면 세계 경제자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 희생양으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달러 환율을 8.28위엔으로 일정하게 묶어두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데 중국은 그런 위험에서 빗겨나 있다. 환율이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게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1620억 달러, 미국의 무역 적자 6171억 달러의 27%를 차지한다. 미국 상원의회는 올해 4월, 중국이 위엔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보복 관세를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이 환율을 낮춘다고 과연 미국과 세계 경제의 위기가 해결되느냐는 것이다. 1985년과 달리 지금의 위기는 중국이든 어느 다른 나라든 일방적인 희생으로 해결될 위기가 아니다. 미국이 저축도 없이 지나치게 많은 소비를 해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위기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이 그런 미국의 빚을 지나치게 많이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위기다. 미국의 적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제 그 빚을 더 받아줄 나라는 없고 또 그리 해 봐야 풀리지도 않는다. 미국이 중국에 위엔화 절상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나라들에게도 또 다른 플라자 합의를 요구하거나 통상 압력을 강요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군사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만큼 지금 미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그나마 미국이기에 이만큼 버텼던 것이지 다른 나라 같으면 진작에 외환위기를 맞고도 남았을 상황이다. 어떤 경우든 미국은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에 맞물려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의 소비시장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세계는 미국의 소비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분명한 것은 그런 성장이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의 몰락 이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무너진다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다.
극동동맹
미국의 압도적 지배력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40년은 더 간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우리 앞에는 엄청난 변화가 예고돼 있다.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머지않아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고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정상급의 경제대국이 될것이고 일본은 정상 국가를 향해 변신을 거듭할 것이다. 우리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혼란 속에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잃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라고 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미 성숙한 단계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정치의 혼란이 경제의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닌 국가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다. 반도체와 IT만으로는 세계 1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만일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같은 인물만 출현한다면, 아니 기다릴 것이 아니라 30~40년에 걸쳐 양성을 해서 한,중,일 3국을 유럽공동체처럼 만들 수만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하나의 연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주변국들의 역학관계가 변할 때마다 우리의 운명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외력에 의해서만 흔들려서는 안된다. 우리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그것도 자주적인 국가를 향해 조용히 힘을 키워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현재의 인기에 영합하는 지도자로는 안 된다. 멀리 보고, 외화내빈(外華內貧)을 삼가고 주체적이며 외국의 지도자마저도 설복시킬 수 있는 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리하여 20세기의 패권국 미국의 부재에도 끄떡않고 세계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