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이미지, 섹스와 ABBA?

스웨덴특파원 김미정

세계인이 인식하는 스웨덴에 대한 이미지는 오래 전부터 섹스와 자살이란 두 단어로 각인되어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스웨덴이란 나라 자체가 생소하기만 하다. 나 자신도 직접 이곳에 오기 전까진 추운 북구의 강인한 민족 바이킹의 후예가 휘몰아치는 바람을 이기며 거칠게 살고 있는 나라쯤으로 생각했었다. 물론 3년이 지난 지금 스웨덴이란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되는 이미지들이 서로 오버랩 되는 팔색조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최근 스웨덴의 외무부 직원인 Lars-Olof Lundberg가 실시한 한 앙케이트 조사에 의하면 세계인들에게 스웨덴은 여전히 자유분방한 섹스와 자살률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번 조사는 유럽을 비롯한 브라질, 중국, 미국, 인도 및 일본의 각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국가이미지 외에 외국인이 경험하는 스웨덴 사람은 열린 사고에, 효율적이며 정직, 신뢰할 수 있고 도덕관이 투철한 편이나, 한편으론 내성적이고, 유머감각이 없으며 우울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보고서는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스웨덴 대한 세계인이 인식하는 이미지를 총괄하였다. 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스웨덴이 산업발전과 중립국가 선언 등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1930년대 미국작가 Marquis Childs의 저서 “스웨덴, 중용의 길”은 스웨덴의 국가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50년대 전후특수로 유례없는 경제호황기를 맞은 스웨덴에 대해 질투인지 부러움의 산물인지 그리 달갑지 않은 두 가지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먼저, RFSU와 “그녀는 여름을 춤쳤다.”와 같은 영화가 스웨덴을 프리섹스의 천국으로 낙인 시켰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 Dwight Eisenhower는 자신의 선거 캠페인에서 그릇된 자료를 인용하여 스웨덴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널리 유표 시켰다. 그 후 냉전시대 종식과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중립국가로서 역할이 축소된 스웨덴은 세계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오늘날 스웨덴은 "MAMMA MIA" ABBA의 대중문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과 "안나 카레리나"의 그레타 가르보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금발 여성 및 자유분방한 섹스의 낭만적인 나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ABBA나 잉그리드 버그만이나 막연히 미국출신인 것으로 믿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일명 "북구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수려한 자연과 화려한 중세건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낭만적인 이면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만드는 "Volvo"와 "SAAB"로 대표되는 정확함과 치밀함이 세계최고 복지국가를 만든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00년간 전쟁 없이 평화롭게 지내온 덕분에 스웨덴, 스웨덴 국민이라는 국가의식 및 민족정체성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스웨덴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 개인과 기업의 개별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친근한 이미지로 세계인에 다가서고 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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