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앞으로도 춤을 계속 춰야할 것 같아요”

젊음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많다. 그러나 단 하나의 단어로 젊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에너지, 파워, 도전과 열정. 수식어들을 나열해보면 어떠한 공통점이 느껴질 것이다. 바로 폭발할 것 같은 세계이다. 그 폭발하는 힘을 춤이라는 통로를 통하여 뿜어내는 이들이 있다.

임보연 기자

b-boy 그들의 열정이 표현되는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들을 가두는 틀을 부수기 위해서, 몸에 속박되어 있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그들은 춤추고 춤추고 춤을 춘다.배틀이라는 규정되지 않은 세계에서 말이다.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 홍대 앞에 만들어진 비보이 전용극장으로 향했다.‘라스트 포 원’을 만나기 위해서 그들의 힘찬 비상을 보기 위해서 떨리는 마음을 안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보이들의 연습장을 찾다

‘라스트 포 원’은 2005년 독일 배틀오브더이어(Battle of the Year)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춤꾼들이다. 이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힙합댄스 대회 중 하나로 전 세계 20여 개국의 우승팀끼리 맞붙는 대회다.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관중이 2만 명 이상 몰리는 그야말로 젊음의 열정과 열기가 후끈거리는 곳이다. 그 곳에서 세계 최고의 비보이(비보이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춤꾼들이다)들을 제치고‘라스트 포 원’이 당당히 일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증과 함께 약간의 긴장감 있는 떨림으로 그들을 만나러 갔다. 처음 그들과 대면한 장소는 그들의 연습장이었다. 장판 하나 깔려있는 연습장에는 비트감 살아있는 음악이 흐르고 땀 흘리며 연습하는 비보이들이 있었다. 연습장 한 켠에서 그들의 연습을 지켜보았다. 아직 완전하게 동작들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수정하고 의견을 나누고 다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장에서 지켜본 그들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연습의 결과가 실제 공연에서는 멋진 무대로 거듭나고 있었다.

연습장에 빙 둘러앉다

연습 시간동안 그들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춤의 동작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하나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의 연습을 마치고 공연 전 인터뷰를 시작했다.
춤을 출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물었다. 리더와 나이가 동갑인 맏형 서주현은 이제 춤을 춘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는“음악을 느끼는데 집중할 뿐 이예요. 근심 걱정이 있을 때 춤을 추면 아무생각도 안 들죠.”라고 대답한다. 맏형인 서주현의 나이가 24살이면 나머지는 모두 그보다 어리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열정을 불살라버릴 무언가를 찾아내고 세계를 제패했다. 연습실에 계속 돌아가고 있던 카메라가 있었다. 알고 보니 MBC화제집중에서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담당 PD가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고 하기에 흔쾌히 협조했다. 덕분에 잠시 연습을 모두 쉬면서 춤을 추던 연습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격렬하게 연습들을 했건만 숨소리조차도 평온하다. 신기할 따름이다. 함께 둘러앉으니 나까지 포함하여 9명이라는 거대한 숫자였다. 사실 이 팀의 멤버는 모두 9명인데 한 명은 사정상 오늘의 연습에는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라스트 포 원>이라는 팀으로 모일 수 있었던 것일까? “전주는 워낙에 작은 도시예요. 그러니 춤을 추는 사람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고 그랬죠. 각자 팀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데 한 번 제대로 해 보자라고 죽을 때까지 그래서 ‘라스트 포 원’으로 함께 뭉친 거예요.”이 얘기에 모두 함성을 지른다. 신난다는 듯이 말이다.
그들에게 과연 춤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묻자 저마다 하나씩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심장입니다.”,“인생입니다.”,“친구죠.”,“생활이에요.”,“또 하나의 나. 한 마디로 다중인격.”,“무대위에서의 나와 일반인으로서의 저는 다르죠. 춤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죠. 또 해외에 대회가 있는 경우들이 많으니까 더 넓은 세상에 나가서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다른 나라의 B-boy들도 만나볼 수 있고. 자기 발전이 되죠. 강한 저를 만들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들의 춤, 그들의 꿈, 그들의 이야기

그들에게 물었다.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세계 최고라고 알고 있는데 다른 나라의 비보이들은 어떤가 하고 말이다.“열정은 모두 다 똑같아요.”그들은 언어도 다르고 모습도 다르지만 춤의 세계를 향한 열정은 모두 같다는 사실을 기자가 어리석게 물어보고 말았다. 그들은 춤을 출 때가 가장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춤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어나가고 싶을까. 전효민 은 이렇게 답하더라.“계속 춤을 추고 있잖아요. 세계적인 대회에서 이루고 싶어요. 늙어서까지 춤을 추고 싶어요. 그러려면 경제적인 조건이 중요하다고 봐야겠죠. 그게 목표다.”리더는“도장을 하나 하고 싶어요. 세계에서 하나뿐인 도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서주현이랑 함께 운영해보고 싶어요. 춤도 출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요.”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배병엽은“지금 휴학중이에요. 저는 무용 전공이거든요. 그래서 무용에 비보이라는 장르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 보고 싶어요. 무용과 함께 비보이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신영석 같은 경우는“저는 아직 어리니까요.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춤에 더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예요.”라는 대답을 했으며 유재혁 역시“순수한 마음으로 춤을 추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후배들이 밑에서 어렵지 않게 선배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싶어요. 길을 만들어 주고 싶죠. 아직은 길이 제대로 닦여지지 않았거든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조금씩 다른 대답을 하는 그들, 하지만 그 기본에는 춤이라는 하나의 화두가 깔려있다. 과연 당신들이 추는 춤의 색깔 어떤 색일까.“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한 명이 손을 번쩍 들더니)rainbow에요.(라고 대답을 한다. 무용을 전공한다는 배병엽이다. 그 친구의 말에 모두들 동의한다. 맞다 맞어 레인보우...)” “진짜 힘들 때는 꾸정물 색 같기도 하고 신날 때는 또 다른 색으로 보이죠. 그런 모든 걸 포함하는 게 바로 우리가 추는 춤의 색깔이 아닐까요.”사실 춤을 추겠다고 했을 때 선뜻 허락을 했던 부모님은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춤에 대한 열정에 그들을 말릴 수 있는 부모 또한 없었다. 지금은 찬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춤을 추는 일을 이해하려는 분위기는 만들어졌다고 한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죄송하지만 앞으로도 이 춤을 계속 춰야 할 것 같아요. 계속 출게요.”


공연장의 모든 공기는 커다란 음악과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점프. 그들의 점프는 마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듯 도약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체 하나하나에 감동하고 말았다. 모든 부위는 마치 춤을 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나의 팔과는 달리 그들의 팔은 유연하게 리듬을 타기도 자신의 몸 전체를 지탱하며 멋진 동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다른 멤버의 춤 동작을 도와주는 멋진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대의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 그들은 매 순간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듯 생명력이 느껴지고 있었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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