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 지금은 뉴로(Neuro) 마케팅 시대

소비자 심리를 공략하는 미래형 마케팅
“뇌 속 무의식을 자극하여 사로잡아라”

뇌 연구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구매 태도를 파악하는 뉴로 마케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디자인과 광고 등이 소비자들 잠재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함으로써, 감성 마케팅의 과학화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뉴로 마케팅 활용에 대표적 사례는 코카콜라다. 그들은 소비자의 뇌 반응을 연구하여, 브랜드로부터 얻는 효용이 상품의 품질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 반응의 활성화를 통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국내 시장의 뉴로 마케팅 활용은 아직 초기단계라 할 수 있지만, 뇌신경 과학의 연구 성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엔 화장품, 전자제품, 이동통신, 인터넷 포털 서비스 분야의 대표 기업들을 중심으로 뉴로 마케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합리적인 기준 이외의 다른 무엇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속에서 불합리해 보이는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를 경영학자들이 마케팅에 접목시켰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다. 뇌 영상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선도적 기업들이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어 제품 판매에 활용하는 뉴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뇌 과학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뇌 세포 활성이나 자율신경계 변화를 측정하여, 소비자 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다. 이에 박정현 LG경제연구원은“뉴로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의 잠재의식에 대한 과학적 탐구”라며“소비자 구매 행동의 상당 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도 뉴로 마케팅의 잠재력을 인정하였다. 포춘지는 뉴로 마케팅을 미래 10대 기술로 선정하였고, 뉴욕타임즈와 뉴스위크 등은 음료, 식품, 화장품, 패션, IT, 자동차, 영화 등 다양한 산업에서 뉴로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음을 소개한 바 있다. 코카콜라, 피엔지, 유니레버, 로레알, 켈로그, 나이키, HP, 혼다, 20세기폭스 등이 뉴로 마케팅을 활용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뇌 반응을 분석해 브랜드 리뉴얼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명품 브랜드와 자사 브랜드의 제품사진 및 광고를 실험 대상자들에게 제시하고, 뇌 영상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자사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에 비해 감성 영역인 우뇌 반응이 예상보다 약해 친밀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신제품의 광고모델 이미지와 용기 디자인, 매장 분위기 등에 친근함을 더한 아모레퍼시픽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성 측정

▲ main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간의 뇌를 관찰, 잠재의식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분석하고 있다. 뇌 과학자들은“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이 사실은 상당부분 잠재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결과를 기업의 마케팅에 접목시키기 위한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소비자의 심리상태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실험이 바로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눈을 가리고 시음하는 것)다. 미국의 마케팅 학자들과 뇌 과학자들은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하여, 블라인드 테스트 상에 나타난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살펴보았다. 먼저 본인이 마신 콜라가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모두 동일한 뇌 영역, 즉 전두엽(달콤한 맛을 느끼는 부분)이 활성화 되었다. 반면 브랜드를 알려준 후 코카콜라를 음미할 때는 전두엽 외에도 정서 및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전전두엽과 해마)이 활성화 되었다. 물론 펩시를 마실 경우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소비자의 뇌가 펩시의 브랜드보다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정서와 기억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코카콜라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뇌 반응 활성화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브랜드 파워의 상대적 우위를 지속시켜 나가고 있다. 이에 세계경영연구원의 송충현 연구원은“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선호 브랜드를 구분하고 있다”며“이러한 무의식이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뉴로 마케팅의 핵심은 이처럼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성의 측정에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국 조나스 카플란(Jonas Kaplan) 박사가 실시한 광고 관련 실험이다. 맥주광고 테스트를 통해 카플란 박사는 미켈럽(Michelob) 맥주광고를 보는 동안 미국 여성들의 뇌 반응 활성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미켈럽 맥주의 광고에는 멋진 여성들이 등장해 미식축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성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 마신다. 이 광고 이후 미켈럽의 매출은 급격히 늘었다. 그 까닭에 관해 카플란 박사는“대다수 미국 여성들은 그 광고에서 젊은 여성들이 터치다운을 한 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가령‘그래, 미식축구 한 뒤에 마시는 맥주가 최고야’혹은‘나도 다음번에 미식축구를 한 후 맥주를 마셔야겠다’라고 공감한 미국 여성들의 미켈럽 맥주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뉴로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성을 측정함으로써,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광고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분석
▲ 지난해 열린 월드사이언스포럼에서 뉴로 마케팅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이대열 교수(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과)는 인간의 경제활동을 뇌연구를 통해 해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뉴로 마케팅의 활용분야에 관해 글로벌 스탠다드 리뷰는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개선=혼다는 최근 기발한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출시했다. 혼다 ASV-3라는 제품명의 이 오토바이는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마치 사람의 화난 얼굴을 보는 것과 같이 디자인 되어있다. 미국 UCLA 대학의 마르코 야코비니 교수는 사람에게는‘거울뉴런(Mirror Neuron)’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사람의 거울뉴런은 타인의 행동뿐 아니라 느낌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제품에 특정한 감정을 투영하였을 경우, 뇌에서도 특정한 영역이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다에서 화가 난 사람의 얼굴을 띈 제품을 디자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즉,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화가 난 얼굴의 오토바이를 보게 된다면, 운전자(보행자)의 뇌가 특별히 이를 민감하고 빠르게 인지하여 대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그만큼 낮아질 거란 예상이다. 실제로 fMRI를 이용한 실험결과, 얼굴모양 디자인의 경우 상대편 승용차의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발견할 가능성이 무려 43%나 향상되었다. 이처럼 뇌 연구가 제품개발 시 디자인 개선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광고효과 분석=마케팅에 있어서 광고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살필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실시해 온 광고효과 분석, 즉 설문 조사 및 인터뷰 등과 같은 방법으로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정확히 알아볼 수 없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속마음과 다른 대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뇌 활성화 정도를 알아보면,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광고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 뉴로 마케팅에서 대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방법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추적하는 아이트래킹(Eye-tracking)이다. 실험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특정기기를 착용하게 한 다음, 그들이 바라보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니터 상에 나타나게끔 하는 것이다. 구글과 네이버의 웹 지도 서비스를 예로 들면, 두 개 모두 역삼각형 모양으로 이용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용자들의 시선은 검색페이지 상단에 집중되며,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시선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나타났다. 네이버 하단부분의 경우 시선집중도가 상당부분 높게 유지되는데, 구글은 그 집중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네이버와 구글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네이버는 검색 키워드에 따라 뉴스, 블로그, 이미지, 동영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페이지 하단에도 집중을 하게 된다. 반면, 구글의 경우는 검색결과를 관련성 및 정확성에 따라 일렬로 줄을 세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상단에서 찾게 되면, 굳이 하단부에 집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업체는 이와 같은 이용자들의 아이트래킹을 통하여, 자사 홈페이지의 콘텐츠 및 광고배치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의 시선 집중도가 높은 부분에 핵심 콘텐츠와 주요 광고를 배치시키는 것이다. ▶매장 디스플레이 전략=고객들의 시선추이를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매장의 동선 및 디스플레이다. 일반 소매점에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물건을 구매할 때, 구매결정이 내려지는 장소를‘포스(Point of Sales, POS)라고 부른다. 고객이 구매를 준비하는 방법과 형태는 이 구매 장소(POS)에 의해 달라진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의 저서‘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에 따르면, 전체 구매의 약 35%만이 소비자들의 계획에 의해 이뤄진 소비라고 한다. 나머지 65% 정도는 판매 장소에서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이뤄진 구매라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소비자의 이러한 구매패턴에 착안하여, 매장의 동선 및 디스플레이를 전략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가령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POS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방향으로 몸과 시선을 이동하며 물건을 고른다. 이는 대뇌 기저핵 속에 있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때문이다. 우리 몸의 오른쪽 운동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왼쪽 뇌의 도파민의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오른쪽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할인정책을 실시할 경우, 빨간색으로 가격표를 인쇄하면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붉은색 계열을 전투와 공격을 상징하는 색으로 인식한다. 이는 가격파괴의 기대를 주며, 해당 가격표에 시선이 고정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처럼 고객들의 시선추이를 활용하여, 매장의 동선 및 디스플레이를 전략적으로 구성한다면 매출증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경세포로 소비자의 구매행동 파악
▲ 뉴로 마케팅 활용에 대표적 사례는 코카콜라다. 소비자의 심리상태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실험 또한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다.
뉴로 마케팅 분야에서 특히 주목 받는 호르몬은 바로 옥시토신(Oxytocin)이다. 뇌하수체 후엽에 있는 호르몬으로 지금까지는 여성의 자궁수축 및 젖 분비를 촉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스위스와 미국 과학자들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옥시토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남학생 178명을 대상으로‘투자게임’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실험집단의 남학생들에게 옥시토신 호르몬을 주입한 다음에 각각 32센트짜리 투자티켓을 준 뒤, 3배로 불려주겠다고 투자를 권유했다. 이러한 게임 결과, 옥시토신 투여 그룹이 약 17%나 더 많이 투자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과학적으로도 옥시토신 호르몬이 타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에 송충현 세계경영연구원은“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품에 대한 신뢰라면, 영업 현장이나 매장 등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을 살포하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매출증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백화점을 예로 들면, 각 매장 입구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에 옥시토신을 살짝 뿌려주면, 소비자들의 뇌 속에는 판매원 및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제품구매 욕구가 훨씬 증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불법행위로도 의심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형태의 판매행위를 규제할만한 법 조항이 없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인간의 생활규범을 앞질러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옥시토신을 활용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제품판매가 아닌,‘신을 믿으라’는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기 위하여, 옥시토신을 사용한 경우다.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이 불쑥 나타나‘신을 믿으시오’라고 말하면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옥시토신을 활용하면 믿음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송 연구원은“옥시토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로 마케팅을 활용해 소비자의 생각을 완벽히 읽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러 의문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뇌 영상 촬영, 뇌파 조사, 시선 추적 등은 소비자의 뇌에서 어떠한 영역이 활발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를 알려줄 뿐, 사고하는 내용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뇌 활성 분석을 통해 애착이나 보상 등과 같은 감성의 종류를 알게 해주고, 기억이나 판단 등과 같은 뇌 활동을 구분해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뇌파 조사나 시선 추적 역시 흥분이나 각성 등 감성의 정도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뉴로 마케팅 학자들은“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 예측하는 부분도 가능하다”고 제기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몇 해 전, 미국 뉴로 마케팅 학자들이 발표한‘신경세포로 본 구매행동 예측’이다. 소비자들이 명품과 같은 매력적인 상품을 볼 때, 뇌의 즐거움과 관련된 부분(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되면 상품구매로 이어진다. 반면에 제품 가격 등 뇌의 리스크와 관련된 부분(뇌섬엽)이 좀 더 활성화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였다. 향후 이러한 구매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검증되고 확립된다면, 기업들은 소비자의 뇌 반응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구매 여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뉴로 마케팅의 활용 범위
뇌 영상의 촬영과 뇌파 조사, 시선추적 등의 여러 기술이 아무리 진보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속마음을 100% 읽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뉴로 마케팅 활용을 통해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여부 및 패턴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뉴로 마케팅을 향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뇌 연구, 특히 인간의 잠재의식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한 송충현 연구원은“뇌 속에서 벌어지는 의사결정은 대부분 그 사안을 인지하는 순간 결정되고, 이러한 행위는 잠재의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대학의 잘트먼 교수 역시“인간의 사고는 95%가 무의식적 상황에서 벌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서 진행되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연구는 향후 뉴로 마케팅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도“인간의 뇌는 인류가 처음 진화하기 시작한 시점에 거의 진화가 멈춰, 인류 초기의 뇌와 현재의 뇌의 발달 정도는 큰 차이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직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뇌 과학의 영역이 너무나 많아서,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뇌에 대한 연구가 발전할 수 있을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즉, 인간의 뇌에 대해 연구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며, 뉴로 마케팅의 활용 범위 또한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성별과 연령대, 소득격차, 성장 배경 등에 따라 소비활동에 차이를 보이는 소비자들에 대한 뇌 연구가 보다 정교해 진다면, 각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훨씬 더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편에선 뉴로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뇌 영상 촬영의 경우,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엿보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심리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시민단체에서는 과거, 이러한 주장을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적도 있다. 물론 이 문제가 법적인 문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뇌 연구가 진전되고 뉴로 마케팅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이러한 이슈들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LG경제연구소의 박정현 책임연구원은“기업이 뉴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포인트를 정확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잠재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잠재의식은 과거의 모든 사건, 사고나 생각 그리고 온갖 욕망의 저장탱크다. 뉴로 마케팅 역시‘소비자의 선택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잠재의식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함을 명심해야 한다. 조사 방법론의 권위자인 잘트번 하버드대 교수도 인간의 사고는 95%가 무의식중에 일어나며, 나머지 5%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 바 있다. 둘째, 뉴로 리서치와 전통적 리서치 방법의 결합이 필요하다. 뉴로 마케팅은 기존 조사 방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법이다. 뇌 영상, 시선 추적 및 뇌파 조사,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결과 등의 통합은 각각의 정보가 개별적으로 줄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셋째, 뉴로 리서치를 위한 효과적인 조사 설계가 요구된다. 먼저, 뉴로 리서치에 적합한 주제 설정이 중요하다. 뉴로 리서치로 단순 선호도 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규 매장의 고객 경험 개선 등과 같은 일반적인 조사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주제가 적합하다. 이와 함께 명확한 가설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뉴로 리서치의 데이터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므로 알고자 하는 바가 명확할 경우만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산학연 네트워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뉴로 마케팅은 마케팅을 중심으로 신경학, 인지 심리학 등의 종합적 지식이 요구된다. 학교, 연구소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활용한다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뉴로 마케팅이 향후 마케팅 기법이나 브랜드 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망한 박정현 책임연구원은“하지만 현재 뇌 과학의 영역은 아직 규명하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에 대한 경계선을 분명히 그었다. 뉴로 마케팅이 소비 심리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가치를 제고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