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기
      폴란드 통신원
폴란드인들의 이름은 모두 꼽아 봐도 50여개 정도이다. 남자의 경우 미하우(Michal), 파벨(Pawel), 그제고즈(Grzegorz) ,피요르트(Piort), 안제이(Andrzej), 크시스토프(Krzystof) 와 여자는 마리아(Maria), 바브(Barbara), 모니카(Monika), 아가타(Agata), 에바(Ewa) 등의 이름이 대부분이다.

폴란드 어느 도시에서건'미하우'하고 부르는 것은 서울에서"김사장님"하고 부를 때처럼 비슷한 현상이다. 폴란드인의 이름은 영어식으로 번역하면 Andrew, Peter, Chris, John, Michael 등의 익숙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자기 이름 외에도 애칭이나 부칭을 이름으로 같이 기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름을 두개씩 가질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폴란드인의 신분증엔 자신의 이름, 부칭, 성이 기록되는 진풍경이 보여진다.

이곳 공문서에는 성이 이름 앞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성 뒤에 쉼표를 찍어 성이 앞으로 나온 사실을 표시해둔다. 유럽에서는 중요한 명절 중에 명명일이라는 것이 있는데, 폴란드에선 명명일(imieniny)이 생일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날이다. 이름마다 기념일이 있어, 폴란드인은 일 년에 두 번씩 자신과 관련된 기념일을 가지는 셈이다. 그나마 나이가 들면, 생일은 그냥 넘어가고 명명일만 기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그들에게 한국인의 이름을 가족이 직접 지어준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한국인의 이름에는 특정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매력적이지만 그 이름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폴란드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잘 알기가 힘들다. 한국인의 이름이 두 음절인지 세 음절인지, 이것이 성인지 이름인지 가르쳐주기 전에는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외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성만 쓰는 법, 이니셜 약자로 쓰는 법, 서양식 이름을 쓰는 법, 부르기 쉽게 짧게 줄이는 법, 아니면 그냥 자기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은 각 음절을 떼어 쓰는 경향이 있다, 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성을 알아낸 다음에도 이름이 두 음절이니 이름을 두 개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성과 이릉을 붙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외국인들에겐 하이픈으로 연결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고, 성을 꼭 뒤에 써야하는 이유도 없다. 이곳에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성을 이름 앞에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자리에서 성을 뒤에 써버리면 이름이 성으로 둔갑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마다 자기 이름을 표기하는 법이 다르므로, 폴란드인들은 물론, 유럽인들은 한국인 이름을 매우 어색해 한다.

각 나라마다 쓰는 문자도 다르고, 발음법도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의 모든 이름을 서양식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자신의 성과 이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름은 각자의 국적과 자기 자신을 알리는 얼굴이다. 월드컵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세계 각국의 방송을 타고 불려 지게 될 우리선수의 이름을 우리자신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런 병폐는 없어야 한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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