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빛깔이 유혹하는곳..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 속에 꿈꾸는 여행지가 있다. 복잡한 일상의 반복에 염증을 느낄때 잠시 머릿속에 그려지는 파라다이스, 얼핏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남국의 불타는 태양과 옥색바다를 훔쳐본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곳 ‘타히티’, 그곳은 이름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낯선 섬이기에 가고 싶어도 쉬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래서 ‘타이티’는 더욱 특별하다

태평양의 진주
사람들에게「타히티(Tahiti)」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사실은 동부 남태평양의 광대한 해역에 산재해 있는 섬들로 구성된 군도를 일컫는 말이다. 정확히 118개의 섬들이 5개의 제도로 나눠져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섬은 타히티, 모레아, 보라보라 인데 가장 큰 섬이 타히티이기 때문에 외부에는 타히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타히티가 그 유명세에 비해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불편한 항공편 때문이었다. 직항로는 고사하고 몇번씩 갈아타는 번거로움은 결코 편치 않은 여행지였고 항공료가 비싸다 보니 자연히 전체적인 여행상품 가격이 만만치 않아 대중화되기에는 쉽지 않았다. 반면 이러한 점은 오히려 여행을 좋아하고 혼잡하지 않은 무공해 고급 휴양지를 찾는 여행 마니아들에게는 더없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한국 여행객들이 대거 몰려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여행의 순수함을 만끽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타히티까지 직항노선은 아직 없으므로 일본의 도쿄 또는 오사까를 경유하여 가는 방법이 주류를 이룬다. 그나마 1주일에 3편밖에 없으므로 귀국일자를 잘 고려하여 일정을 조절하여야 한다. 또한 뉴질랜드와 오클랜드를 경유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 해당국가에 거주하는 교포나 그곳을 여행 중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할만한 일정이 못된다. 타히티섬은 해발 2,200m가 넘은 오로헤나 산 및 아오라이 산, 열대우림과 양치식물로 뒤덮인 깊은 계곡, 맑은 강과 폭포,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평야, 이 모든 것이 고루 어우러진 장점 때문에 보는 이 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손색이 없다. 타히티 섬은 표주박 모양을 하고 있는데 큰 쪽은 타히티누이(Nui:크다는 뜻), 작은 쪽은 타히티이티(Iti:작다는 뜻)라고 부른다. 섬의 산봉우리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멀리 모레아 섬이 보인다. 이 섬은 타히티 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제임스 미체너’의 소설을 영화화한 ‘남태평양’(1958년)을 통해 신비한 섬인 발리 하이로 그려졌던 섬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아이메오’라고도 불리어진 이 섬의 인구는 약 9천명이며, 해안을 따라 약 60km길이의 일주도로가 놓여있다. 이 섬에는 수백만년전 화산 활동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고갱은 그의 저서 ‘노아노아’에 고성같은 섬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또한 이 섬은 쿡만과 오푸 노후만이 내륙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가 마치 날개를 펼친 박쥐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보라보라섬은 타히티섬에서 북서쪽으로 약 2백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섬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영화?「허리케인」의 무대였던 것으로 유명한 이 섬은 이 밖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남겨 놓고 간 7인치의 포의 잔해도 여럿 남아있다. 총 면적이 불과 30평방km에 불과한 이 섬엔 4,200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잡고 있다. 섬의 해안을 끼고 도는 도로의 길이는 약 29km, 자동차로는 약 40분이면 일주가 가능하고 공항은 본섬의 북쪽에 있는 모투 무테에 있어 공항에서 주요마을인 바이타페 까지 에어 타히티의 고속 셔틀보트가 운행되고 있다. 전형적인 환초섬으로 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투명한 라군과 모투들은 매우 인상적이다. 섬에서 가장 이름난 해안가이고 주요 숙박시설이 몰려 있는 마티라 곶 부근은 청록색의 투명한 라군과 백사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 라군의 아름다움은 가히 ‘태평양의 진주’라 일컬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 산,계곡,강과폭포,그리고열대우림과 평야,타히티는 이 모든것을 함께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있다
생활과 환경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총 인구는 22만명 정도이다. 그 중 타히티주민은 약 14만명, 수도 파페테의 인구는 약 2만5천명으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 인구의 반이 20세 미만으로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인종은 유럽과 아시아계 혼혈을 포함한 폴리네시아인이 75%, 유럽계가 15%, 아시아계가 나머지 10%로 되어 있다. 타히티(Tahiti)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나 호텔과 상점에서는 영어도 사용되고 있어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 타히티는 아열대 해양성 기후로 건기(11월~3월중순), 우기(4월~10월중순)로 나뉘며 평균온도는 25℃전후로 우리나라 여름 날씨다. 그러나 7~8월을 중심으로 아침, 저녁은 다소 쌀쌀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얇은 가디건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기엔 장마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는 경우는 없고 짧은 시간 하루에 한두 차례 내리는 국지성 강우인 스콜(열대 소나기)이 내린다. 따라서 년 중 언제나 날씨로 인하여 여행을 즐기는데 낭패를 보는 일은 드물다. 타히티에는 독사나 바다뱀 등 위험한 동물은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단 남쪽 바다에 널리 서식하고 있는 작은 원추형 감자조개 중에는 강한 독성을 가진 것도 있다. 따라서 스노클링을 할 때는 살아있는 조개류 등은 채취하지 않도록 하고 산호초 위를 맨발로 걸어 다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섬의 대중교통 수단은 트럭의 화물칸에 지붕을 얹은「르 트뤽」이다. 편하고 쾌적한 교통수단은 아니지만 요금이 저렴한 편이므로 여행객들도 많이 이용한다. 행선지는 운전석 지붕 위에 경유지와 경유하는 호텔 이름이 씌여 져 있고, 파페테 중심부에 있는 시영 시장을 기점 과 종점으로 하여 아침 일찍부터 왕복 운행하고 있다. 단, 야간에는 노선이 현저히 줄어들어 서쪽 해안의 마에바 비치 호텔 근처까지만 운행을 한다. 도로에 있는 정식 버스 정류장에는 흰 바탕에 파랗게 버스를 그려 넣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손을 들면 어디에서도 탈 수 있다. 내릴 때는 창틀에 있는 벨을 눌러서 내리겠다는 뜻을 운전사에게 알리고 요금은 운전기사 또는 조수에게 지불하면 된다. 한 가지 명심 할 것은 트뤽으로 섬을 일주하는 노선은 없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요금은 일률적으로 주간에 120CFP, 야간에는 200CFP이며 아이들은 할인이 된다(100CFP=약1200원). 미터요금을 적용하는 타히티 섬 및 모레아(Morea) 서의 택시는 아무데서나 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택시 승차장 또는 호텔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고 지붕에 타히티의 국화「티아레 타히티」를 본뜬 라이트가 달린 택시 중에는 운전기사가 영어를 제법 잘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다. 이밖에 리무진 버스, 렌터카를 이용하는 교통수단도 있다.

▲ 타히티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민속공연을 거리에서 쉽게 접할수있다.
훌라춤과 타히시안 댄스
폴리네시아를 대표하는 춤으로는 타히시안 댄스와 더불어 하와이의 훌라춤이 유명한데, 사실은 타히시안 댄스가 원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훌라는 팔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느릿느릿하게 추는 요염한 춤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훌라 라는 춤에서의 핵심은 허리와 엉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하와이 전통의 훌라가 아니다. 훌라의 핵심은 엉덩이가 아닌 손이며, 훌라란 손을 사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춤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인과 하와이 원주민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현대적 훌라, 즉 엉덩이를 많이 움직이는 훌라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훌라가 지금처럼 변형된 형태로 유명해진 것은 할리우드의 공(e)이지만 사실은 잘못이 크다. 영화를 만들면서 극중에서 필요했던 훌라댄스가 너무 밋밋하다고 여긴 할리우드는 전통 훌라에 허리와 엉덩이를 많이 흔드는 타히티 여성의 춤 '타무레'를 보기에 좋을 만큼 적절히 섞어 훌라도, 타무레도 아닌 국적 불명의 춤을 탄생시킨 것이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영화 속의 변형된 훌라댄스가 유명해지자 이에 대해 미국인은 '할리우드 덕에 더욱 멋지게 재탄생한 훌라'라 치켜세웠고 전통을 중시하는 하와이안들은 '할리우드 때문에 전통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훌라'라고 맞받아쳤다. 타히시안 댄스는 훌라 춤보다 훨씬 박력적인 춤으로 여성의 춤을「타무레」,남성의 춤을「파오티」라고 부른다. ‘타무레’ 에서는 1분간 200회 이상이나 탄력적으로 흔들어 대는 허리 놀림이 주가 되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파오티는 무릎을 좌우로 빠른 속도로 흔들어 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타무레와 파오티는 에로틱한 남녀 간의 사랑을 상징하는 춤으로, 이는 옛날 자손 번창을 중요시 했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가볼만한 관광명소
소박한 원시생활에 매료되어 타히티로 이주해온 화가 고갱(1843~1903)의 기념관이 있다. 아쉽게도 진품은 없지만 복제품과 그의 생애를 소개한 파넬이 전시되어 있고, 말튀세스 제도의 히바오아 섬에서 최후까지 사용했던 아뜨리에를 재현해 놓고 있다. 또한 남태평양 제도에 살았던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장소인 타히티박물관은 폴리네시아의 역사와 문화, 환경, 민속학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타히티의 독특한 토산품으로는 나무를 정교하게 조각해서 만든 말퀴세스 산 지팡이와「토에레」라고 부르는 북, 우클렐레(기타와 비슷한 네 줄의 현악기), 티키(수호신 상), 타이시안 전통 무용 의상 등이 있으며 현지 폴리네이사인들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패션 비키니 수영복에서 드레시한 포멀 웨어까지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특히 조개껍데기로 만든 악세사리 및 장식품은 멋스럽고 가격도 저렴하여 선물 용품으로 인기가 있다. 이 외에 값은 좀 비싸지만 기념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타히티 특산물인 흑진주 이다. 비싼 것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호가 하는 것도 있으므로 흑진주를 살 때는 여러 군데를 들러 보고 비교한 후에 구입하도록 한다. 타히티의 민속 의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파레오’는 얇은 면으로 된 천에 화려하게 염색한 것으로, 용도가 매우 다양하여 여행 중에 한 장 정도 갖고 다니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타히티 관광청과 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뒤쪽에 보면 2층 건물이 있다. 보통 마르세(march?)라고 부르는 이곳이 바로 파페테 시영시장 (Papeete Public Market)이다. 우리의 수산시장과 재래시장을 합쳐 놓은 듯한 이 시장은 새벽 5시 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문을 여는데, 시장이 제일 활기를 띠는 시간은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 잡이 배가 들어오는 오후 4시경이다. 특히 일요일 아침에는 주식으로 사용되는 타로 토란 및 팜나무 열매, 망고, 바나나, 생선, 꽃 등을 사가려는 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어딜 여행하든 재래시장을 경험하는 지혜야말로 그 나라의 생활상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타히티의 해양 스포츠
타히티 섬의 라군에는 열대어가 매우 다양하고 바다도 투명해 초보자도 쉽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추락 때 가라 앉은 모습그대로 잠자고 있는 카타리나 비행선, 환초 바깥쪽에 잠겨 있는 범선 등은 다이버들에게 진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휴일 해변에는 서핑의 발상지답게 파도를 헤치며 서핑을 즐기는 역동적인 현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의 서핑이 타히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 것이다. 타히티 섬은 상당 부분이 환초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서핑이 리이프 브레이크(Reef Break:환초가 잘려나간 부분)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초보자는 각별한 주의를 요해야한다. 유명한 서핑장소로 섬 북쪽의 파페노오 지구와 남쪽의 파파라 지구 두 곳이 있다. 파도 방향에 따라 파페노오 지구는 10월에서 2월까지, 파파라 지구는 3월에서 9월까지가 파도타기에 가장 알맞은 시즌이다. 타히티 에는 돌핀 워칭클루즈 라는 관광 코스가 있다. 비치코머에서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는 엔조이 호(캐터머랜)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돌고래가 자신이 탄 보트를 앞서 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란히 달리는 광경은 보는 이 들로 하여금 대자연의 섭리를 접할 수 있는 환상, 그 자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헬기를 타고 구름이 걸쳐진 산등성이를 넘어 남태평양의 대 해원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짜릿한 투어도 있다. 값이 조금 비싼 관광 코스이나 눈앞에 펼쳐진 계곡과 폭포, 그리고 에메랄드 빛 라군의 경이로움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고갱을 눈멀게 한 에덴동산
타히티는 오랜 역사의 바탕 위에서 현대적으로 발전해 왔다. 노래와 춤을 통해서는 풍요롭고 역동적인 문화를, 공예품과 예술 작품들을 통해서는 고요함과 사색이 깃 든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붉은 태양을 여는 아침, 세상을 태워버리는 저녁, 타이티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색깔의 변화이며 조화이다. 풍부한 열대과일,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남녀의 격렬한 춤. 그런 남태평양의 마지막 낙원은 한 화가의 정신세계를 빼앗았고 지구 곳곳을 돌아 다녀본 많은 여행가들도 “이처럼 밝고, 맑고, 청정한 곳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고 했다. 후기인상파의 거장 고갱도, 이곳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많은 명화를 남기고 여생을 타히티와 함께했다.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과 함께 숨 쉬는 곳, 고갱의 눈을 멀게한 에덴동산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섬 타히티는 우리의 곁에 이렇듯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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