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

새벽녘 나뭇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을 보았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투명한 물방울이 어느 순간 균형을 잃고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땅으로 스며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 버린 물방울을 찾을 수 없었지만,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뭇잎에 기억을 남기고 흙 속에 흔적을 남기고 언젠가는 바다로 바다로 흘러들어가 더 큰 결정체를 이루게 될 것이다.


문화라는 것, 그리고 예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함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바로 물방울이라는 존재였다. 이루고 있는 성분은 공통된 것이지만 무한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그것. 무언의 흔적을 남기며 서서히 쌓여가는 모습이 물방울과 닮아있다고 느끼는 점이다. 인간의 마음 속 어딘가에 흐르고 있을 공통의 감상처럼 문화는 그리고 예술가의 손길에서 태어나는 모든 창조물들은 인간을 감동시키고 있다. 피아노의 선율이 사람들의 마음을 보드랍게 달래주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옷 한 벌이 어떤 이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들의 삶을 조금 더 풍부한 세계로 인도하는 매개체가 되는 문화를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문화, 이제 흐름을 타다

문화도 흐름이다. 서양(서양의 나라들 중에서도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 국가)의 문화가 전 세계의 문화를 주도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서서히 그 흐름의 방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한국에 뿌리 내리고 있는 예술인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처음은 대중문화예술인들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류 붐을 일으키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3대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고 포즈를 취하는 감독들, 배우들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한 것이 되어가고 있으며 일본의 오리콘 차트 1위는 이미 보아라는 한국의 소녀 가수가 차지한 지 오래이다.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대중가수, 영화배우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될 사실이 있다. 가수 김창완이 EBS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문화는 사랑받으면 시들지 않는다.”라는 것. 그리고 문화의 뿌리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잊어선 안 된다는 것 말이다.


젊은 문화 예술인들을 주목하기 시작

▲ 세탁소집 딸 유명 디자이너 되다라는 문구로 각종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디자이너 두리정. 그녀는 뉴스위크지에서 2006년 주목할 인물로 선정할 만큼 뛰어난 패션디자이너다.
한류의 흐름은 이제 젊은 문화 예술인들에게로 쏠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이슈가 되었던‘두리 정’은 뉴스위크지에서 2006년 주목할 인물로 선정할 만큼 뛰어난 패션디자이너이다. 세탁소집 딸(그녀는 4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뉴저지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국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이 미국의 최고 디자이너가 되었다며 인터넷이 들썩거렸었다. 현재 뉴욕의 맨하탄에서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 지난해에는 미 패션 디자이너 협회와 패션지Vogue가 선정한‘유망 디자이너 10인’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승승장구다. ‘두리 정’과 ‘벤자민 조’등과 더불어 각광받고 있는 디자이너‘리처드 최’. 그는‘리처드 차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패션, 언론 관련 종사자들에게 집중 조명 받고 등장한 섹시한 디자이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나 ‘쎄(TSE)'등의 패션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로
▲ ‘리처드 차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패션, 언론 관련 종사자들에게 집중 조명 받고 등장한 섹시한 디자이너. 2004년 말 피플지가 뽑은’가장 섹시한 남성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활약했으며 그의 인기는 2004년 말 피플지가 뽑은’가장 섹 시한 남성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었다.“패션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 예술계 전반에서 코리 안 아메리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젊은 문화인들의 뛰어난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되었다. 무용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마흔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젊은 문화예술인으로 꼽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는 발레리나‘강수진’. 그녀의 무용수로서의 몸은 에너지로 가득하여 생기가 넘친다. 그녀의 손동작이나 턴 하나에 관객들은 숨조차 멈추고 집중을 한다. 한 때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에 돌아다니며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것 기억할 것이다. 휘어지고 상처투성이의 못난 발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춤추는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었음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그 발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 우리가 오늘 날 주목하고 있는 발레리나가 있다. 바로 올해 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신년 갈라 발레에서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유지연’,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고르 콜브와의 멋진 파드되를 선보이며 빛나는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얼마 전 가장 예술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난 아티스트 백남준이 몸담고 있는 미술계 역시 주목할 예술인들의 수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의 감수성 묻어나는 작품이나 청바지 조각을 찢어 달동네의 모습을 표현한 최소영의 작품에 세계인들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를 이끌었던 정명훈 이후 처음으로 독일 국립 오페라 극장 하노버의 수석 상임 지휘자로 선임된 구자범.
마지막으로 살펴볼 음악계는 구자범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를 이끌었던 정명훈 이후 처음으로 독일 국립 오페라 극장 하노버의 수석 상임 지휘자로 선임된 구자범.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어떻게 사느냐를 항상 고민합니다. 항상 후배들에게 진짜가 되라고 말합니다. 물론 나 자신이 아직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언어를 초월한다. 음악 역시 언어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우리나라의 감성을 품고 세계인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젊은 음악인 다섯 명을 만나본다.

깊게 들여다 볼 젊은 예술인 하나, 이루마.

어느 순간부터인지 사람들은 피아노를 치는 젊은 아티스트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고 있었다. 그의 감성적인 선율이 전하는 감동에 마음을 맡기고 서서히 말이다. 그의 단순하지만 섬세한 선율에는 따뜻함이 존재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언의 힘이 존재한다고 느껴지게 만든다.

▲ 그의 감성적인 선율이 전하는 감동에 마음을 맡기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열한 살 때 영국 유학길에 오른 이루마는 유럽 음악 영재의 산실이라 불리는‘퍼셀 스쿨’을 졸업한 후 한국인 최초로 런던대 킹스컬리지에 입학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대 음악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해리슨 버트 위슬에게 사사받으며 그의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재학 시절 이미 영국 음악계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 DECCA에서 음반을 발매한 이루마는 유럽 순회 연주회를 비롯하여 뮤지컬, 연극, 영화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곡가로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에 1집‘Love Scene'으로 데뷔하며 수줍은 고백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월 2집’First Love'를 발표하면서 서서히 그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 OST에 참여하며 그의 영역을 넓혀 감은 물론 공연을 통해서도 그의 인기와 저력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현재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가장 촉망받는 아티스트이다. 2002년 프랑스 깐느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음반 박람회‘MIDEM'에서 한국인 최초로 초청을 받아 공연을 가진 후 유럽, 아시아에서 라이센스 수출 발매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싱가폴,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8개국에서 앨범이 라이센스 발매 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감성적인 선율의 피아노 연주자인 이루마는 한국의 젊은이이다.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또 한번 그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올 7월 10일로 입대 날짜가 확정되면서 이후 그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감을 품게 하고 있다. 이루마의“군대에서도 내가 갖고 있는 음악 감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매한 2년만의 정규앨범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포엠뮤직(POEMUSIC)', 이루마의 감성이 담긴 서정적인 시와 같은 음악이라는데 들어보니 역시 이루마스러운 음악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조금은 더 깊어지고 성숙해진 분위기와 새로운 변화들이 눈에 띠기도 한다. 연주 음악이라는 장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이 젊은 음악인은 높은 인기와 영향력으로 음악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 지역에서 한국 연주음악의 한류 붐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예술인들의 힘일런지도 모르겠다. 고집스러움, 그리고 그 안에서 피워나가는 자신만의 감성들, 누구도 게으르다고 비판할 수 없는 열정과 땀과 노력이 지금의 젊은 예술인들을 세계 속에 세우게 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 클래식의 미래를 그리는 이들, MIK Ensemble

멋진 남자 네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MIK앙상블. 언뜻 무슨 꽃미남 아이돌 스타인가 싶겠지만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김정원으로 구성된 클래식 음악계의 실력 있는 그룹이다. 지난 2003년 1월 14일 호암아트홀 신년음악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었던 그들은 멤버 개개인의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데뷔 콘서트에서는 도흐나니, 피아졸라 등 흔히 연주되지 않는 곡목들을 가지고 젊은 열기로 성공적인 앙상블 무대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다.
김상진, 소영훈, 김정원, 김수빈, 이들 네 명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정상급의 연주자이다. 때문에 한 사람의 독주회라고 하여도 관심 받기에 충분하건만 이 들 네 명이 모였다고 하니 관객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각자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정상급 아티스트로 바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년 한 번씩 모여 만들어내는 MIK앙상블 공연은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유쾌하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모였다는 그들은 MIK앙상블이라는 이름 아래서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네 명의 젊은 음악인이 바로 세계 속에 빛나는 한국 음악계의 미래가 아닐까? 이들의 그룹명, MIK는 Maid in Korea의 약자이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김정원으로 구성된 클래식 음악계의 실력 있는 그룹
피아니스트 김정원에 대하여
특유의 감성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이미 국내 최고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은 김정원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최연소 수석입학과 최우수 졸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그 성장 가능성을 이미 입증 받았던 음악인이다. 동아 음악 콩쿠르 1위, 엘레나 롬브로 슈테파노프, 뵈젠도르퍼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비롯하여 부조니, 마리아카날스, 더블린, 자일러 등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입증 받았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협연, 독주회, 실내악, 레코딩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에 대하여
‘뛰어난 기교’,‘드라마틱한 감정’,‘생동감 있는 리듬’,‘다이나믹한 연주’,‘흠잡을데 없는 정확성’등의 평가를 받고 있는 김수빈의 연주는 사람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 독주회, 실내악 연주 등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있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에 대하여
김상진의 연주는 따뜻하면서 힘이 넘치며, 다양하면서도 정확한 표현 기교를 갖춘 매력적이고 안정감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말로보 페스티벌, 아스펜 페스티벌, 라인가우 페스티벌, 라비니아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 페스티벌과 40개국 주요 도시에서의 공연 등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2001년에는 대통령상 수상과 2002년에는 대한민국 문화 홍보 대사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현재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후학 양성과 꾸준한 연주 활동을 통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비올리스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첼리스트 송영훈에 대하여
송영훈은 열한 살 때 서울 시향과의 협연으로 국내 음악계에 데뷔하였다. 그리고 줄리어드 예비음대에서 졸업 당시 전체 실기 최고상인‘최고 예술상 리더십’을 수상하면서 그의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노던 왕립 음악원 콩쿨 전체 대상 수상과 British Council of Art & Science 주관'The English speaking Union's Award', SEM Group'Concerto Award Concert'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 독주회, 실내악 연주 등을 통하여 세계인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그들, 젊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세계인들의 시선을 그들에게 모을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친다. 그들의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이 그리고 그들 저변에 깔린 창의성과 개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느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 그들은 무대 위에서 자유롭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발레리나의 몸이 무대 위에서 춤추고 음악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선율은 관객들의 마음의 울림에 와 닿아 오래도록 남는다. 그들이 남기는 잔상이 호수의 물결처럼 서서히 파장을 일으킨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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