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작은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대형 공연장에 비해 자리도 불편하고 무대도 작은 소극장의 본산지 대학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관객이 배우와 가까이서 눈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고, 소박한 무대를 지켜보면서 보다 쉽게 마음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함 때문이리라.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는 대극장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는 것이다.


머리로 웃고, 가슴으로 우는 연극 <3월의 아트>

▲ 미친듯이 웃기고, 눈물나도록 공감 가며, 완벽하게 지적인 연극 <3월의 아트>
연극‘아트’는 국내에서 단단할 것만 같았던 남자들의 우정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치졸하고 옹졸한 남자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는 10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송승환, 브라운관의 최고 스타 김석훈 등 각종 방송과 연극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들이 참여해 공연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연극‘3월의 아트’는 이번에도 같은 텍스트의 두 가지 콘셉트로 나뉘어 같은 공연이지만 느낌이 전혀 다른 두 공연을 볼 수 있다. 3월에 찾아온 ART는 어두운 공간을 밝혀주는 하얀‘모노크롬 회화’의 2차원 세계는 루치오 폰타나의‘공간개념’인 3차원의 무한한 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직업을 갖고 있지만, 우정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수현, 규태, 덕수, 세 남자가 이지적인 수현이 1억 8천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한 하얀 면과 색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의 출현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이 세 친구는 그 하얀 빈 공간을 보면서 어쩌면 그동안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아니 알고는 있었으나 겉으로 표출할 없었던 진실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였을지도 모른다. 세련된 유머와 산뜻한 위트의 연극‘아트’는 수현의 말처럼 애교 어린 약간의 거짓말을 동원하면 우정의 새로운 시작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미쳐야 미칠 수 있다”뮤지컬 <루나틱>

▲ 백재현의 창작 뮤지컬 <루나틱> - 미치도록 행복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국외 대형뮤지컬이 가득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루나틱’은 지난 2004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벌써 6번째 공연이다. 수십 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블록버스터 뮤지컬과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루나틱’의 주 무대는 정신병원이다. 하지만 이 정신병원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화려하며 매력적인 여의사가 따뜻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곳으로 미친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아픈 마음을 치료받기 위해 오는 장소가 되고 있다. 루나틱은 사랑, 돈, 섹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집착하게 되어 있는 3가지 주제를 3명의 환자를 통해 액자구성 식으로 관객들에게 그 사연을 들려주면서, 오히려 살짝 미치면 오히려 인생이 행복하다고 말해준다. 단순한 재미보다는 관객, 아니 우리 스스로에게 뭔가를 던져주고자 노력하는 이 공연은 자연스런 연출과 개성 있는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가 맛깔스럽다. 무대 오른쪽에 자리 잡은 재즈 뮤지션의 라이브 무대 또한 훌륭하다. 개그맨 백재현이 제작과 연출을 맡으면서 더 화제를 모으고, 사람들이 누구나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행복을 알려주는 뮤지컬 루나틱. 이제 그 정신병원으로 함께 가보자.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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