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호주통신원

호주의 다문화, 다민족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좋은 표본이 되었고 많은 다민족나라들이 부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이민자 방송으로서 현재 호주 5대 방송 안에 드는SBS는 다문화 다민족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최근 호주에서는 ‘다민족 다문화 주의’를 폄훼하는 발언이 연방정부 지도부 일각에서 강하게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에 시드니 남부 크로눌라 비치 일대 및 6개 지역에서 일어난 인종폭동 사태와 그 후 시드니 유명 비치와 많은 인종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크고 작은 인종마찰이 이러한 인종 갈등을 더욱 더 고조시켰다.

인종마찰의 문제는 정부 지도부의 발언으로 더욱더 악화되었는데 존 하워드 수상은 크로눌라 사태를 인종적 편견이나 차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지 범법자들에 대한 폭력행위라고 규정지었다. 또한 다문화 주의를 폐기하자는 퀸즐랜드 주의원들의 주장과 하워드로부터 대권을 물려받기 위해 물밑작전을 벌이고 있는 코스텔로 재무장관은 다문화주의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토했다. 이전부터 인종차별 발언과 다문화 주의의 반대의견을 주저 없이 펼쳐 빈번히 구설수에 올랐던 한나라당 전 당수인 폴린 핸슨은 코스텔로의 발언에 강하게 지지하며 "호주에 동화되지 않으면 시민권자라도 호주로부터 추방되어야 한다"고 이번 논란에 가세했다. 특히 무슬림 커뮤니티를 겨냥한 이들의 노골적인 발언에 중동계 커뮤니티는 물론 소수민족 커뮤니티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가운데 하워드 수상은 "다문화주의보다도 호주의 전통적 가치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 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러한 인종차별문제는 현재 호주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소수민족 커뮤니티도 자극하고 있다. 직접적인 불똥이 튀기고 있진 않지만 결국엔 그들에게도 화살이 향할 것이라는 것이 많은 소수민족들의 생각이다. 앵글로계 주류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호주사회에서 소수민족이 우수한 위치에 서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학교나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유학생은 물론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한 1.5세와 2세들에게도 호주인 부류 속에 완전히 동화되는 것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시드니대학교에 재학 중인 앤드류 성(Andrew Sung)은 호주에서 태어난 2세지만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모두 그와 같은 이민자 2세들이다. 그는 "호주아이들은 인종차별이 너무 심해요. 그냥 자기네랑 생긴 게 다르다고 무시하고 싫어해요"라며 호주사회 속에 깊숙하게 박혀있는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국에서 혼혈아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늘어가는 만큼 호주사회도 소수민족이 그들의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돌이켜보고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하나 되어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또한 호주뿐만 아니라 다른 다문화 국가에서도 소수민족에 대한 시각과 태도가 하루빨리 변화하여 소수민족이 어느 곳에서도 차별과 서러움 없이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한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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