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스웨덴통신원

스웨덴에서 결혼은 일생일대의 대사가 아니다. 단지 몇 가지 서류정리가 요구되고 법적 신분이 약간 변화되는 하루 가족과 친구, 가까운 지인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생일잔치 같다고나 할까? 스웨덴 국민의 연령별 일반적인 주거패턴을 먼저 살펴보자. 출생에서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와 동거하며 경제적 도움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산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을 기준으로 나이가 들면서 사는 방식에 격차는 점점 커지게 되는데, 스웨덴에서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완전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다. 고등학교 졸업연령인 18세는 법정 성년으로서 법적, 경제적 책임을 스스로 진다.

대도시의 경우 주택부족 혹은 경제적 사정으로 간혹 부모 집에 조금 더 머무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에게는 "Mambo"라고 애칭이 붙어있다. 고등학교 3년간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틈틈이 모은 돈으로 일단 초기집세(전세개념이 없으며, 모두 월세)를 해결하고, 대학진학 혹은 취업 등 살 길을 찾기 시작한다. 한국처럼 고등학교 3학년이면 모두 매달려야 하는 대학수능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무료교육이라 학비걱정도 없고, 고등학교 졸업자에 대한 취업문도 넉넉하여 모든 과정이 참으로 여유롭게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보통 이성 친구를 사귀게 되고, 동거를 시작한다.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새사람을 만나 새살림을 차리기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기도 한다. 그 와중에 서로 뜻이 맞으면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거와 결혼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큰 차이가 없으며, 무엇보다도 동거는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인정되는 결혼과 동등한 수준의 "Civil Status"라는 것이다. 관공서 문서나 각종 신청서의 "Civil Status"는 미혼, 결혼, 이혼 및 동거로 분류되어 있다. 또한 동거인을 지칭하는 "Sambo"는 남편, 아내와 같은 타이틀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동거를 시작하고 이후 결혼을 생각하지, 만나자마자 결혼을 한다거나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따로 살다 결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똑 같은 집에서 예전 그대로의 생활을 영위한다. 법적인 관점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스웨덴에는 동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혼처럼 동거 청산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동거법이 있다. 결혼법과 비교해도 내용상 거의 차이가 없다. 법적으로 재산소유 및 자녀양육 등의 권리가 보호되고 국가로부터 각종 복지혜택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으며 세금관련 감세 및 공제혜택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동거 중 자녀 출산의 경우 두 사람의 공동자녀로서 법적으로 보호를 받으려면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으로 엄마만의 자녀로서 등록된다. 또한 동거를 청산할 경우, 동거기간 중 공동으로 매입한 물건이나 증식된 재산에 한해서만 균등분할 할 수 있다. 반면, 이혼의 경우에는 두 사람 전 재산을 대상으로 균등 분할한다.

스웨덴의 이러한 동거나 결혼 관념이 한국의 미혼 아니면 결혼의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맞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 존중 및 책임만 확고하다면 말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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