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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가는대로 거닐다 어디에 머물러도 좋다!천혜자연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 유익한 공부에서 이채로운 체험까지 다양한 즐거움 선사

가슴을 시리게 하던 차가운 바람이 서서히 따뜻한 기운을 드리우는 봄, 화려한 유화보다는 소박한 수채화의 이미지를 가진 고장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추억을 새기고 감동을 채우고 그리움을 남길 수 있는 곳, 어디에 머물러도 그림이 되는 815㎢ 해달별나라 영양군이다. 태초의 순수를 간직한 숲, 전설이 서린 기암절벽, 계곡물과 쉼터, 그리고 시간이 숙성시켜온 이야기가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즐거운 소풍, 유익한 공부까지 사람과 자연에 삶의 이야기를 더해줄 것이며,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마을들이 쉬어가길 권하며 고이 간직해 온 영양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 영양의 인문과 역사
책에서나 보던 거장의 서재나 오랜 삶의 지혜, 시인의 고향, 우국지사의 충정, 빛나는 예술혼, 옛 선비의 호연지기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난다. 오래 숙성된 명품와인처럼 서정이 익어가는 곳, 영양의 저녁놀에 추억의 감동을 실어본다.

돌 하나하나에 하늘의 이치를 담다
- 정영방과 서석지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원, 그리고 영양 서석지. 한국정원의 아름다움을 담은 대표정원을 영양에서 만

   
 
난다. 경북 중요민속자료 제108호인 서석지는 정영방(1577~1650)이 조성한 것으로 전해지는 정자와 연못이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을 토대로 조성했고 못 주위 사우단에는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심어 선비의 지조를 담았으며 400년이 넘는 은행나무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본 임천정원보다 훨씬 앞서 발달한 우리 고유의 정원이다. 정자마루 위에는 정기, 중수기, 경정운 등 당시의 대명절의로 이름난 명사들의 시와 건축물에 관한 기록이 걸려 있고, 마을에는 정영방의 자손들이 세거하고 있다. 상서로운 모양의 돌마다 이름이 있어 서석이라 하였으며 하나하나 수기치신에 집중한 선비의 풍류와 절개가 느껴진다. 연꽃들이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7월 중순이 가장 아름답다.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한국조경사에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최초의 한글조리서에 담긴 400년 손맛
- 장계향의 음식디미방
음식디미방 제목을 풀어보면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다. 정부인 장계향이 400여 년 전에 쓴 한글조리

   
 
서이다. 두들마을에서는 영양 양반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대구껍질에 석이, 표고, 꿩고기 등을 잘게 다져 양념한 뒤 대구껍질에 싸서 삶은 대구껍질누르미, 돼지고기와 연근으로 만든 가제육연근채, 석이편, 생선살로 피를 만들어 소를 넣은 어만두 등 음식디미방 속의 옛날요리를 7첩, 12첩 반상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음식디미방은 옛날과 오늘의 식문화를 비교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이며, 거의 사라져 버린 옛 조리법을 발굴할 수 있는 지침서로도 그 가치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정부인 장계향은 여중군자라 불릴 정도로 인품이 높았다. 학문과 시ㆍ서ㆍ화에 능했으며 자애로운 품성과 효심이 깊어 가정은 물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선행으로 칭송을 받았다.

한국인의 가슴에 살아있는 명작의 무대
- 거장을 키운 언덕, 이문열과 두들마을
언덕위에 자리 잡아 두들이라 불리는 곳. 시대를 초월한 전통의 향기와 한국문학 거장의 숨결이 살아있는

   
 
두들마을이다. 조선시대 광제원이 있었던 곳으로 석계 이시명 선생과 그의 후손 재령이씨들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석계고택, 석척서당, 정부인장씨 유적비, 광산문학연구소, 유우당 등의 고택과 문화재가 모여있는 명소이다. 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직접적인 배경이며 “금시조”, “황제를 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에서도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던 무대로 그려졌다. 잘 보존된 전통가옥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한옥체험, 동대, 서대, 낙기대, 세심대 등 기암괴석의 이채로운 볼거리, 인근의 시무나무과 비술나무숲 등 천연기념물 관광도 할 수 있다.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두들광장 잔디밭에 서면 시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눈뜨게 된다.

가장 고결한 순수와 지조의 쉼터
-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조지훈과 주실마을
시인의 영토에서만 기억하기엔 너무 큰 이름, 조지훈 시인의 고향을 찾아 주실마을에 들어선다. 청록파

   
 
시인이자 국문학자 조지훈(1920~1968)의 생가인 호은종택(경북도기념물 제78호)이 널찍이 자리 잡고 있다. 종택에서 앞을 보면 붓끝 모양으로 생긴 문필봉이 있고 옆에 연적봉이 자리해 있다. 여기에 물을 대는 골짜기가 있어 주실의 글은 마를 날 없어 학자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 마을은 재물, 사람, 문장을 남에게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 정신을 이어오며 인생을 당당하게 살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주실숲이 있어 빛을 찾아가는 길이라 새겨진 조지훈의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마을에는 시비공원과 지훈문학관이 있다. 지훈문학관에 들어서면 조지훈의 대표 시 승무가 흘러나오고 시인의 삶과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학창시절 문학의 꿈을 키우던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행 삼아 공부 삼아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

이 우주에 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랴
- 저녁놀 ‘오일도 시비’, 오일도와 감천마을
맛있는 물이 샘솟고 감나무가 많아 감천이라 불린다. 낙안호씨들이 400여년을 살아온 집성촌이며 항일시

   
 
인 오일도(1901~1946)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오일도 시인은 1931년을 전후하여 등단한 이후 최초의 시 전문지 “시원”을 창간한 순수 서정 시인이며 우리 민족의 정한을 노래한 민족 시인이기도 하다. 시인의 생가는 감천마을 가운데 자리한 44칸 기와집으로 경북문화재자료 제24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마을에는 유서깊은 고택의 정취에 어울리는 북카페와 시인의 ‘저녁놀’시비가 있는 소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생가 주변에는 천연기념물 측백수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깍아지른듯한 바위산 자락의 측백수림과 아래 흐르는 반변천, 아름다운 침벽공원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천천히 다니다가 감천마을 시인의 공원에 잠시 머물러 마을앞 측백수림 너머 저녁놀을 감상하면 좋겠다.

짧은 생애 그러나 긴 울림
- 금경연과 금촌마을

   
 
금경연 화백은 한국미술사의 초창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1930년대에 수차례 입선과 특선으로 주목받았으나 폐결핵 때문에 33세 아까운 나이로 요절했다. 비록 몇 점 되지는 않지만 그가 남긴 유작들은 우리나라 서양화 도입 초기 우리 화단에서 돋보였던 예술가적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고향인 금촌마을에는 금경연화백예술기념관이 있어 짧은 생애였지만 오직 한길만을 위해 온 몸을 불살랐던 천재적인 면모를 단편적이나마 떠올려 주고 있다. 금촌마을에는 약천정(경북문화재자료 제78호)과 고목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마을숲이 자리하고 있다. 금촌마을 인근에는 수하계곡,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특구, 본신계곡, 검마산자연휴양림 등 피서지와 휴양지가 많이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만주벌판 달리던 독립군의 어머니
- 남자현과 지경마을
남편은 의병을 자원해 왜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아내는 그 뜻을 이어 3ㆍ1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군의 어머니가 됐다. 그 남편은 김병주요, 그 아내는 남자현이다. 이곳 지경마을은 남자현의 얼이 서린 고향마을이다. 여성독립운동가인 남자현 지사는 여성운동의 선구자로서 3ㆍ1운동에 참여한 이후 유복자를 데리고 만주에 들어가 재만조선여자교육회를 설립하여 여성계몽운동에도 앞장섰다. 또한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단체의 통합에 노력하고 요인암살, 독립투자 석방운동, 국제사회에 독립호소 등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치다가 하얼빈에서 체포되어 모진 고문 끝에 사경이 되어 출옥하여 끝내 순국했다.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여 남자현 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념했으며, 영양군은 1999년 생가를 복원하여 기리고 있다.

나라 잃은 의병장의 넋이 잠든 곳
- 벽산생가 그리고 항전의 성터, 김도현과 검산성
‘한 바다와 천지간 넓은 세상에 나의 뒤를 따르는 자 한사람도 없음이 한스럽구나. 구천(九天)에 돌아가서

   
 
갚으리라 나의 조국을, 동방에 무궁한 어진 나라 세우리’, 구한말 항일의병장 벽산 김도현 선생이 남긴 애절한 시다. 벽산선생은 명성황후 시해, 강제조약 체결, 한일합병 등을 겪으며 의병활동과 옥고를 반복하다 고향땅에 돌아와 사립 영흥학교를 세워 후세를 위한 육영사업에 힘썼다. 국권이 강탈당한 이후 부친까지 돌아가신 뒤 나라 잃은 원한과 어버이를 여읜 슬픔이 극에 달해 비장한 시를 남기고 동해바다에 투신했다. 벽산선생에게는 1962년 대한민국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됐다. 검산성은 벽산선생이 왜군과 대항하기 위해 사재로 세운 성이다. 온갖 고난에도 절개를 지켜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충효를 다한 벽산선생의 비극적인 인생이 후세에 전해진 듯 검산성과 생가는 방문객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불꽃처럼 살다간 젊은 독립투사
- 그 순결한 영혼의 안식처, 엄순봉과 옥산마을
마을 북쪽 옥산이 마을 이름으로 정착되었는데, 옥산에는 신선이 구슬을 가지고 놀다가 하늘로 올라갔다

   
 
는 전설이 있다. 옥산마을은 김좌진 장군을 도와 조국광복 운동에 앞장선 추수 엄순봉(1903~1938) 선생이 태어난 마을이다. 엄순봉 선생은 빈농의 아들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기백이 호협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재질이 출충하였다 한다. 어릴 적 만주에 살면서 우리 민족의 수난과 일제 식민통치를 보며 일찌감치 독립운동에 뜻을 두고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엄순봉 선생은 김좌진 장군의 청년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항일무장투쟁, 매국노 처단, 독립군 훈련 등에 힘을 기울였다. 1931년에 만주사변 후 김좌진 장군 등 선배 지도자들을 잃고 갖은 고초를 겪으며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체포되어 고문과 옥고를 치르면서도 독립군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아 사형을 언도받고 36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했다. 1963년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단장을 추서하여 불꿏처럼 살다간 젊은 독립투사의 영혼을 기리고 있다. 

☞ 영양의 박물관ㆍ공원
세상 어떤 조명으로도 연출하지 못할 빛의 향연, 세상 어떤 컬러로도 그려내지 못할 색의 축제, 자연은 영양에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선사한다. 깊고 푸른 밤하늘, 청정계곡, 반딧불이, 금강송, 한 떨기 한 떨기 정겨운 이름을 가진 야생화까지 어른에서 아이들까지 제각기 찾는 이유는 달라도 오래오래 남을 하나의 기억은 영양나들이의 즐거움, 동심의 발걸음은 어느덧 영양으로 향한다.

진귀한 폭포석, 450년 주목
- 분재수석야생화 전시관
선바위관광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분재수석야생화 전시관에는 전국최대 규모의

   
 
분재와 수석, 야생화들이 전시돼 있어 반드시 보아야 한다. 수령 450년의 주목, 200년 이상의 모과, 적송, 단풍나무 분재, 영양 특산물인 폭포석, 일월산에서 자생하는 금낭화, 메발톱 등 야생화 5천여본도 감상할 수 있는 대자연의 축소판이다. 특히 일월산과 반변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직하형, 계류형, 굴곡형, 바위형, 산경석 등 다채로운 폭포석은 검은 돌에 우유빛 석영이 세로로 박혀 있는 희귀종으로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연중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꺽지와 퉁가리 등 토종어류를 볼 수 있는 민물고기 어류전시관, 감천 측백수림, 서석지, 산촌생활박물관 등 인근에 볼거리가 많아 데이크 코스나 가족나들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그 옛날 산촌에서는 어떻게 살았을까?
- 영양산촌생활 박물관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공부삼아 오기에 최적의 코스다. 영양산촌생활 박물관은 산촌 문화와 생활을 한 눈

   
 
에 볼 수 있다. 경북 북부지역의 산촌문화 조사, 연구, 전시, 교육 목적으로 조성된 이 박물관은 우리 조상의 생활상을 다양한 모형으로 재현하고 충실한 설명을 곁들여 누구나 알기 쉽도록 꾸며낸 공간이다. 주차장 가까운 자리에 산촌 농가마을을 재현하여 부엌, 안방, 외양간, 창고, 굴피지붕 등을 신기하게 둘러보고 박물관에 들어가면 산촌마을의 생활상과 물고기 잡이, 사냥도구, 봄철 산나물 다듬기, 여름철 까치구멍집, 꿀따기 등 산촌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볼 수 있어 좋은 교육장이 된다. 다양한 수생동식물과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자연관찰코스, 산촌마을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체험코스, 전시조형물과 소공연장에서 쉬며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코스 등 가족단위나 교육기관의 단체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하늘을 스케치한 듯한 영양군에서는 이밖에도 자연과 더불어 사계절 다양한 체험과 문화유산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선 꽃밭인 일월산 자생화 공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검마산 자연휴양림, 체험을 통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배우고 자연이 주는 여유로운 힐링을 느낄 수 있는 흥림산 자연휴양림, 그리고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불멸의 생명이 숨 쉬는 나무의 나라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에서 도심 속에 지친 심신(心身)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아울러 영양의 축제와 이벤트로 만날수록 이채로운 체험으로 표정에 생기가 살아나고 몸이 맑아지는 느낌, 회색의 도시 삶이 초록빛으로 물들여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싸하고 담백한 천연 웰빙푸드로 봄마다 산나물의 향연에 초대받는 영양산나물축제, 따
   
 
스한 봄날 시인의 마을에선 얼굴마다 순수한 서정이 어리는 지훈예술제, 영양고추 서울 나들이로 해마다 단골손님이 늘어나는 H.O.T 페스티벌, 음식디미방에서 요리를 직접 맛보는 오백년 반가의 웰빙레시피 세계유교음식 페스티벌, 영양에서만 볼 수 있는 익살과 폭소 그리고 어울림의 풍자 한마당인 영양원놀음 등 순박한 인심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겨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사가 살아있는 타임캡슐 영양의 문화유산은 천년의 시간을 견디어낸 만큼 아름답다. 천년 믿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국보탑, 그보다 더 오랜 이야기를 담은 숲, 수백년 이어온 종택, 정자, 서당에 이르기까지 영양은 자연과 삶이 어울린 박물관 같다. 갈수록 잊혀져가는 전통이 못내 아쉽거나 문득 근원을 향한 그리움이 솟구쳐 오를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영양에 들러보는 것도 마음의 안식을 찾는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NP>

김보연 기자  cgcbhy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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