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모두가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이 주는 폭력의 피해자

[서울=시사뉴스피플] 박재찬 기자

 
연상호 감독의 영화 ‘창’은 모범분대를 자랑하던 정철민 병장의 분대에 어느 날 고문관이라 불리는 관심병사 홍영수 이병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갈등을 다룬다. 정철민은 열성을 보이지 않는 홍영수를 열심히 교육 시켜 A급 병사로 만들어 가지만 중대의 훈련에서 홍영수 때문에 정철민 분대 전체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이 일로 정철민은 홍영수를 구타하고 홍영수는 자살을 기도 하지만 미수로 끝난다. 대대장은 정철민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정철민의 분대는 해산하게 된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영화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일삼는 정철민을 쉽게 미워할 수도 없고, 고문관 홍영수를 그저 마냥 동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는 군대에 갔다 오지 않았더라도 ‘사회’라는 구조와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어느 사회나 정철민 같은 사람과 홍영수 같은 사람,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영화 ‘창’은 군대라는 특수한 사회에 빗대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을 적날하게 보여준다.

지난 6월 21일 8시 15분경 동부전선 GOP에서 임 병장이 같은 부대 초병에게 수류탄 1발과 K-2소총을 난사하고 탈영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임 병장은 6월 23일 자살시도 후 생포되었다. 임 병장 사건의 동기가 부대 내의 집단 따돌림이었다고 현재까지 알려지고 있다. 

영화 ‘창’과 임 병장 사건은 같은 교훈을 준다. 우리 모두가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이 주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 병장 사건 이후에도 또 다시 우리는 현실로 돌아와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에 적응하고 순응하며 사회가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에 취해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 주면에 영화 ‘창’의 홍영수 같은, 또는 임 병장 같은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안정감과 편안함 때문에 그들을 잊거나, 방관한다면 제 2의 임 병장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은 군대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영화 ‘창’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전역하는 정철민이 홍영수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너 지금 편하냐?” 그러자 홍영수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저기... 편합니다. 정철민 병장님과 ‘함께’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편합니다” 

제 2의 임 병장 사건을 막기 위해서 우리 주변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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