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이은 두 번째 소설

[서울=시사뉴스피플] 김보연 기자

 
전 세계에 ‘100세 노인 현상’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가 출간됐다. 이번 신작은 2013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26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전 세계 판매 부구 15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또다시‘요나손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세상을 지배하는 바보들’ 그리고 ‘이 세상에 가득한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나스 요나손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십분 발휘해 독자들을 배꼽 잡게 하는 한편,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부조리하고도 불합리한 체제와 사회 구조에 대한 은근하고 통렬한 풍자를 보여준다.

100세 노인의 삶보다 더 기구하고 기상천외한 까막눈 소녀의 삶을 그린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빈민촌에서 시작된다.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며 생계를 이어 가야 했던 소녀 ‘놈베코’. 빈민촌의 여느 주민들처럼 그녀도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났다. ‘세상 셈법’에 밝은 ‘놈베코’는 주변의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성장해 간다. 호색한이지만 문학 애호가인 옆집 아저씨에게서 글을 배우고 매일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똑똑하게’ 말하는 방법도 터득한다. 아주 우연히 다이아몬드 수백만 달러어치를 손에 넣게 된 ‘놈베코’는 용기를 내 평생 갇혀 살던 빈민촌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복잡한 사정 끝에 핵폭탄을 개발하는 비밀 연구소 <펠린디바>에 갇힌 ‘놈베코’는 명목으로는 청소부이나, 실상은 연구소장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핵폭탄 개발에 관여하게 된다. 연구소장인 엔지니어는 오로지 아버지의 권력과 부유함 그리고 넘치는 행운으로 남아공 최고 핵전문가가 된 인물이다. 간단한 수식조차 모를 만큼 멍청했던 그는 ‘놈베코’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를 조력자로서 이용하는데…….

‘놈베코’가 거의 평생을 핵폭탄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요나스 요나손이 전하고 싶은 우의(寓意)가 담겨져 있다. 핵폭탄은 당장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자칫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이다. ‘놈베코’ 주변에는 핵폭탄 외에도 ‘인간 시한폭탄’이라고 부를 법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드는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수학이라곤 아는 게 없는 사회 엘리트층 핵무기 엔지니어는 물론, 둘 중 하나만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쌍둥이 형제 홀예르 1, 2가 그렇다. CIA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불안증에 걸린 미국인,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짝퉁 사기를 일삼는 중국 여자들, 세상 모든 일에 분통을 터뜨리는 소녀, 자신의 태생은 백작부인이라는 환상에 젖어 살아온 감자 농사꾼, 농부가 꿈이었던 철없는 국왕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핵폭탄을 매개로 서로 엮이게 되고, ‘놈베코’는 그 중심에서 이들을 다독이며 세계 평화를 지켜 낸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학헤 옳지 않은데도 저마다 잘났다고 떠드는 세상에서, 실제로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가장 낮은 존재인 까막눈이 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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