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에 끼는 안개에서 인간의 욕망의 악마성을 만나다

[서울=시사뉴스피플] 박재찬 기자

 
영화 ‘해무’는 인간의 내면에 숨기고 있는 욕망의 악마성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부 인물들의 설정은 더없이 순박하고 평범한 바다 사람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극적인 상황에서 자신들의 욕망과 집착의 악마성이 표출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도 예상하겠지만, 그 현장은 처참하다.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식)는 배에 대한 애착, 집착, 욕망 등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기관장 완호(문성근)는 흔히 말하는 인간성 좋은 사람으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갑판장 호영(김상호)은 선장과 선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일에 무조건 적으로 복종하는 사람이다. 경구(유승목)는 선원들 중 돈과 여자를 가장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창욱(이희준)도 경구처럼 돈과 여자를 좋아하지만 늘 경구에 밀려 그를 동경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애착과 욕망의 끝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 ‘해무’는 해무(바다 위에 끼는 안개)에 둘러싸여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바다위에 홀로 떠있는 전진호의 상황처럼 그동안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인간에서 극적인 상황에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집중, 집착하는 개인적 인간의 악마성을 묘사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역시 명품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김윤식과 문성근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는 검증된 배우들이다. 이밖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창욱역의 이희준이다. 순수와 집착, 광기를 오가는 그의 연기는 스릴러라는 영화적 장르에 재미를 더 해준다. 또한 이번 영화로 아이돌에서 배우로 거듭난 박유천의 연기도 훌륭하다.  

분명 영화 ‘해무’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인간의 욕망이라는 메시지를 다루는 방식과 명품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실화를 소재로 한 내용 등의 면에서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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