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역사, 철학, 문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성적 욕망을 정면으로 탐구한 책!

[서울=시사뉴스피플] 김보연 기자

 
저자는 <욕망할 자유>에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대표하는 욕망의 상징을 통해 의미와 위상,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
   
1장 ‘디오니소스와 그리스 철학의 대결’에선 사랑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디오니소스 신은 고대 그리스에 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인기는 대단해서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의식을 가졌다. 숲 속에서 벌어진 디오니소스 축제는 모든 금기를 벗어던진 자리로, 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구였다. 디오니소스적 욕망은 국가 권력과 가부장제에 도전하는 에너지였다. 니체는《비극의 탄생》에서 “고대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우리는 디오니소스적 축제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 이 축제의 중심은 성적인 방종이었다”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강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힘으로 본능을 억눌러야 했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은 욕망과 쾌락을 증오했다. 고대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욕망에 대한 관념은 아직까지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자세한 내용과 함께 한계가 무엇인지 1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2장 ‘보카치오, 종교적 위선을 야유하다’에선 보카치오의 소설《데카메론》을 중심으로 중세와 르네상스기를 살펴본다. 서양 중세는 인간의 육체와 욕망을 죄의 근원으로 규정했다. 교회는 엄격한 성생활 지침을 만들어 경건주의를 유포했다. 이처럼 인간은 없고 신만이 존재하던 암흑기에 보카치오는《데카메론》에서 인간을 욕망을 가진 주체로 등장시킨다. 결혼한 남녀의 관계, 혼외정사, 동성애, 양성애, 다자간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온갖 관계가 10편의 이야기에서 펼쳐진다. 보카치오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간의 욕망을 선악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육체적 욕망에 충실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찾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행복한 삶을 산다고 역설한다. 보카치오는 이 작품을 우울한 여자들의 위로하기 위해 썼다고 말했는데, 지금 봐도 유쾌하고 재미있다. 중세의 장벽에 균열을 내고 르네상스의 문을 연《데카메론》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3장 ‘사드를 위한 변명’에선 기존 성도덕에 도발적으로 도전한 인물인 사드를 통해 근대인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사드의 이름은 그 자체가 금지의 대상이었다. 가학적 성애인 사디즘의 어원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로 욕망을 드러내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로 직접 실현하고자 했다. 사드는 종교와 도덕이라는 위선을 벗고 성적 욕망을 제한 없이 드러내라고 말한다. 사드는 결혼이란 성적 욕망에 자물쇠를 채우는 제도이므로 결혼하지 말 것을 권한다. 또한 사회가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성행위를 적극적으로 즐기라고 제안한다. 사드의 소설에는 난교와 가학성애, 근친상간, 동성애, 다양한 성적 취향 등 당시의 성도덕과 종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저자는 사드의 파격적인 주장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드의 소설은 18~19세기 유럽 절대왕정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다” 저자가 사드의 문제의식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드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고 동시에 성적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근대 철학은 총공세를 펼치기 시작한다.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 헤겔 등은 근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적 욕망을 공격하는 데 있어서는 동일한 입장을 취한다. 또한 근대 철학의 경직화에 반발하며 19세기에 유행처럼 번진 감상주의조차 성적 욕망을 죄악으로 매도한다.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단적인 예다. 마침내 국가는 성적 욕망을 처벌하는 법규와 장치를 만들어 결혼한 부부의 성만 인정하게 된다. 유럽 부르주아 사회가 생식을 목적으로 한 부부 사이의 섹스만 인정하고 다른 성은 억압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3장에서 그 연유를 설명한다.
 
4장 ‘푸코에게 사랑을 묻다’에서는 현대 자본주의가 성을 어떻게 억압하고 상품화하는지를 탐구한다. 미셸 푸코는 성의 본질, 성 정체성, 성과 권력의 관계 등 성적 욕망을 평생 연구한 사상가다. 푸코에 따르면 근대 국가가 법을 동원해 성적 욕망을 직접 통제하고 억압했다면,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사회는 주위의 시선, 섹스에 대한 담론을 통해 성을 통제한다. 성 담론은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기 때문에 의식과 무의식 모두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 현대 사회는 섹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부나 연인 간에 활발한 섹스를 권장한다. 다만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와 연인 사이에서만 성을 즐기라고 한다. 성을 가족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그것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한다. 푸코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넘어 욕망과 쾌락 자체로서 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사랑의 기술》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관점에 대해 비판한다. 사랑을 본능적 감정과 욕망에서 분리하고 이성에 기초한 기술과 합리적 행위로 이해하는 관점이 갖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도 도마 위에 오른다. 프로이트는 성적 욕망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내 욕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욕망을 억제해야만 문명이 유지되고 발전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욕망의 부정성을 퍼뜨렸다고 지적한다. 20세기 이후 소비사회가 자리 잡으면서 성적 욕망은 상품화와 뒤섞이게 된다. 그로 인해 현대인은 평생 성적 매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에 시달리게 된다. 진짜 욕망과 자본이 만들어낸 가짜 욕망이 혼재한 상황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명과 제도가 성적 욕망을 어떻게 길들이는지를 충분히 확인했다. 그러고 나니 욕망과 문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욕망과 문명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 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개인은 오르가슴을 목표로 하는 성기 중심의 성행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울러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사회 시스템도 변해야 한다. 문명과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4장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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