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꿈을 가진 양원주부학교 이선재 교장

세상은 눈부시게 변화했지만 글을 모르고 컴퓨터를 못 다뤄 서러운 시대에 ‘문맹’인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우리 주변엔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 때문에 또는 여자란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주부들이 아직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양원주부학교 이선재 교장
가난과 남아선호사상으로 형제자매와 가족을 위해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청춘을 보냈던 지금의 어머니, 할머니, 그들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지금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고 희생으로 묻힌 삶을 살아왔다.

할머니는 왜 그것도 몰라요
요즘 같은 첨단 세상에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비문해자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중학교 이하 학력을 가진 이들 중 여성이 80%가 넘는다.
특히 문장이해력이 거의 없는 半文解者,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신문기사나 제품의 사용설명서, 은행이나 관공서 서식 작성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남의 도움 없이 처리하기 어려운자가 전체 성인의 7%인 약262만 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완전비문해자나 문해력 부진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사람은 약 600만 명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선재 교장은 “할머니는 왜 그것도 몰라요? 라는 손자의 핀잔이나 대학 나온 박사 아들과 초등학교도 안 나온 엄마, 대학나온 며느리와의 소통이 그리 원활하지 않은데 무슨 이야기가 되겠느냐”며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의 교육은 가정의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피력하면서 “교육은 가정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간 조화와 화합을 이루고  민주국가 건설 인류 공영의 근간이며 특히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삶 풍요로운 삶 인권적 삶을 행복으로 견인해 주는 필수 항목이다.”라고 강조한다.

가족을 위한 삶으로 배움의 기회 잃어
오늘의 경제발전에 그들의 노력이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에 위치한 경제 강국이다.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도심 속 번화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헐벗고 굶주린 시절을 이겨내고 지난 60년간 급속하게 성장했고, 국민들의 삶의 질 역시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학교문턱도 넘어보지 못하고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희생하면서 60~70년을 살아왔던 할머니. 지금 이들은 ‘나를 위한 제2의 도전’을 양원주부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다.

 이선재 교장은 우리나라는 'G-20' ‘20-50클럽’에 가입한 나라입니다. 인구 5000만, 국민 소득 2만불 이상인 나라가 세계 일곱 개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게 누구 덕입니까? 그 숨은 공로자가 지금 우리학교에 있는 학생들 아닙니까?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겨울에 갈라 터진 손을 입김으로 불어가면서 일하고 보리고개를 넘고, 돈 벌어 오빠 동생 가르친 겁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배우지 못하면 깜깜한 밤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라고 언급하며 못 배운 설움을 안고 살아가는 성인들에게 우리 국민이 받아야할 기본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양원초등학교와 일성여중고는 만학도 여성들을 위한 학력인정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재능을 함양하기 위해 컴퓨터반, 문예반, 한문반, 영어암송프로그램반, TOSEL영어인증시험반과 팝송을 부르기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까막눈이었던 할머니, 주부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교육받은 내용과 자신속에 잠재되어 있던 문학적 재능을 살려 학교생활과 자신들의 인생관, 철학을 바탕으로 쓴 수필과 시로 꾸며진 꿈꾸는 여자가 아름다운“빛을 향하여” 를 매년 발간하면서 우리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의무교육은 우리가 받아야 할 권리
나도 10대 때 피란 나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공부했고, 나를 도와준 그분들이 다 세상을 떠났으니 공부할 기회를 잃어버린 다른 사람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기면서 50여 년간 사회교육의 현장을 지켜온 이선재 교장은“서울에만 스스로‘무학(無學)’이라고 밝힌 성인이 31만이 넘는다.

 초등학교만 졸업했다는 64만 명을 합치면 100만 명 가까운 서울시민이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우리 주부학교 학생의 평균 연령이 58세~59세로 이들이 앞으로도 40여년을 더 살면서 내내 한글을 못 읽고 지낸다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불행인가. 이들을 내버려두고 석사 박사만 많이 길러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좋아지겠는가, 나이를 막론하고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기초교육은 국가가 나서서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 교장은“배움에 가장 굶주린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나 사회가 이들에게 무관심한 현실이 답답해서 더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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