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2월 7일에는 우주개발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에 정부는 즉각 유엔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요구하고, 미국과 사드(THAAD)배치를 위한 실무적 접촉에 이어 급기야는 개성공단 가동도 전면 중단시키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정부의 이런 극단적 대북조치에 반발한 야당과 진보세력은 박근혜대통령과 정부를 싸잡아 연일 집중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과 진보세력의 이 같은 행태는 이념과 정쟁의 혼란 속에서 국론분열을 조장하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야권(野圈)에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와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월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드는 인증 안 된 무기체계일뿐만 아니라 동북아 긴장고조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사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와 중국의 반발을 걱정하는 논리였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미 국방부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를 결함이 있는 무기를 시험하는 시험의 장으로 보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다면서 미국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중국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 '전쟁도 불사 하겠다‘고 하는데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배치할 계획이냐”며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했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에 대해서도 더민주 김태년 의원은 "개성공단이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한반도 평화의 최후 안전판이라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단정 짓고 “개성공단에 우리가 지급한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쐈다.

한술 더 떠 장외 비정치권에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번 정부의 대북제재 방식에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야당을 몰아치면서 더 강한 반대를 야당에 주문했다.

진보세력에선 한반도를 격랑 속으로 몰고 가는 사드는 자충수이며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은 대북 제재가 아니라 사실상 우리 기업에 대한 제재이고 실효성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정치적,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권의 문제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국제질서는 미·중 강대국의 패권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독자적 주체적 외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존재자체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고 있다. 북한 역시 ‘김정은 정권’이 살아남기 위해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의 시도도 당시 김정일의 핵 포기와 국가안보의 가치를 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허나 3대세습의 일환으로 김정은의 시대는 날이 갈수록 ‘대남적대정책’과 ‘핵무기개발과 실험’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핵무기는 거의 완성단계에 왔고 김정은식 통치는 안정 기로에 놓여있다. 문제는 ‘우리의 필살기’와 ‘김정은의 필살기’가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북의 핵무기가 미국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린 핵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의 핵 포기 없이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대북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사드배치가 일만의 억제력이 있다면 중국이 뭐라던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우리가 선행할 수밖에 없다. 가용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북한을 압박하되 대화의 창은 열어두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야권의 대정부 마구잡이식 비난과 질책은 국론분열의 주범이 될 수 있고 국가안보의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상황을 “조선반도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대남비방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안보위기에 여·야는 ‘초당적 대처 선언’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대북문제를 둘러싸고 4월 총선 필승을 위한 정파적 이해득실만 따져서는 안 된다. 북한의 도발의지를 무력화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 정치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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