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수습책으로 내놓은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출범이 무산됐다. 5월 17일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인하고 새롭게 출범하고자 했던 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파탄의 제 1원인은 친박(親朴)이 집단행동으로 회의 자체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악의 계파갈등으로 당내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총선 결과의 민심을 역행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신도 사라질 위험에 있다.

4·13 총선 이후 친박계의 행태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악과 같은 필사적 이다. 이쯤 되면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의식은커녕 일만의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철면피나 다름없다. 친박계는 반성과 숙고의 시간을 갖는 것이 상식이지만 오히려 온갖 꼼수로 패권을 지키려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다시 말해 2선으로 물러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고수하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번 전국위원회의 개최 무산은 친박계의 대표적인 패권주의 행패나 다름없다.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가 강성 비박계이며 비대위원들 역시 비박계 일색이라는 이유 때문이라 한다. 더 나아가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며 정진석 원내대표의 항복을 요구했다. 이에 상임전국위 임시의장을 맡기로 했던 정두언 의원은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렇게는 안할 것”이라며 친박계를 향해 격하게 비난했다.

친박계 스스로 뽑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삼으려는 막가파식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친박을 위한 원내대표를 하든지 아니면 사퇴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저항하는 비박계는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참패의 주된 원인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친박계의 ‘배신의 정치 심판’,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일방 통행적 행태, 영남지방의 우스꽝스러운 ‘진박(眞朴) 마케팅’과 같이 친박계의 독선과 오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당내 권력다툼이야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그렇지가 않다. 새누리당은 공당(公黨)으로서 총선 결과의 민심을 거역하고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일개 사당(私黨)으로 전락하게 됐다. 민심을 거역한 행위는 선거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태이기 때문이다.

4·13 총선에서 보여 준 민의는 여당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당의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라는 유권자의 뜻이자 특히 친박세력은 물러나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었다. 그런데도 친박세력은 부화뇌동하며 패거리 정치를 지속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 국민이 동조하지 않은 정치적 에너지는 부당한 권력투쟁과 비생산적 당파싸움에 골몰하기 마련이다.

결국 집권당의 내분과 혼란으로 이어져 입법·행정을 비롯한 국가의 의사결정을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파 이익에 복무하게 될 뿐이다. 친박계는 국민과 당을 우선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이 패거리 이익에 골몰하며 박 대통령의 눈치만 보다가는 새누리당 자체가 공중 분해될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분당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국민의당과 연정하자는 세력도 잠재하고 있다.

보수당의 중추를 새롭게 혁신하기 위해선 우선 친박계가 백의종군하든가 계파해산을 선언하고 비박계와 합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계파 간 이전투구는 새누리당의 종말을 앞당기게 할뿐만 아니라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박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치명타를 날리게 될 시한폭탄과 같다.

이제 새누리당 혁신의 핵심은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렸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의 대표성이 있느냐 없느냐 와도 맞물릴 수 있다. 이제라도 새누리당은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친박의 핵심 중진의원들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와 같은 젊은 보수의 아이콘을 재창출하여 젊은 보수당의 이미지를 갖고 혁신을 실천하는 제 2의 창단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부활의 가능성이 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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