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음식 현대화 감각으로 재해석한, 문동일 셰프

천혜의 자연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제주도, 자연과 더불어 신선한 재료와 맛을 자랑하는 제주음식은 식도락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제주도에 매료돼 향토음식을 발명하고 만들어 온 ‘문동일셰프녹차마을’의 문동일 셰프를 만나본다.

요리에 대한 남다른 열정

 
전남 보성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 종가 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손맛을 보려고 부엌을 드나들다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요리가 마냥 좋았던 문동일 셰프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동네 선배가 일하는 부산의 호텔 주방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에 문 셰프는 “어린 마음이었지만 요리 기술이 있으면 평생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방 옆 골방에서 지내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설거지, 야채 다듬기 등 허드렛일을 1년 넘게 한 끝에 불 앞에 설 수 있었다”며 “1978년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1984년 제주를 여행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제주그랜드호텔 주방에서 일하던 선배의 제안을 받고 그대로 눌러앉았다”고 회상하듯 말했다. 한편, 그는 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도전해왔다. 호텔 요리가 일상이 될 즈음 고민이 생긴 것이다. 식음료 분야 관리자들 대부분이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이었고,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문동일 셰프는 대학 입시 자격을 갖췄지만 입학을 할 수 없었다. 당시 제주 지역 대학에 조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셰프는 제주한라대 학장을 설득, 조리과를 만들어 야간대학 1회로 졸업했다. 그의 도전을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호텔 주방 총책임자, 조리과 겸임교수, 음식점 컨설팅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문동일 셰프는 한순간 슬럼프에 빠졌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문 셰프는 “아내와 직장 동료의 반대가 있었지만 본고장에서 요리를 배우며 심신을 추스르고 싶었다. 6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호텔에 사표를 내고 1996년 홀연히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그때 문 셰프가 선택한 학교는 130년 전통의 요리 전문대인‘르 코르동 블뢰’였다. 아내와 어린 딸, 아들은 한 달 뒤 파리에서 합류했지만 파리 생활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옅은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2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호텔에서 다시 근무하면서 경영 컨설팅, 향토음식 개발 등에 노력을 기울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제주음식 국제화 가능

 
‘문동일셰프녹차마을’은 2003년 제주시 연동에서 문을 연 이후 지난해 9월, 현 장소인 애월읍 하귀1리로 이전해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은 제주 전통음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신선한 지역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으로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기로도 유명하다. 경력 40년의 전문 요리사이자 대학 겸임교수, 외식창업경영 컨설턴트, 제주향토음식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문동일 셰프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국제음식축제 조직위원장, 추진기획단장 등을 연달아 맡았다. 문 셰프는 음식축제에서 향토음식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꾸미는 과정을 통해 제주음식이 국제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제주도 하면 회, 돼지고기 정도만 떠올리지만 사시사철 자연산 재료가 계속 공급된다. 자연에서 난 좋은 재료를 쓰면 조금만 간을 해도 맛있다. 그런 음식이 몸에도 좋다”며 “제주 향토음식에는 매운 고춧가루를 잘 넣지 않는다. 된장을 기본으로 하는데 된장만 있으면 물회가 뚝딱 만들어진다”고 밝게 웃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문동일 셰프는 방영된 올리브TV‘ 한식대첩3 ’제주팀 대표로 출전, 소박한 제주전통음식을 화려하게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 인물이다. 문 셰프가 한식대첩에서 소개한 흑돼지안심, 흑돼지떡갈지, 전복구이, 제주식소가리육개장, 꿩엿감귤샐러드 등 5개 요리를 함께 제공하는‘제주밥상’을 비롯해 특허 받은 쫄깃한 면과 고소한 국물의 들깨녹차칼국수, 간장꾸지뽕소스로 만든 흑돼지떡갈비 등이 문동일셰프녹차마을의 대표 메뉴다. 
  한편, “요즘 제주음식은 커녕 된장국과 김치까지 멀리하는 아이들을 보며 지역 음식의 의미가 점점 쇠퇴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는 그는 “입맛은 어릴 때 결정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급식뿐 아니라 기술가정 시간 등을 활용해 전통음식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듯싶다”고 제안했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해오며 전통음식의 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문동일 세프를 통해 제주음식뿐만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기대해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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