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가능한 미래 세계를 잇는 시간에 관한 명상

[서울=시사뉴스피플] 김보연 기자

 
2016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4세기 동안 셰익스피어는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읽히고, 사랑받아 왔다. 그의 작품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됐으며, 세상은 여전히 셰익스피어에게 사로잡혀 있다. 올해 기념의 해를 맞이해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여러 이벤트들이 기획ㆍ진행됐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호가스 출판사는 놀라운 장기 출판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13년에 호가스에선 ‘21세기 관객을 위해 셰익스피어 희곡을 재구성’하는 작가들의 1차 명단을 발표했다. 그들의 작업은 희곡을 무대에서 지면으로 옮기는 것, 원작의 ‘정신에 충실’한 소설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을 넘어 그들이 원하는 어디든지 여행할 수 있는 소설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자신만의 문학관으로 재해석해 다시 쓰는 기획이다. 이 시리즈는 2015~2016년부터 25개국 16개국 언어로 출간되며, 현재 참여하는 작가 위에도 많은 이들이 호가스와 조율 중이며, 향후 오랫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현대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는 지넷 윈터슨이다.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겐 다소 낯선 ‘겨울 이야기 The Winter’s Tale(1610년 집필, 1611년 초연)’를 선택했는데, 이는 ‘겨울 이야기’ 동시대 작가 로버트 그린의 ‘판도스토-시간의 승리 Pandosto: The Triumph of Time(1588)’를 다시 쓴 이야기라는 점에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이어지며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셰익스피어의 후기 희곡 ‘겨울 이야기’는 오해와 질투, 분노, 파멸 끝에 긴 공백, 즉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 등장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겨울 이야기’엔 희곡에선 흔치 않게 16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등장하며, 어둡고 비통한 격정과 목가적인 희극이 공존한다. 원터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 무대의 소설로 옮기면서 원작의 서사와 의미에 충실하되, 살을 덧붙여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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