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아버지, 자비로운 인간이란 무슨 의미인지를 익살맞게 보여주다

[서울=시사뉴스피플] 김보연 기자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자신만의 문학관으로 재해석하여 다시 쓰는 기획이다.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주자는 ‘영국 남자의 문제 The Finkler Question(2010)’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하워드 제이컵슨이다. 휫브레드상 수상작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1985)’의 작가 지넷 윈터슨이 개인적인 이유로 ‘겨울 이야기’를 선택해 ‘시간의 틈’을 썼듯, 마찬가지로 제이컵슨 자신 유대계 영국인으로서,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유대인 샤일록이 등장하는 ‘베니스의 상인(1596년~1599년 집필 완성, 1605년 초연)’을 선택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대단히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이 등장하는 블랙코미디에 있어 모두가 인정하는 거장 제이컵슨은 이 희곡을 21세기 잉글랜드 첼시의 호화로운 ‘골든트라이앵글’로 이전시켰다. 하지만 소설은 간단한 개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는 원작에서 고리대금업자이자 악인의 대명사로 표현되며 오히려 이 때문에 역으로 반유대주의를 대변하는 인물이 된 최고의 적대자 샤일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일록은 악인인가 희생자인가’는 셰익스피어 수업에서 단골로 출제되는 시험문제이자 셰익스피어 전공자에게는 영원한 화두이며, 제이컵슨은 “샤일록에 대해서 논쟁하는 것은 현대의 관심사에 대해 논쟁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그는 <샤일록은 내 이름>에서 사랑은 가장 고위한 인간적 가치로 제시한다. 여기서 제이컵슨은 이 세상의 피해 혹은 피해의식을 치유하는 힘은 욕망(‘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만 반응하는 정의로는 결코 완수될 수 없고, 그런 욕망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사랑도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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