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9월12일 밤, 규모 5.1,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19일 밤에도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상도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이 지진 공포에 떨며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지진에 불안해하고 있다. 1978년 지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강력했을 뿐만 아니라 5.0 이상 9차례 중 4차례가 2014년 이후에 발생하여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게다가 지진 다발지역에 원전단지가 밀집해 있고 석유화학공단이 자리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과 에너지 정책 전환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번 지진으로 전국적으로 진동이 감지됐고 경주 부근 월성원전 1~4기는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소수의 부상자와 치명적이지 않은 건물 균열·지붕 파손의 피해만 집계되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경주지역의 시민들은 인근 마을회관에 피신하여 뜬 눈으로 밤을 새기도 하고 방과 후 자습을 하던 학생들은 놀라 교실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80층 고층빌딩이 흔들리면서 건물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탈출했다니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지진 원인은 울산~포항~경주를 북북동 방향으로 잇는 양산단층이 뒤틀려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동안 한반도는 유라시아 지각판 내부에 놓여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지진 안전지대라는 고정관념이 지질조사와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과학적 연구에 소홀한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양산단층에 근접한 곳에 원전단지의 밀집과 석유화학공단의 존재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어 대단히 불안하고 염려스럽다. 애초 지질조사의 오류와 ‘설마’하는 안일한 심리가 작용했을 게다.

진앙에서 불과 27㎞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 월성 핵발전소가 있고 또 근처에 신월성, 고리, 신고리 핵발전소가 있으며 울진의 한울 핵발전소 역시 근거리에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추가 건설 승인한 신고리 5, 6호기도 근처에 있다.

정부는 기존 핵발전소들이 6.5 지진에, 신고리 3, 4호기는 7.0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7.0이상 지진이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시설의 파괴는 수십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즉각적으로 원전시설의 안전을 재점검하고 내진설계도 보강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 추가건설은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적 효율성보다 안전에 가치를 둔 대체에너지 정책을 강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축 전반에 대한 내진설계 보강도 시급하다. 국내 민간 건축물 중에서 내진설계를 갖춘 건물은 30.3%에 불과하고 정부 시설을 포함한 공공건축물의 내진율 역시 17.3%에 밖에 안 되며 더욱이 재난발생시 대피시설로 활용되는 학교의 내진율은 고작 22.6% 불과하다.

지진 발생 시 낡은 건물이나 규정 미달 건물은 치명적인 대형사고에 노출되는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내진 기준을 충족하는 보강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활성단층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도 전무하다. 기초적인 과학적 자료 없는 지진예측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첨단 측정·관측 장비의 도입과 동시에 지진관련 전문가 양성에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진 발생 후 9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받았다고 하니 가장 기초적인 대응방식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설상가상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도 늦장을 부렸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36분이 지나서야 국무총리에 보고 됐고 대통령은 거의 2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이러니 정부 대책은 실종됐고 사후 대책은 허둥대는 일밖에 없었다.

자연 재해는 인력으로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철저한 대비로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와 각 급 학교는 지질 발생 시 시민들이 대피하는 행동요령도 교육해야 한다. 또한 민·관(民官)의 지진 재난 대비책을 전면 재정비하여 유사 시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대피가 이루어지도록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경북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고 한다. 영남지역의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