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교육 위해 노력하는 ‘행동하는 양심’ 김이섭 교수

 

지난 8월 4일부터 ‘학술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신설된 연구비를 용도 외로 사용하는 경우 과징금인 ‘제재부과금’ 규정이 시행된다. 또 이를 통해 앞으로 연구비를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연구자와 대학에는 부정하게 사용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대학가에서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을 만큼 연구비 횡령이 만연해 있을 때 이러한 법 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횡령 관행에 일찍이 제동을 건 사람이 있었다. 명지대학교 국제한국학연구소 김이섭 교수를 만나 그의 올곧은 교육관과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에 관해 들어봤다.

김원태 기자

2004년 연세대 독문과 연구비 횡령 폭로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는 김 교수는 2004년 연세대 독문과 비정규직 교수로 재직할 당시 대학 홈페이지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독문과 문과 교수들의 학술진흥재단 연구비 횡령 의혹을 폭로해 화제가 됐다. 당시 김 교수의 고발로 그동안 공공연히 발생했던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비 횡령이 사회에 드러났으며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후 많은 것이 변했고 제도도 개선됐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학교를 떠났다.
김 교수는 “인간의 삶에 버팀이 되는 것은 소박한 양심과 긍정의 힘”이라며 “인생에서 희망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고발자로 낙인찍힌 그는 면직이 됐고 횡령 당사자들은 몇 개월 정직처분 후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불합리한 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으나 학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정의 목소리가 커짐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청년들의 멘토로도 활동 중인 김 교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걸림돌을 디딤돌 삼을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통과 소신으로 사회 변화 꾀해야
학생과 교수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김 교수는 학생들과의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소통의 본질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사회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어떠한 삶을 사는가는 결국 소통에 답이 있다”며 “학교라는 단체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지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통에 앞서 주체적 자아, 의지적 자유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러한 소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낯선 상황이나 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심리적인 장벽에 부딪히기도 한다”며 “이들이 젊음과 열정을 충분히 활용해서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바로 삶을 마주하는 방법 교육
김 교수는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과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그리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하인리히 뵐에 관한 논문으로 독일 자르브뤽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하인리히뵐학회 부회장,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공익제보자모임 운영위원, 좋은사법세상 이사를 역임하면서 다수의 저서와 문학 관련 논문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사랑과 인생, 추억을 주제로 한 시집을 3권 출간했다.
교육을 ‘마중물’이라고 정의한다는 김 교수는 “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젊은이들의 잠재력과 자신감을 끌어내야 한다”며 “인생은 떵떵거리며 사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사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교육에 대한 방향은 명확하다. 부와 명예를 좆는 일부 교육자들을 보면서 세상에 나온 학생들이 있다면 김 교수와 같이 올바르고 명확한 교육관과 소신, 철학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을 보면서 세상을 읽는 학생들도 존재할 것이다. 혼탁한 시대, 갓 세상에 나온 어린아이처럼 갑자기 현실에 발을 디디며 혼란스러워 하는 젊은이들에게 김 교수는 올바른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가르친다. 
김 교수는 “격리된 캠퍼스 안에서 지식 쌓기에만 열중하고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는 대학 구조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교수가 올바른 꿈을 꿔야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국내 대학들의 순위가 전년도에 비해 높아졌다는 뉴스와 대졸자의 경제행복지수가 43%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김 교수와 같이 불합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척자, 즉 파이오니아들의 출현이 더욱 기다려진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