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인 우리나라 법치주의

법사위원장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2006-09-20     장인혜 기자
지난 9월 14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무산으로 헌재소장 공백 상태가 빚어짐에 따라 청와대와 국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한나라당 안상수 위원장도 이 사태와 관련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를 붙잡고 현재 우리나라가 빠져있는 늪에 대한 진지한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번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청와대가 헌법 조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국회의 법적인 절차나 조항을 면밀하게 점검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하고, 정부 여당과 전후보자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이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동의안 무산이 가져온 여러 입장과 원인들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대통령의‘코드 인사’는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고, 야당들의 거센 반발과 국민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여당에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입장은 전효숙 후보의 사퇴와 대통령의 새로운 후보 지명이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법사위원회 청문회와 특별위원회 청문회를 모두 거치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검사와 변호사를 두루 거친 법조계 국회의원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으로 인권 관련 변호를 도맡아 했고, 당직변호사제도를 창설하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변호에 힘썼었다. 평생 법과 함께해온 삶이어서 일까. 그가 가지는 법에 대한 신념과 확신은 뚜렷하다. 자신이 믿고 있는 그 법을 가지고 그가 하고 있는,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들에 관해 들어보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는 도박게이트 사태

‘바다이야기’파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때도 안 의원은 한나라당 내의 도박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활동을 펼쳤다. 사행성 도박 사업에 관련된 수사가 답보 상태가 되면서 사태는 다시 잠잠해 졌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우리사회의 큰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 의원은“대한민국이 도박공화국으로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나라당 내의 특위에서 조사하고 있는 분야는 권력의 실세가 개입 되었나 하는 것과 대통령 친인척의 개입,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개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제보와 첩보는 많습니다만, 증거나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서 반드시 뿌리 뽑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바다이야기가 잠잠해 지는가 싶었더니 이제는‘전시작전통제권’으로 다시 한번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15일 한미정상회담 결과 양국 정상은 미국의 주한미군 지속 주둔과 유사시 증원공약을 재확인하면서“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실무적인 문제”라는데 동의함에 따라 전직 군 지도자와 외교장관, 각계 지도층의 우려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는 정말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주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나라 국방비의 증가와 그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뜩이나 힘든 요즘 같은 때에 고통이 더욱 클 것입니다. 경제적인 부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 문제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양 대국이 군사대국화가 되면 그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생겨날지 모릅니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미국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이용하고 공생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라며 현 정권에서의 이와 같은 결정은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재협상을 거쳐 관계 개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치주의 실현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기본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는 현 정권의 무능력은 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해외로 이주하는 사태도 빚어지는 등 국가 경제가 위기에 찬 모습도 중대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기업이 경영을 하고 싶어 하는 의욕과 투자를 할 수 있게 유도를 해줘야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활동영역을 제한하고 기업 복지를 우선시하여 성장이 뒤로 밀려나는 형국을 띠어서 기업의 생존이 더욱 힘들어 지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현 정권의 취약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의‘코드 인사’로 인해 정부고위직의 공석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역시 현 정권이 극복해야 할 큰 과제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코드 인사가 우리나라를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사 관련 문제는 심각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뛰어난 인재를 적재적시에 잘 쓰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인재 대신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이 자꾸 자리를 채우는 모습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 야당들은 3년 반 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려 더욱 인사 재량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가장 실현해야 할 목표로 법치주의를 정착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법치주의가 정착되어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법이 바로 서고 힘을 가져야 나라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성인오락실을 비롯해 도박공화국의 난무나 각종 불법 집회와 파업도 법치주의의 확립이 되지 않아서 생겨나는 실태들입니다. 공권력에 대한 가치 확립과 지원이 분명 있어야 하고 법치정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선진국들의 법에 대한 위력과 신임을 우리는 본받아서 법을 통한 경제 성장과 법을 통한 나라의 질서 확립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혜택도 법으로 보호해 주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제적 지원도 이루어 져야 기업의 경영도 투명해지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무력화된 공권력을 살리고 법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여서 수준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라고 밝혔다.

할 수 있는 일과 권한은 많아졌지만

안 의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대한 꿈을 가질 정도로 그에게 정치가로서의 길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지뢰밭 길이었다. 하지만 사법고시를 보고 검사 생활을 하던 중에는 오히려 정치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법조인의 길을 걸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생각은 바뀌었다. 안 의원은“여러 가지 인권활동에 관련되어 법에 기댄 채 변호사 생활을 해보니까 정작 그 법을 만드는 입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이회창 전 총재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3선 의원이다. 오랫동안 지역구민들의 지지를 받아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 차별 없는 정치활동을 펴 온 것이 비결이다.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는 순간인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가 정치가로서 가장 기쁘다는 안 의원은 세 번 연속 지역구의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해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민생법안들을 발의하고, 통과시킬 때마다 진정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에 관련된 법안들을 많이 통과 시킨 것은 변호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비해 더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어서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인권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를 차려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해주기도 하면서 인권 변호사로서 공로패도 받고 주위에서 인정도 많이 받았다. 그때는 비록 가진 권한이 지금보다는 적었지만 늘 칭찬과 격려 속에서 보냈었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의 길에 들어서고 보니 더 많은 일을 해내고,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받았던 칭찬이나 격려가 많이 사라져 아쉽다고 한다. 안 의원은“정치는 아무리 잘해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조금만 잘못해도 엄청나게 매도를 당하고 크게 상처받기 때문에 정치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가진 권한이 많아서 할 수 있는 일 역시 많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만 전반적으로 정치가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자체가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존경받기 힘든 입장인 것 같습니다.” 라고 토로했다.

성장 위주의 정권 창출이 필요

정치인은 함부로 아무 운동이나 해서도 안 되고, 아무하고나 식사를 해서도 안 된다. 심지어 아무거나 먹어서도 안 된다. 정말 그런 것일까. 현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일아침 신문과 방송을 통해 비판 섞인 목소리로 보도되곤 한다. 특권을 가진 이들에게는 분명 그 특권에 합당한 자세가 요구된다. 그 자세는 보는 입장에 따라,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안 의원은“국회의원은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때로는 그 엄중한 도덕성의 요구가 회의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국민들께서도 잘한 일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한나라당 내 의원들의 도덕성 파문으로 안 의원도 많이 지친 듯 했다. 안 의원은 차기 정권의 집권을 확신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지 당위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나라당이 적임이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선거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습니다. 지금 지지율이 높고, 국민들의 신임이 높다 하더라도 1년 뒤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거에 따라 결정되는 집권당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제가 확신하는 것은 그간 10년간 나라를 망쳐놓은 좌파정권의 재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복지를 위주로 정책을 짜고 운영하는 의미의 좌파정권 말고 성장 위주의 정책과 방안들이 모색되어 진행시킬 수 있는 우파정권이 들어서야 하는 것입니다. 유럽의 경우도 좌파정권은 그 명분을 잃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경제성장의 저하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취약점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유럽과 같은 고민과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성장 위주의 정치를 펼칠 우파정권의 개입이 분명 필요한 시기입니다.”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분명 우파정권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파정권이 모두 한나라당이라는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고 안 의원은 말한다. 우파성향을 가진 사람이 집권자가 되는 것이지 그 사람이 꼭 한나라당 내의 인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한나라당의 문호를 개방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호라는 것은 당내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 밖에 있는 우파 세력들이 함께 연합을 해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이나 뉴라이트세력과 같은 당 외의 인물들에게 한나라당이 줄 수 있는 우파 정권의 배경을 함께 나누어서 진정한 우파 정권을 확립해야 합니다. 경선의 참여 기준이나 영역을 넓히자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차기 집권당은 분명히 국민들에게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해야 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의원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한 대책과 방안을 분명 모색하리라 기대해본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