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간판 아나운서를 살피다

‘MBC는 친숙함과 냉철함, KBS는 재치, SBS는 중립적 성격을’

2006-09-20     임보연 기자

정확한 발음의 구사와 안정적인 목소리 톤, 여기에 호감 가는 외모까지 갖춘 이들이 오늘날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방송사의 판이라고 불리는‘아나운서’. 이들은 지적 매력과 비주얼적인 매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로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대생들이 희망하는 최고의 직업으로 아나운서가 선정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방송의 꽃, 아나운서 그들의 매력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의 정의를 먼저 내리고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나운서란 각 방송사에 속한 직원으로 정보 전달의 업무와 뉴스 진행, 시사교양프로그램 진행,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진행, 스포츠 캐스터 등은 물론 우리말에 관한 연구 및 프로그램의 제작과 진행을 하는 이들을 총칭하는 것이다. 즉 정식 방송국 직원이며 전문 방송직이라는 점에서 외부의 탤런트와는 차별화되는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보전달의 기능을 담당하는 아나운서들의 역할이 가지는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방송의 간판이라는 수식어가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직업군, 아나운서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이슈가 된다는 것은 관심의 증거이다

얼마 전 SBS의 김주희 아나운서가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미인 대회가 여성의 성 상품화를 야기 시키고 있다는 여성 단체들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공중파 방송에서 미인대회의 진행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일이니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할 수밖에 없는 일. KBS의 강수정 아나운서가 각종 오락프로 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높이고 있을 때에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기도 했었다. 또한 MBC 시사 프로그램인‘W’에서의 최윤영 아나운서의 옷차림에 대해서 수많은 이들이 왈가왈부 하지도 않았던가. 의상이 너무 선정적이라든가 노출이 심하다거나 지나치게 몸에 붙는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실 그녀가 입었던 의상이 일부 시청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과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연예인이 입고 나왔다면 평범했을,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왜 사람들은 유독 아나운서의 행보에 대해서만 보수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이 전하는 신선함에 즐거워하지도 않았던가. 이에 대하여 문화방송의 아나운서국 성경환 국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다.“시대가 변했다지만 아나운서의 영역은 더 넓어지고 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라도 연예인과 차별화될 때 시청자들은 더 즐거워한다.”
사실 아나운서는 정확한 발음의 구사와 바른 우리말의 사용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던가. 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이 한편으로는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각종 비속어와 인터넷 용어들이 난무하는 방송에서 바른 우리말을 사용하는 이들이 중심을 지켜준다면 방송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휘청거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방송사별 아나운서들의 특징

MBC 남자 아나운서들의 경우 크게 두 가지의 코드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푸근함과 친근함이라는 이미지이고 또 하나는 냉철함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코드의 경우 김성주 아나운서를 두 번째 코드의 경우 손석희 아나운서를 예로 들어 보일 수 있겠다. 이 두 가지의 적절한 조합이 엄기영을 꼽을 수 있겠지만 기자출신 앵커라는 점에서 다른 맥락으로 짚어보아야 하겠기에 제외시켰다. 김성주 아나운서의 경우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교양프로그램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손석희 아나운서의 경우 냉철한 비판이 필요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BS의 경우 재기발랄함과 재치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보이스 톤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신영일 아나운서나 김병찬 아나운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KBS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가장 높은 스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KBS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남자 아나운서가 기타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 역시 특이할만한 점이다.
그렇다면 SBS는 어떠한가. SBS의 경우 두 방송사 아나운서 스타일의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박찬민 아나운서가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연예?오락 프로그램 등에 자주 얼굴을 비췄지만 현재는 정통 뉴스 앵커로 나서면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윤현진 아나운서 역시 일부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예인화되는가 싶더니 현재는 매끄러운 뉴스의 진행으로 아나운서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대표 아나운서들에게 주목

현재 가장 사랑받는 남자 아나운서를 꼽으라면 MBC의 김성주 아나운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현재 7년째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차두리 부자와 완벽한 호흡을 이루며 그 유명세를 높였다. 2006 독일 월드컵 중계 시청률 1위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지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성공적인 중계방송으로 그는 이전보다 더 바쁜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의 특징은 편안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장점으로 승화,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 아나운서로 자리 잡았다. 그가 진행한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아도 그의 이미지를 쉽게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생방송 화제집중>, <사과나무>를 비롯하여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의‘경제야 놀자’등으로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과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줄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남자 아나운서를 이야기함에 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손석희 전 MBC아나운서 국장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깔끔한 외모는 냉철해보이기 까지 하다. 그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했다. 그의 외모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수많은 남학생들에게 우상이 될 정도이다. 이와 함께 객관적인 성격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100분 토론의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면모를 잘 살필 수 있는 프로그램은 현재 그가 진행하고 있는 MBC 표준 FM<손석희의 시선집중>이라고 할 수 있다. 뚜렷한 문제제기와 냉철한 질문 등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당황스럽게 하는가하면 진정으로 청취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 생각하고 명쾌하게 짚어준다는 것이다.
KBS의 아나운서의 경우 한동안 노현정 아나운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확한 발음의 구사와 뉴스 진행 능력,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외양적인 측면까지. 한 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잠시 방송활동을 접어야만 했던 그녀. 그러나 <상상플러스>에서 얼음공주라는 별명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며 방송을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세대 공감 올드앤뉴의 경우 우리말에 대한 세대간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코너인 만큼 노현정 아나운서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KBS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그녀의 아나운서로서의 자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그 빈자리가 무엇으로 채워질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할 시점이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방송국에는 우리가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아나운서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식상한 말로 들리겠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더 많은 이들이 존재하기에 방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나운서와 관련한 최초의 기록들 >
우리나라 최초의 아나운서는 누구인가. 바로 1930년대 경성방송국에서 활약한 김영팔, 박충근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박충근 아나운서의 경우 최초로 스포츠 중계를 담당했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최초의 여자 아나운서는 김문경과 최정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아나운서가 방송문화에 기여한 공로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일제치하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방송사의 최초 기록과 관련된 인물들을 살펴보면.
최초의 공채 아나운서 - 마현경
최초의 남자 아나운서 - 김영팔
최초의 프로쥬서 - 최승일
최초의 스포츠 캐스터 - 박충근
최초의 TV 전문 MC - 곽규석

여의도라는 섬에 몰려드는 엘리트 군단을 보더라도 그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 쉽게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 해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응시하는 이들의 어마어마한 수를 생각해보자. 올 해 MBC 아나운서 공채에 응시한 숫자를 살펴보면 여자 1,717명, 남자 434명이며 SBS의 경우도 남녀 2,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해 지상파 아나운서로 입성하는 이들의 수가 고작해야 10여 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공채 아나운서 방송사에 입사한 이들은 어찌 보면 선택받은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선택받은 이들인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애정과 질타는 모두 관심을 바탕에 둔다. 때문에 아나운서들의 행보가 대중들에게 이슈가 되는 것이다. 매체에 대하여 대중들이 보내는 신뢰에 대한 배신이 아닌 올바른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대중들에게 가감 없는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순수함을 잃지 않기를,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기를 바란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