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임기자의 책읽기

2006-09-20     임보연 기자
임기자의 책읽기 -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읽고

소설가들의 연애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냈다. 낡은 서랍 속에 은밀하게 숨겨둔 작가 27인의 은밀한 연애편지를 공개하는 책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편지들을 주고받았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위태로운 심연이 베어나는 하성란의 편지부터 사랑을 기억하는 김훈의 곧은 사유가 담긴 편지까지.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의 이별을 하고 사랑을 하고 가슴 아파하고 즐겁게 미소 짓기도 했다. 역시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에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니 연애편지 한 장이 쓰고 싶은 기분이 들어 펜을 들었다.
비소설// 김다은 엮음/ 출판사: 생각의 나무

어느 순간 당신은 내 옆에 서 있었습니다. 어떤 계기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뚜렷이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바람처럼 나무처럼 처음부터 그 곳에 서 있고 존재하는 것들처럼 당연함으로 내 옆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소설에서는 그러더군요.'운명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입니다. 지금의 저로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을 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나던 날을 말입니다. 세 번째 만난 날의 기억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는 어느 날이 첫 번째 인지 두 번째 인지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는 저의 안이함을 타박하고 말게 됩니다.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당신은 어제 만난 당신이고 여전히 나에게는 처음 만난 날의 당신이고 내일 만나게 될 당신입니다. 저에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그렇습니다. 항상 한결같음이고 항상 당연함입니다. 때로는 저의 영혼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저의 살갗 같기도 한.
가끔 당신은 저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설렘을 느끼지도 부푼 기대를 하지도 않는다고 말이죠. 그 순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변명을 해보자면 당신에게 설레임을 품지도 부푼 기대를 가지지도 않은 까닭은 이미 당신이 저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설렘이나 기대를 품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평생을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아련함 같은 것을 당신에게 기대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격정적인 사랑을 꿈꿀 수는 없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은 분명 저에게는 숨 쉬는 공기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 공기가 없으면 어떻게 될 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당신도 가끔 장난스럽게 하는 말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기적이라는 사람인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요리를 할 때에도 1인분의 분량은 참으로 맛있게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망쳐버리곤 하니 말입니다. 나 하나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요리는 참으로 잘 하면서 함께 먹을 음식들을 결국에 망쳐버리고 마는. 하지만 걱정 말아요. 1인분의 요리를 당신을 위해 만들어드리지요. 당신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행복한 기분으로 바라보지요. 1인분의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 나누어먹으면 그만이지요.
나는 행복 하고 싶습니다. 행복 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어떤 부끄러움이나 낯간지러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저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들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도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행복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주고 싶습니다. 당신 역시 내 옆에서 내 모습을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때문에 행복해서 웃고 나 때문에 가슴 아파 울고 나 때문에 심장이 조이고 나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 나 때문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 참으로 나쁜 사람이죠. 그런데 이런 내 모습마저도 감싸주는 당신이 있어 다행입니다.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고 당신과 사랑에 빠질 수 있어서 다행이고 당신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서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2006년 9월 임보연


1. 파라다이스 가든
서로가 각기 다른 낙원을 소유한 인간 군상의 총화(叢話)인 『파라다이스 가든』에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자신들의 이상향을 추구한다.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그 두 번째 작품 『파라다이스 가든』을 내놓는다. 분량만큼이나 방대한 규모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 라인으로 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은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독자들을 사정없이 몰아친다. 이 작품은 낙원과 낙원의 충돌을 통해 서로 다른 낙원을 가진 인간의 자율성과 다원주의 문제를 넘치는 에너지로 거침없이 묘사한다. 주인공 김범오를 비롯해 원직수, 이명자, 강세연, 서병로, 김성효 등 주요 인물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세계를 꿈꾸며, 그 세계를 성취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 그러나 투쟁은 상처와 자멸,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법. 또한 이 소설은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 김범오의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과 세계의 탄생, 그리고 낙원의 도래로 한발 전진해 나아간다. 어쩌면 김범오야말로 우리 시대 최후의 진정한 영웅인지도 모른다.
소설// 권기태 지음/ 출판사: 민음사


2. 펭귄의 우울
현대 러시아문학의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 그의 보드카처럼 강렬하고 쌉쌀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간명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우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유머 있게 풍자하는『펭귄의 우울』은 소비에트 붕괴 후의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빅토르를 통해 한 나라와 한 시대가 아닌 변화하는 한 나라와 한 시대가 아닌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일반적인 소시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물결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작은 도시 키예프. 가난한 작가 빅토르는 여자 친구가 떠나가 버린 후, 우울증 걸린 펭귄‘미샤’와 함께 살고 있다. 재정이 열악해진 동물원에서 먹이를 주며 돌봐줄 형편이 되는 사람들에게 동물을 분양할 때 데려온 펭귄 미샤는 빅토르의 애완동물이자 유일한 벗. 장편소설작가를 꿈꾸었지만 언제나 그의 영감은 단편 한 편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그의 밤을 떠난다. 그런 그에게 들어온 특별한 청탁. 키예프의 유명 신문에 언젠가 죽을 미지의 인물들을 위해 조문을 쓰는 것. 독자들은 조문 속 죽은 사람을 애도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그러나 빅토르가 신문에서 처음 자신의 글을 발견하고 느낀 감정은 놀라움과 공포였다. 왜?
러시아 소설//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 이나미 외 옮김/ 출판사: 민음사


3. 이지고잉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행복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이지 고잉. 사람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힘껏 노력한다. 그러나 사실 노력한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결과에만 무게를 둔다면 노력하고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언제나 불안할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성공과 성취를 위해 노력하다 지친 사람들 혹은 성공은 해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일상적이지만 강력한 지침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제목의 이지(easy)는 게으름이나 적당히 대충하라는 의미가 아니라‘행복(happiness)'을 의미한다. 남들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독여 주는 책을 통하여 자신의 약한 모습에 괴로워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솔직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자기계발// 야마가와 겐이치 지음/ 천채정 옮김/ 출판사: 해피니언


4. 라이어스 포커
지난 80년대 미국 월가 최고의 채권 전문 투자은행이었던 살로먼 브라더스. 미국 야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머니볼』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루이스가 자신이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숨 막히는 트레이딩의 세계를‘리이어스 포커’에 비유하며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라이어스 포커는 일종의 카드 게임이다. 내 패를 숨기고 상대의 패를 읽으면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야 승자가 되는 이 방식은 투자 은행의 트레이더들이 투자를 할 때도 적용이 된다. 저자는 시류를 잘 타서 돈을 쓸어 담은 한 회사의 정글 같은 기업 문화, 그 속에 숨겨진 이면, 성공과 실패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투자은행 내에서 트레이딩과 세일즈의 공생과 대립, 새로운 시장 개척, 천문학적 액수의 보너스를 둘러싼 경쟁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트레이딩룸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친다. 이미 금융경영서로 <윌 스트리트저널>, <타임>, <워싱턴 포스트> 등이 극찬한 이 책은 국제금융 및 자본시장의 총아인 투자은행의 트레이딩 룸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본의 흐름을 한 눈에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영·경제(금융이론)// 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출판사: 위즈덤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