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 슬픔의 두 번째 선율이 주는 기쁨
- Richard Yongjae O’Neill (리처드 용재 오닐)
2006-10-26 신성아 기자
순수를 타고, 아름다운 눈물이 흐르다
용재 오닐의 첫 번째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음악을 담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라틴어로 울음, 눈물이라는 뜻의 ‘Lachrymae(라크리매)’이다. 브쿠크뮐러의 녹턴,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 소르의 라 로마네스카, 쇼스타코비치의 갯플라이 모음 곡 중 로망스와 전주곡, 블로흐의 기도 등 모두 슬픔을 테마로 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곡들 중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재즈 모음곡 2번>은 용재 오닐 자신이 직접 편곡하여 더욱 흥미롭고 이색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14번 트랙인 이흥열의 <섬집아기>는 마치 그의 힘들고 어려웠던, 그렇지만 아름답고 반짝이는 삶의 길을 걸어온 용재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듯하다. 그래서 비올라의 그윽하고 깊은 소리와 함께 그의 뼈저린 애절함이 스며들어 가슴이 미어진다. 오닐 역시 <섬집아기> 곡이 남다르다. 그는 쇼케이스에서 “한국말을 배우는 모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노래에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슬픈 가사 내용이 저를 감동시켰죠”라며 수록곡 중 가장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청년, 아프고 아파도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에 입학한 용재 오닐은 이 학교의 한국인 강효 교수로부터 ‘용재’라는 한국 이름을 얻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클래식계 최고 권위의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수상했고, 그래미상 베스트 솔리스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근 가장 전도유망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오닐의 어머니는 6.25 때 미국으로 입양된 전쟁고아로 어릴 적 열병에 인해 뇌손상을 입어 지금까지도 언어장애가 있으며, 미국인 조부모가 대신 오닐을 키웠다. 첼로의 울림과 바이올린의 화려한 높은 음역까지 다 포함하는 편안한 음역을 가지고 있는 비올라. 그래서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용재 오닐은 매우 만족스럽다. 그는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좋아했다. 그러다 열다섯 살 때 비올라를 알게 된 후 자신이 진정 원하던 것이 바로 비올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비올라의 긴 현과 길이, 몸체의 부피 때문이겠지만, 바이올린보다 비브라토를 더 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C선을 파고들 때 얻는 만족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바꾸기도 하죠.”
이날, 어떠한 몸짓이나 언어 없이도 용재 오닐의 비올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로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의 비올라 선율에 우리의 모든 감정을 의지해도 좋을 것 같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