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광화문 밝힌 성숙한 시민의식…19일 촛불집회 무엇이 달랐나?
[시사뉴스피플=백지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비폭력을 강조하며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는 등 그 어느때보다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네 번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주최 측 추산으로 60만명에 달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시위 참가자를 합하면 총 95만명으로 추산된다.
청소년부터 법조인, 예술인, 노동자까지 각계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 들고 사회자를 따라 ‘박근혜 퇴진’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특히 자유발언대에 오른 중고등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사회에서 공부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여 시민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한편 이 날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경찰차에 어지럽게 붙은 스티커를 떼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두 명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돌아다니며 “쓰레기는 여기에 버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회사원 정모씨는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시민들은 성숙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광화문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길에 버려진 피켓들을 일일이 주워 집으로 향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조금만 어깨를 부딪쳐도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대치중인 경찰에게 장미꽃을 건네는 등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잃지 않았다. 한 시민은 종이상자 한 가득 담아온 김밥을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밤 촛불행진 직전 진행된 문화제에서는 가수 전인권이 무대에 올라 ‘걱정말아요 그대’, ‘상록수’에 이어 ‘애국가’를 열창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는 비슷한 시간대에 ‘맞불 시위’를 하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식한 듯 “혹시 박사모 회원들이 뺨을 때려도 그냥 맞고 맞대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평화 시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본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이어갔지만 경찰이나 박사모 등 보수단체와의 물리적 마찰은 없었다.
한편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일부 시민들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